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쿠팡이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에도 2분기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계획된 적자'가 점차 실현돼 가는 분위기다. 반면, 전통 유통 기업들은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있다.
지난해 명품 '보복 소비'로 호실적을 낸 백화점들이 올해는 역기저 효과에 이익 감소를 피하지 못했으나, 쿠팡은 고물가와 경기침체 속 멤버십 혜택 강화를 통해 고객을 확보하는 '록인(잠금)효과'를 거둔 영향으로 분석된다.
◆쿠팡, 4분기 연속 흑자...2분기 호실적 기록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올 2분기도 호실적을 기록하며 시장 지배력 확대를 증명해 보였다. 쿠팡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난 58억3877만달러(약 7조6749억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억4764억원(약 1940억원)으로 4분기 연속 흑자를 이뤘다.
세부 지표도 긍정적이었다. 쿠팡의 1인당 고객 매출은 38만9100원(296달러)로 전년 대비 5% 증가했다. 활성 고객 수(분기에 제품을 한 번이라도 산 고객)는 지난해 2분기(1788만명)와 비교해 10%가량 늘어난 1971만명으로 나타났다. 12개월 누적 잉여현금흐름은 11억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최근 고물가 상황에서 고객이 가파르게 증가한 점이 주목받는다. 6개월 만에 160만 명이 쿠팡으로 쇼핑하는 신규 '쿠팡러'가 됐다. 쿠팡이츠 할인 혜택 등으로 멤버십을 강화하고 '반품마켓'을 통해 가성비 상품을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앞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 쿠팡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국내 유통시장(통계청 소매판매액·승용차 및 연료 판매 제외)은 전년 동기 대비 3.1% 성장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쿠팡은 21% 성장했다. 엔데믹으로 플랫폼 이용자가 감소세에도 쿠팡은 오히려 이용자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쿠팡이 공격적인 최저가 정책을 바탕으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면서 소비수요를 지속적으로 흡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종대 하나증권 연구원은 "쿠팡은 와우 가격 인상에도 불, 이탈 고객이 미미했다. 쿠팡은 900만명의 쿠팡와우 멤버십 가격을 6월부터 2000원 인상한 바 있다. 70% 회원가격이 상승했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 이탈이 없었다는 말은 쿠팡에 대한 높은 고객 로열티와 소비자 Lock-in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라며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가장 유통 업체들을 힘들게 하는 게 마케팅비 축소와 동시에 나타나는 고객 이탈 현상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쿠팡의 매서운 점은 아직도 추가 성장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점이다.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는 9일 컨퍼런스콜에서 "국내 유통시장은 3년 이내 5500억달러(700조 이상)의 거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거대 시장에서 쿠팡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이고, 우리 여정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약 602조원 규모의 국내 전체 유통시장(외식·여행 포함)에서 쿠팡의 시장점유율은 4.4% 수준이다.
박 연구원은 "올해 특별한 신규 투자가 없기 때문에 상반기와 같은 수익성 개선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3분기부터 쿠팡와우 가격 인상 효과(분기별 +500억원)가 실적에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영업손실 규모는 4380억원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4분기 성수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도 노려볼 만하다. 온라인 유통 시장 재편과 주도권 확대는 실적 가시성을 높이면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반기 온·오프라인 경계 허물어진 '멤버십 경쟁' 심화
반면 명품족이 사라지면서 백화점 업계는 실적 후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비심리 위축 탓에 백화점 양적 성장을 이끌었던 명품뿐 아니라 패션, 잡화 등의 매출이 정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 중 먼저 실적을 발표한 현대백화점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8% 쪼그라든 9703억원, 영업이익은 21.9% 낮아진 556억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롯데쇼핑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51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0.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조6222억원으로 7.2% 줄었다. 소비침체로 인한 백화점 사업의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올 2분기 롯데백화점 영업이익은 6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9% 급감했다. 매출은 0.8% 감소한 8220억원을 기록했다.

컬리가 유료 멤버십 '컬리멤버스'를 출시했다. ⓒ 컬리
신세계그룹은 연결기준 올 2분기 영업이익이 149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0.2% 감소했다. 매출은 1조5759억원으로 16.0% 줄었다.
이달 14일 실적 발표를 앞둔 이마트(139480)의 실적 전망도 저조한 편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예상하는 이마트의 2분기 매출은 7조2000억원으로 1분기(7조1354억)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쿠팡에 밀릴 수 있다.
유통 경쟁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게 되면서, 하반기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멤버십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유료 멤버십을 통한 충성 고객 확보 움직임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지난 6월 통합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선보였고 컬리도 이달 '컬리멤버스'를 출시했다.
쿠팡은 '무제한 쿠팡이츠 할인'을 멤버십 정규혜택에 넣기로 했고, 백화점을 보유한 롯데그룹의 경우 기존 오프라인에 채널을 탈피하고, 온라인 채널로 명품 판매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배송 속도를 높이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SSG닷컴과 G마켓은 익일배송 서비스인 '쓱원데이'(상온제품)와 '스마일 무료배송'을 각각 시작하며 쿠팡의 주력인 '로켓배송'(익일배송)과 맞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에서 온오프라인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big blur)가 가속화하며 하반기 유통업계 경쟁은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멤버십과 객단가·배송 강화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