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가 2분기에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국내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모처럼 웃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AI 반도체 핵심 장치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는데, 양사의 HBM 시장 주도권 잡기 경쟁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23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135억1000달러(한화 약 18조22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01% 급증했다. 이는 월가 전망치보다 20% 상회한 수준이다. 주당 순이익도 2.7달러(약 3604원)로 시장 예상보다 0.63달러를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글로벌 그래픽저장장치(GPU)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했기에 이러한 실적이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챗 GPT 등 생성형 AI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GPU 수요가 공급을 뛰어 넘어섰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새로운 컴퓨팅 시대가 시작됐다"며 "전 세계 기업들이 가속 컴퓨팅과 생성 AI로 전환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엔비디아가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는 소식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대만의 TSMC를 통해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엔비디아에 HBM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BM은 여러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이다. 최근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칩 'GH200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을 선보인 바 있다. 내년 2분기부터 생산 예정인 해당 '슈퍼 칩'에 공급될 'HBM3E' 메모리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올해 HBM 시장에서 각각 46∼49%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47∼49%의 점유율을 지배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 시장 점유율 전망치를 합하면 95% 수준이다. 사실상 양사가 HBM 시장을 지배하는 셈이다.
엔비디아의 호실적에 시장의 긍정적 전망까지 겹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활기를 띄었다. 24일 오후 1시5분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1100원(1.64%) 상승한 6만8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날 SK하이닉스도 전장 대비 4700원(4.05%) 뛴 12만700원에 거래 중이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HBM 시장 내 지배력이 독보적"이라며 "(HBM의) 수혜가 지속 집중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HBM 시장 주도권을 두고 양사의 속도는 달라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1년 세계 최초로 'HBM3'를 개발한 데 이어 'HBM3E' 개발에도 성공했다. HBM3E는 초당 최대 1.15테라바이트(TB)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HBM3E는 성능 검증을 위해 엔비디아에 샘플을 공급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부터 양산을 계획 중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북미 GPU 업체로부터 HBM3와 패키징의 최종 품질 승인을 완료했다. 올해 하반기 5세대 HBM인 HBM3P를 24GB 기반으로 출시 예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올해 4∼5곳인 HBM3 신규 고객사가 내년 8∼10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향후 2년간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HBM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동권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HBM 턴키(일괄 생산) 공급방식은 공급 부족이 심화하는 HBM 시장에서 공급 안정성을 우려하는 대다수 고객사로부터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향후 신규 고객사 확대의 강점 요인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