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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호위함 수주' 이의제기한 HD현대중공업, 업계 "이해 어려워"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기술력 격차 없어"

조택영 기자 | cty@newsprime.co.kr | 2023.08.04 13:50:46
[프라임경제] 한국형 차기호위함(FFX) 울산급 배치3(Batch-Ⅲ) 5·6번함 건조 사업 입찰과 관련, HD현대중공업(329180)이 방위사업청에 디브리핑에 이어 이의를 신청한 결과가 4일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의 행보를 두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잇따르고 있다.

디브리핑·이의 신청을 두고 HD현대중공업이 표면적으론 향후 이뤄지는 입찰에서 보완점을 찾는 통상적인 절차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화오션(042660)보다 기술력이 현저히 앞서는데 입찰에서 떨어졌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 짙게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방사청은 울산급 배치3 5·6번함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오션을 선정했다. 한화오션은 100점 만점에 최종점수 91.8855점을 받아 총 91.7433점을 받은 HD현대중공업을 0.1422점 차이로 눌렀다.

△기술능력평가 점수 80점 △비용평가 점수 20점 △가·감점평가 점수 3개 분야로 구성된 제안서 평가에서 비용평가는 두 업체 모두 20점, 기술능력평가는 HD현대중공업이 72.3893점을 받아 71.4158점을 받은 한화오션을 0.9735점 차이로 앞섰다.

그러나 가·감점평가에서 승부가 갈렸다. 추가 가점 항목인 '중소·중견 기업과의 협력 지수'에서 0.4697점을 받은 한화오션에 비해 HD현대중공업이 1.1540점을 받아 유리했으나, 불공정 행위 이력에 따른 감점 항목에서 -1.8점을 받은 HD현대중공업이 가·감점평가 합계가 -0.646으로 떨어지면서 가·감점평가에서 1.1157점 차이로 벌어져 수주에 실패했다.

불공정 행위 이력에 따른 감점은 HD현대중공업 일부 직원들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 설계도를 유출한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HD현대중공업이 2025년 11월까지 방사청 입찰에서 점수 1.8점이 깎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은 울산급 배치3 5·6번함 입찰 결과를 두고 방사청에 디브리핑·이의 신청을 하면서 "유사 함정 건조실적, 장비 및 시설보유 현황 등 객관적인 지표를 포함해 몇 가지 분야에 대한 재심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보안 감점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해 기술경쟁에 근간을 둔 제안서 평가제도에 대한 전향적인 재검토도 요청했다"고 밝혔다.

즉, 한화오션보다 함정 건조실적과 기술력 등이 월등한데도 보안 감점이라는 이유로 떨어진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보안 감점이 변수로 작용하는 제안서 평가제도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HD현대중공업 차세대 함정들의 조감도. ⓒ HD현대중공업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2012년 이후 13건의 국내 함정사업 평가결과를 분석해 보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7건에서 현대중공업보다 높은 기술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수상함에만 한정하면 최근 10년간 4건 중 3건의 기술 점수에서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을 앞섰기 때문에 기술력이 현격히 차이 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업계에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기술력 격차가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항상 동등한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은 KDDX, 장보고-Ⅲ 등 여러 군사기밀을 조직적으로 불법 취득해 회사 내 비인가 서버에 저장·활용하는 등 중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저질렀다"라며 "그에 걸맞은 수준의 감점을 받은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안감점 제도는 지난 2019년 이후에도 3차례 개정 과정을 거치면서 감점 정도를 세분화하고, 감점 기간도 조정해 왔다"며 "지난 2021년 개정 당시 감점 기간을 3년으로 확대한 것은 기술자료 보호를 중시하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였다"고 첨언했다.

이 때문에 업계를 비롯한 전문가 사이에서도 HD현대중공업의 주장대로라면 군사기밀 또는 다른 업체의 기술 자료를 훔쳐 기술 능력을 강화한 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야 한다는 부당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KDDX 사업에 대한 경찰 조사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새 국면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는 지난 2020년 5월 KDDX 기본설계 입찰 과정에서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에 유리하도록 평가항목 중 일부 점수를 수정한 것으로 보고 지난 6월부터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018년 HD현대중공업의 KDDX 기밀 유출 범행이 발각되고, KDDX 기본설계 입찰공고가 있기 전인 2019년 9월 방사청이 제안서 평가 지침을 바꿔 HD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방사청의 지침 개정 덕에 HD현대중공업이 KDDX 기밀 유출 범행에도 감점 없이 KDDX 기본설계 사업을 수주했다고 보고, 그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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