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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더블로 가"…국내 증시 흔드는 테마주 '광풍'

회전율 상위권, 초전도체·양자컴퓨터株 차지…개미는 빚지고 최대주주만 벌어

박기훈 기자 | pkh@newsprime.co.kr | 2023.08.28 10:43:51

이차전지로 촉발된 테마주 열풍이 도를 지나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박기훈 기자


[프라임경제] 이차전지로 촉발된 테마주 열풍이 도를 지나치는 모습이다.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는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수급이 이동하는 주기는 점차 짧아지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도 관리 강화를 천명하고 나섰다. 전문가들 역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 초전도체·양자컴퓨터, 회전율 TOP 10 '싹슬이'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5일까지 회전율 상위 종목 10개 중 8개는 초전도체 관련주로 나타났다. 1개는 양자컴퓨터 관련주였다. 

회전율 1위부터 5위까진 초전도체 관련주들이 자리했다. 회전율은 일정 기간 거래량을 상장주식 수로 나눈 수치다. 따라서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자 간 거래가 자주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전율 2106%로 1위를 차지한 서남(294630)은 독자기술로 생산한 전력케이블, 한류기, 모터 및 발전기용 고온 초전도 선재 제조 및 판매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이유로 초전도체 관련주로 묶였다.

2위엔 회전율 1914%의 덕성(004830)이 이름을 올렸다. 3위엔 덕성 우선주(1617%)가, 4위와 5위는 모비스(250060, 1514%)와 파워로직스(047310, 1237%)가 자리했다. 

이밖에 서원(021050, 1101%), 국일신동(060480, 967%), 신성델타테크(065350, 868%) 등 초전도체 관련 종목이 각각 7위와 9위, 10위 자리에 올랐다.

6위는 양자컴퓨터 관련주가 차지했다. 회전율 1147%의 우리로(046970)는 국내 연구진이 상온 양자컴퓨터 구현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급등했다. 

◆ 테마주 주기, 점점 짧아진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이차전지 열풍은 올해 초 극에 달했다. '에코스닥'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에코프로(086520)와 에코프로비엠(247540)이 코스닥을 견인했다. 

광풍을 일으켰던 이차전지가 잠시 잠잠한 사이,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가 이끄는 국내 연구진이 지난달 22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를 통해 상온 초전도체 LK-99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초전도체 관련주들이 줄줄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의구심을 계속해서 제기하자 며칠도 되지 않아 관련주들이 주춤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것이 맥신(MXene)이었다. 

지난 17일 이승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와 인도 연구팀이 맥신의 자기수송(Magnetoresistance) 특성을 이용해 표면의 분자 분포를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는 소식을 시발점으로 관련주들이 상한가 러시를 이뤘다. 

하지만 이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초전도체와 시소게임을 벌이며 2~3거래일 반응했던 맥신 관련주들을 물러가게 한 것은 양자컴퓨터였다.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뛰어넘는 것으로 유명한 양자컴퓨터는 극저온 환경이 필수적이라 그동안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3일 김재욱 첨단양자소재연구실 박사 연구팀이 터븀인듐산화물이 양자컴퓨터 소자에 쓰일 수 있는 양자스핀액상(QSL) 물질이 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피직스'에 지난 17일 게재됐다.

상온 양자컴퓨터 양상이 대두되자 양자컴퓨터 관련주들은 물론 터븀을 비롯한 희토류를 취급하는 업체들의 주가가 치솟았다. 

여기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이 본격 재개되면서 소금, 수산물, 닭고기 등 관련주 역시 주가가 며칠 새 롤러코스터를 시현했다. 해산물과 어묵 관련 수산주는 급락, 소금과 닭고기 관련 테마주는 급등하는 양상을 보였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회복 지연으로 인해 실적 모멘텀이 부각된 업종이 제한된 상황에서 테마주를 쫓는 투자 행태가 늘고 있다"며 "해당 기업이 테마와 실제 연관돼 있는지의 사실 여부 상관없이 '묻지마' 식의 수익률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테마주는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겠지만, 시장 수급이 받쳐주지 않거나 투자자들 시선이 다른 테마로 넘어가면서 순식간에 손실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하는 대표적인 하이리스크-하이리턴 매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증시는 불확실성이 큰 모습을 시현하고 있어 급등하는 테마주에 대한 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의 뇌동매매는 지양해야한다"고 경고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8일 미국에서 'LK-99'에 대해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놓자 관련주들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 박기훈 기자


◆ 개미는 빚지고 최대주주는 '돈잔치'

국내 증시는 조정 국면에 돌입했지만 '빚투'는 활기를 띠고 있다. 이달 신용거래융자 잔고(신용잔고)는 20조5000억원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조5572억6400원으로 올해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초 16조5311억2400만원 대비 4조원 넘게 증가했다. 지난달 말 19조7383억3900만원보다 약 8190억원 늘어난 규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약세장에서 신용잔고가 늘어나는 건 흔하지 않다"며 "'국내 증시의 꽃'으로 불렸던 이차전지 주들이 최근 가격 조정기세를 보이면서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빚을 지는 개미들과 반대로 주가가 급등한 일부 테마주들의 회사 임원들 보유 지분 매도 공시들은 줄을 잇고 있다. 

파워로직스 최대주주 특별관계자인 김원남 탑엔지니어링(065130) 사내이사는 지난 7일 파워로직스의 지분 0.25%에 해당하는 8만4800주를 9640원에 팔아 8억2000만원을 남겼다. 

또 다른 주요 주주인 에코플럭스는 일주일 뒤인 14일 지분 0.37%를 팔아치웠다. 에코플럭스는 12만6060주를 1만6730원에 팔아 21억원을 챙겼다. 

서남 역시 지난 7일 이헌주 부사장이 보유하고 있던 서남 주식 45만598주 중 4만주를 1만980원에 장내 매도했다. 같은날 1만980원에 6만7000주를 장내 매도한 이재훈 상무는 앞선 4일에도 7만주를 8450원에 장내 매도했다. 

신성델타테크에선 지난 4일 주요 주주인 한 일본법인이 지분 1.69% 해당하는 46만5387주를 장내매도했다고 공시를 통해 발표했다. 지분 처분 단가는 1만2318원~2만5600원으로 지난달 20일부터 지속적으로 정리됐다. 지분 정리 후 주가는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달엔 이차전지 회사 고위 임원들이 주가 급락 직전 자사주를 잇따라 처분해 시끄러웠었다. 에코프로비엠 임원 4명이 지난달 27일과 28일 자사주 5790주를 장내 매도했으며, 허재훈 상무도 지난달 27일 4만주를 주당 15만1615원에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최대주주나 임원의 지분 매각은 현재 회사의 주가가 고점에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신호다. 따라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대주주와 임원들의 주식거래를 사전공시토록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무턱대고 테마주에 투자한다면 특정 이슈에 연쇄적으로 반응하는 시기에 수익률 방어를 하지 못하고 급락을 경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박기훈 기자


◆ 금융당국, 테마주 진화 나선다

테마주의 범람에 금융당국도 결국 진화에 나섰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가 '빚투' 확대와 테마주 쏠림 현상에 대한 관리 강화를 실시한다.

금투협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사 신용융자 담당부서 뿐 아니라 준법감시인 협의체 등을 통해 신용융자에 따른 리스크 관리 강화를 업계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기로 했다.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테마주 과열 방지 조치에 나선다. 구체적으로 테마주 기획 감시를 통해 불공정거래 여부 등을 파악하는 한편 시황 변동 관련 조회공시도 적극 발동해 시장 참여자 간 정보 불균형을 해소할 방침이다. 
 
증권업계도 금투협의 '금융투자회사의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과 회사 자체 리스크 관리 기준을 충실하게 이행해 투자자 보호 조치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신용거래 가능 종목 선정 등에 대한 기준을 철저히 준수하고, 고객 상환 능력과 신용도를 충분히 고려해 신용거래 한도를 제공하며, 회사의 리스크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테마주는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그 어떠한 기술적 분석을 진행해도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며 "특정 소식을 미리 예측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특정 테마로 인한 파생 효과로 다른 테마들이 연쇄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테마에 대한 나름의 연결 고리를 찾는 것도 행해져야 한다"며 "이러한 수고 없이 무턱대고 테마주 투자를 한다면 특정 이슈에 연쇄적으로 반응하는 시기에 수익률 방어를 하지 못하고 급락을 경험할 수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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