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기자브리핑실에서 3개 자산운용사(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에 대한 추가 검사결과 및 향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이정훈 기자
[프라임경제] 증권업계가 '라임 사태' 재조사로 바짝 얼어붙은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특혜성 환매' 의혹으로 미래에셋증권(006800)에 검사를 돌입한 데 이어 다른 증권사들도 추가조사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농협중앙회 '펀드 돌려막기' 의혹에 NH證 검사 착수
31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라임 펀드에 대한 특혜성 환매 의혹을 들여다보기 위해 NH투자증권(005940)을 대상으로 검사를 착수했다. NH투자증권은 농협중앙회에 라임 펀드를 판매해 금감원의 조사 대상이 됐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NH투자증권 파크원 사옥 전경. ⓒ NH투자증권
금감원은 지난 24일 라임 등 3개 자산운용사(옵티머스·디스커버리)에 대한 추가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63개 개방형 펀드(만기 전 환매할 수 있는 펀드) 중 4개 펀드에 대해 특혜성 환매 의혹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발표 당시 금감원은 중앙회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업계로부터 농협중앙회가 집중 거론됐다.
농협중앙회는 라임펀드의 대규모 환매가 발생하기 한 달 전인 2019년 9월 200억원 규모로 투자한 라임펀드를 환매 받았다. 금감원은 이 시점을 라임 사태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이때 농협중앙회가 환매 받은 것이 다른 펀드가입자들의 돈을 미리 뺀 '펀드 돌려막기'라고 판단했다.
다만 농협중앙회는 "2018년 200억원을 라임펀드에 투자했고, 2019년 9월 손실이 20%를 넘어가 내부 규정에 따라 환매했다"며 "환매금액은 157억원으로 43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특혜의혹에 선을 그었다.
◆미래에셋증권 "판매사 아닌 운용사 영역" 선 긋기
금감원은 지난 25일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라임 펀드를 판매한 미래에셋증권도 추가검사를 실시했다. 3개 자산운용사에 대한 추가 검사 결과를 발표한지 하루만이다. 라임 펀드 환매 과정에서 김 의원을 비롯한 일부 수익자에게 특혜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미래에셋증권 본사 전경. ⓒ 미래에셋증권
금감원은 라임펀드의 환매 중단을 한 달 정도 앞두고 미래에셋증권이 김 의원 등 라임마티니 4호 펀드 가입자 16명에게 환매를 권유한 배경을 의심하고 있다. 라임 펀드 사태의 다수 피해자들이 원금을 모두 잃었지만, 김 의원은 18%의 손실만 봤다는 이유에서다.
김 의원과 미래에셋증권은 금감원의 추궁에 적극 반박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7일 라임자산운용펀드 특혜와 관련해 판매사가 아닌 운용사에 관한 영역이라며 선을 그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라임펀드 특혜 환매 의혹과 관련해 미래에셋증권에서 확인된 것으로 발표되는 부분은 일체 미래에셋증권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내용이 아님을 밝힌다"며 "현재 제기되는 특혜의혹은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이 아닌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의 영역"이라고 전했했다.
김 의원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금감원 사옥에서 농성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입장문을 내고 라임마티니 4호 펀드에 대해 "미래에셋증권 소속 프라이빗뱅커(PB)에 따르면 펀드의 90% 가량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로 언제나 환매가 가능했다"며 "펀드의 10% 가량만 유동성이 적은 비시장성 자산으로 여기에 라임의 고유자금 일부가 투자형식으로 투입됐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즉 다른 투자자들의 펀드에서 돈을 끌어와 환매한 돌려막기 펀드가 아니란 주장이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금감원은 사실관계를 섞고 뭉뚱그려 마치 특혜성 환매에 연루된 것처럼 오해하도록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며 이복현 금감원장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김 의원과 이 금감원장의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사실관계를 놓고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 금감원장은 백혜련 정무위원장과 김 의원의 요청으로 지난 25일 오전 김 의원실을 방문했다.
김 의원은 이 원장과 면담 후 "이 원장이 다섯 차례 '여러모로 죄송하다'고 했다"며 "이 원장은 김 의원이 특혜성 환매 과정에 개입한 증거가 발견된 바 없다고 밝히기로 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감원은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사과나 유감을 표명한 사실은 없다"며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양측의 첨예한 진실공방은 현재진행형이다.
◆신한투자증권 '사적화해' 통해 선조치…업계 '부글부글'
금감원의 라임 사태 재조사를 두고 업계가 시끌벅적한 가운데 신한투자증권은 선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9일 신한투자증권은 이사회를 열고 환매를 중단한 라임펀드와 젠투(Gen2)신탁의 '사적화해'를 결정했다. 사적화해는 금감원 등 제3자 개입 없이 당사자끼리 손실 보상 등에 합의해 분쟁을 종결할 수 있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사옥 전경. ⓒ 신한투자증권
이번 사적화해 대상 금액은 △젠투신탁 4180억원 △라임 국내·무역금융개방형 펀드 1440억원 등이다. 사적화해는 오는 9월부터 절차가 시작될 예정이다. 배상 비율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의 배상 비율 산정 기준을 준용할 방침이다.
업계는 라임펀드를 판매했던 대신증권(003540)도 금감원 분조위 결정에 따라 투자금의 80%를 돌려준 점을 반영해 신한투자증권도 동일한 수준으로 배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분조위를 열고 라임 국내, 라임 CI, 디스커버리, 헬스케어펀드 등의 투자자에 대해 판매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정도 등에 따라 손해액의 40~80% 수준의 손해배상을 결정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신한투자증권의 사적화해 결정 배경으로 금감원의 3개 자산운용사의 추가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눈치보기에 따른 결정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신한투자증권은 이사회 결정이 하루아침에 결정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이전부터 논의해오던 사항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 금감원의 라임 등 펀드사태 재조사에 대한 시점을 두고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장을 비롯해 검찰의 이번 재조사가 정치적 색채를 뛴 게 아니냔 의심의 눈초리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도 "증권사는 판매한 상품의 숨은 리스크가 무엇인지 항상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감지가 됐다면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로서 환매하라고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사실상 업계 입장을 대변해 우회적으로 비판발언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