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30년까지 6000톤급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6척을 실천 배치하는 KDDX 사업 추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과거 기본설계 입찰 과정에서 방사청이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 329180)에 특혜를 준 정황을 최근 경찰이 포착하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상 내사 단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KDDX 사업은 7조8000억원을 들여 해군의 기존 이지스 구축함보다 작은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을 국산화하는 사업이다. 함정 건조는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한화오션(042660)은 옛 대우조선해양 시절 KDDX 개념설계를 추진했고,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맡았다. 기본설계 사업 예산은 200억원 수준이었으나, 통상적으로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까지 수행하기 때문에 업체 간 경쟁이 치열했다.
문제는 2013년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해군 면담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제작한 KDDX 개념설계도(3급 군사기밀)를 몰래 촬영해 보관하다가, 2018년 4월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불시 보안감사에서 적발됐다는 점이다.
당시 기무사는 KDDX 관련 기밀 등 기밀 절도 26건을 식별하고 현대중공업 직원 12명, 장교 3명 등 25명을 울산지검에 송치했다. 이후 12명의 현대중공업 직원 중 9명이 기소돼 전원이 유죄 판결을 받게 됐다. 이 중 1명에 대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현대중공업은 총 100점 중 0.056점 차이로 대우조선해양을 따돌리고 KDDX 기본설계 사업을 가져갔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모습. ⓒ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최근 경찰이 과거 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방사청이 입찰 전 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줘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만들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사건의 '키맨'으로 꼽히는 방사청 고위 관계자 A씨를 입건해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심지어 방사청은 해당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한 다음 날(지난 3일)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해 규정을 바꾼 적이 없다"며 의혹을 공식적으로 반박했다.
최경호 방사청 대변인은 지난 3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2020년 5월에 실시한 KDDX 사업 기본설계 입찰 전에 어떤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해서 보안 감정 관련 규정을 삭제했다는 내용이 (돌고) 있다"며 "우리는 삭제한 바가 없으며,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항이므로 세부 사항은 답변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경찰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입건 전 조사 단계인 내사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정식수사 단계가 아닌 셈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 관계자는 "다른 수사도 많고 거의 조사 초기 단계라 차근차근히 해 나가야 한다"며 "방사청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안 했기 때문에 입건 여부에 대해 알려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의혹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하기 시작했으나, 방사청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아직 수개월째 조사한 바가 없고 입건 여부에 관해 정해진 게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현재) 자료 확보 단계다"라며 "(의혹) 관련자가 너무 많아서 누구를 입건할 지는 더 들여다봐야 하는 상태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방사청 관계자도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내용은 얼핏 들은 바 있으나 특정하게 누가 조사받고,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며 "협조해 달라는 경찰의 공문이 왔었고, 관련 부서에서 필요한 자료를 제출했으니 아마 (경찰이) 검토하는 단계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HD현대중공업은 한국형 차기호위함(FFX) 울산급 배치3(Batch-Ⅲ) 5·6번함 건조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 방사청에 이의를 제기했다가 기각되자 방사청을 상대로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과거 KDDX 기밀 유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13년 발생한 함정 연구개발 자료 불법 촬영 사건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재발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