[프라임경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주도로 지난해 출범한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기업이 동반 성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RT는 지난해 발표한 '기업 선언문'에서 △경제적 가치 제고 △윤리적 가치 제고 △새로운 기업문화 조성과 △친환경 경영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을 새로운 기업가 정신의 방향으로 꼽았다.
ERT가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제시한 것은 기업에 대한 요구와 기대가 과거와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기업의 역할은 이윤과 일자리 창출, 세금을 통한 국민경제 기여 등에 머물렀다.
그러나 △기후변화 △저출산고령화 △디지털 전환 △전염병 확산 등 과거에 없던 새로운 사회문제가 등장하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기업의 아이디어와 힘을 주목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특히 친환경 경영,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꼽은 것은 앞선 세대가 고속 압축성장을 거치며 간과했던 문제를 후대가 적극 해결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변의현 우시산 대표가 사업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조택영 기자
최근 기업들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형태의 새로운 사업모델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확산, 자연환경 및 생물 다양성 보호도 빼놓을 수 없다.
또 수도권 위주의 고용 및 성장을 탈피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와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도 고려하게 됐다. 이러한 방향 아래 ERT가 주목한 울산의 기업이 있다. 폐플라스틱 업사이클링 기업 '우시산'이다.
우시산은 지난 2015년 울산에 설립된 사회적 기업이다. 고래와 관련한 오랜 역사를 가진 울산에 다시 고래가 찾아오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희망을 내걸었다. 고래를 비롯한 해양생물들이 버려진 플라스틱과 비닐 등 쓰레기로 고통받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다.
해양 생태계 및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우시산의 경영활동은 일찍이 주목받고 있다. 지역의 특성을 바탕으로 △공공기관 △기업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낸 해양 보호 캠페인은 환경부를 비롯한 각계 기관, 단체로부터 환경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한 시민 행동 변화, 지역연대와 친환경적인 일상 조정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울산항만공사 △울산지방해양수산청 △유엔환경계획 한국협회와 공동으로 우시산과 '해양 플라스틱 저감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우시산의 비전에 뜻을 모았다.
선박에 버려지는 페트(PET)병과 플라스틱들을 수거, 재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업사이클링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울산 주요 항만을 오가는 선사들과도 뜻을 함께해 사업 대상을 넓히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우시산은 지난해 500㎖ 생수병 14만개 상당인 폐플라스틱 40.3톤을 수거했다.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폐플라스틱 102톤을 거둬들여 새 자원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러한 활동으로 이룬 이산화탄소(CO2) 상쇄효과는 239.7톤으로 30년생 편백나무 4만625그루를 심는 효과와 맞먹는다.
우시산이 만드는 △장갑 △양말 △셔츠 등의 제품은 △울산 △부산 △대구 지역의 우시산 매장과 국립중앙박물관, 울산박물관 등으로 판로를 넓히며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1명씩 채용하는 지역 고용창출로도 이어졌다. 우시산은 △고령자 △장애인 △청년 채용을 적극 모색 중이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3월 ERT 출범 1주년을 맞아 울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시산의 활동과 성과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우시산의 해양 PET병 업사이클링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신기업가정신은 ESG는 물론이고 사회 가치를 창출하면서 기업가치도 만들어 나가는 것으로 확대됐다"며 "봉사활동, 기부활동 뿐 아니라 사회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새로운 도전이다"라고 평가했다.
변의현 우시산 대표는 "PET병에 국한되지 않고 버려지는 폐자원을 활용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환경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동을 지속할 것이다"라며 "발달장애인 일자리 창출도 울산뿐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나 확장할 수 있는 모델이며, 이러한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게 우리의 목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