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명박 정부가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더욱 정확히는 교과서적인 의미에서의 정부가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및 공공기관의 상층부를 맡은) 그 핵심지지세력이다. 한때 끝없이 추락하던 지지율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는 일부 조사결과도 나오고 있다.
CBS-리얼미터 등 조사를 종합하면 8월 중순 현재 지지율은 바닥을 확인한 뒤 상승 중이며 통계에 따라서는 30%대 회복 소식도 있다.
이런 와중에 광복절을 건국 60주년으로 규정하면서 이념 논쟁에 불을 지폈다. 그린 정책, 즉 ‘저탄소 녹색 성장’이라는 개념을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꺼내든 것도 이채롭다. 단순한 레토릭이 아니라 원전 비중 확대 등 ‘세부 사항이 뒷받침되어 나오고 있는 상황인 점에서 주목을 끈다.
일각에서는 촛불 정국이 100번째 집회까지 끌면서 에너지가 많이 소진되고 국민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진 점, 올림픽 등으로 정부 실정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져 논점이 희석된 점 등을 국정 회복 원동력의 기점으로 현시점이 선택된 원인을 꼽는다.
이같은 배경 하에 드디어 본격적인 국정 주도권 장악 시도에 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이명박 대통령이 추석 무렵에 닥치는 취임 200일을 맞이해, ‘국민과의 대화’를 다시 한 번 할 것이라는 설이 청와대 주변에서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동일 궤도에서 꿰어지는 문제다.
◆국정 시스템 변화, 이미 재시동에 적합하게 변화 완료?
이명박 정부가 본격적인 ‘반격’을 시작하기에는 일단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모두에서 어느 정도 작업이 끝난 게 사실이다.한 차례 홍역을 치른 정부와 청와대 요직 역시 새롭게 인적 구성을 채웠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많은 경질 요구에도 불구, 건재해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 기본적으로는 유지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더욱이 이미 방송위원회 등 많은 유관기관에 이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현 방송위원장), 구본홍 전 MBC 보도본부장(현 YTN 사장) 등이 자리잡았고, 국민은행 및 기업은행 등에서도 끊임없이 친MB 인사들의 낙하산 파동에 불거지고 있다.
이렇게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입안’하고 ‘추수’할 기초적인 변화가 모두 이뤄진 셈이다. 이렇게 인적 구성을 바꾸는 와중에 정연주 KBS 사장 해임권이 대통령에게 있느냐는 법적 논쟁 등 수많은 절차적 난점들을 쾌도난마식으로 무시하고 강행함으로써, 절차 및 시스템상의 구성까지도 사실상 뜯어 고친 것이나 다름없다.
포털사이트의 여론 결집 능력은 최근 착착 진행 중인 포털관련 법령들의 정비작업으로 조만간 대응이 완료될 전망이다. 포털에 언론과 같은 사회적 책임을 부과함으로써, 어느 정도 사회적 필요성에 부응하면서도 부수적으로 정권 비판 기능에 즉각 통제를 가할 수 있는 단초를 만드는 일에 성공하는 수순에 있는 것이다.
◆국회 무력화, 국정과제 직접 챙기기, 대운하 재부각
여야가 대결 중인 국회 사정도 시각을 달리해 보면 이명박 정부의 필요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국회는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문제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립의 중심에는 물론 여당인 한나라당과 야당인 민주당 등의 힘겨루기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고비마다 정부가 여야간 합의의 이행 등 중요부분에 비협조적으로 나와 사실상 문제를 원점으로 어그러뜨리는 등 미묘한 상황이 상황 악화에 작용하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여야가 합의, 추진한 쇠고기 특위에 여당은 총리의 출석 등을 성실하게 노력하기로 약속했지만, 실상 한승수 총리는 여당의 정치적 합의에도 불구, 특위 공회전에 한몫하는 기조를 이어나갔다. 또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나서서 진화한 바 있으나, 청와대의 의중에 의한 교육부 장관 등 3인의 인사청문회를 위한 특위 구성 아이디어 무산설이 나돈 바도 있다. 즉, 청와대의 의사에 따라 여당의 정책이 사실상 좌우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나올 정도로 여당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고, 바꾸어 말하면 정당정치의 기본틀이 흔들리고 있는 게 국회의 현실인 셈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촛불 정국으로 한동안 난타를 당하기는 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공룡 여당에 시시때때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사실상 제왕적으로 통치하는 상황으로 볼 여지도 없지 않다.제 4공화국에서 등장한 ‘유신 대통령’처럼, 3권 분립이 아닌 입법과 사법보다 힘이 강한 행정부 우위의 시대로 흐를 여지가 없지 않다. 이런 우려는 대규모 사면을 통해 기업인 및 공무원들에게 대거 면죄부를 발부한 상황으로 한결 현실화의 길로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또 17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 과제의 실적을 직접 챙기겠다고 독려하고 나선 것과, 그간 국민적 반발로 백지화 내지 전면 재검토 대상이 됐던 대운하 등 일부 정책이 부활 조짐을 보이는 것은 이명박 정부 제 2 드라이브의 결정판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에 체류 중인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이 15일 자신의 홈피에지에 “이명박 정부는 국토를 재창조하고 전국에 물길을 살리고 하천 지천을 살아 있는 강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대운하 사업 재추진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물론 한 정치인의 개인적인 발언일 수도 있으나, 국내 정치 상황이 이러한 발언이 다시 나올 수 있는 기본 토양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다. 또 이명박 대통령 당선과정에 기여한 핵심인사가 정권의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주문한 발언이라 정면돌파를 바라는 친MB계열의 공감대를 반영하거나, 결집할 수 있다는 여지가 충분한 것.
‘공기업 민영화’가 어느새 공기업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재가동에 착수, 상당 부분 윤곽을 드러낸 것도 같은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지지기반 약하고, 실적위주인 문제점은 아직 안 고쳐져
그러나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200일 맞이’ 재시동이 100% 성공할 것으로 단언하기에는 이르다.야당들은 의석의 한계로 인해 제대로 원내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국회가 100% 여당 내지 정부 입맛대로 구성되거나 마냥 공회전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이미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현재 주요계파 위주로 구성된 박희태-홍준표 지도부의 활동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다름아닌 원구성의 주요 부분인 상임위원장 결정 문제에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목소리에 실려 여당이 너무 무기력하다는 자성론이 부각되면서 당과 정부, 정부와 국회간 역학관계가 현재처럼 유지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매번 ‘국회 나름의’ 정상화 수순에 대한 의견을 내는 상황도, 극단적인 비교지만, 유신 시대의 통법부 국회처럼 18대 국회가 기능하는 것을 일찌감치 방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오 전 의원 등 친이 핵심 인사들의 최근 행보나 친MB계의 사회 각계 진출 역시 매번 파열음을 내면서 반발을 낳고 있는 점도 무시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노은하 민주당 부대변인은 “대운하에 대한 국민적 심판은 끝난 것”이라며 “이재오 전 의원에게는 좀 더 길고 통렬한 자숙의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고 비판한 바 있고,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황영기 씨가 국민은행 지주의 회장이 되는 것은 탈법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YTN 구본홍 사장이나 황영기 국민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노조의 반발로 재신임 내지 임명 무효 소송에 휘말린 것은 ‘이명박 드라이브’의 인적 네트워크가 소음 없이 안착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는 방증이다.
더욱이 국민들의 지지율 역시 아직 탄탄하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시사평론가 공희준 씨는 “이명박 정부 지지율 중 일부는 이 대통령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촛불 정국 등에 대한 보수층의 결집 심리”라고 해석, 현재 지지층이 단단하지 못한 상황임을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 이 대통령이 새롭게 시동을 걸고 있는, 혹은 다음 달 ‘국민과의 대화’에서 다시 꺼내들 정치적 결단이 지난 180일 남짓간의 정책들처럼 기업 운영하듯 상명하달식 내지는 실적 만능의 정책들로 채워진다면 지금 지지율마저도 다시금 하락세로 접어들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볼 수 있다.
◆성과 급해도, 절차와 원칙 요구 목소리 귀기울여야
물론 그 동안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비판이 거셌고, 이 와중에 정부가 경제난국으로 인한 ‘가중 처벌’을 받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소통 부재와 밀어붙이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 먼저 정부 내부에서 자각되어야 한다는 평가가 많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꾸어 말하면, 이명박 정부가 현재 구상 중이라고 보이는 국정 드라이브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상된다면 다시 한 번 분란의 소재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잉태하고 있는 셈이다. 그린 성장, 공기업 선진화, 대운하의 새 접근 등 현재 부상하고 있는 논제들이 다시금 ‘실적 위주 무소통 운행’으로 흐르거나, 정치 난국 돌파를 위한 ‘레토릭’ 이상 이하도 아닌 것으로 판명된다면 대통령이 취임 100일여 만에 대국민 사과를 두 차례 반복하는 상황의 재판이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점도 주목할 요소다.
이번에 새롭게 논의되고 있는 국민과의 대화가 일방적인 설명회로 운영될지, 혹은 소통과 수렴의 기회로 가동될지 주목되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민간 독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지 혹은 진정한 이명박 정부 2기를 준비할지의 ‘가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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