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전도 현상으로 물체가 공중에 뜬 모습. ⓒ 미국에너지부(DOE)
[프라임경제] '꿈의 물질' 초전도체 관련주가 주식시장에서 이차전지를 제치고 주도주로 급부상했다. 다만 학계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신물질인 만큼 투자에 대한 경고음도 울리고 있다.
최근 2차전지 광풍으로 '묻지마 투자' 수준을 보였던 시장의 관심은 초전도체로 옮긴 분위기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서남(294630)은 지난 1일부터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찍었다. 불과 사흘 만에 상승률이 89.94%에 달한다.
같은 기간 초전도체 테마주로 묶인 △덕성(004830) 89.72% △모비스(250060) 70.02% △서원(021050) 62.22% △파워로직스(047310) 59.84% △신성델타테크(065350) 58.74% △고려제강(002240) 31.27%로 상한가를 쳤거나, 상한가에 준하는 급등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은 초전도체 관련주 찾기에 혈안인데, 문제는 테마주로 엮인 이유를 살펴보면 해당 종목들이 초전도체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아보기 힘들단 점이다. 서남의 경우 초전도 선재 제조 기술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테마주에 엮였다.
신성델타테크와 파워로직스는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지분을 보유한 엘앤에스 벤처캐피털의 지분을 소유한 업체라는 이유에서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상온, 상압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LK-99) 합성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곳이다.
덕성과 고려제강은 과거 초전도체 사업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국내 연구진이 초전도체 개발에 구리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원이 구리 관련주로 언급돼 주가가 급등했다.
사실상 초전도체와 조금의 연관성만 있으면 급등세를 보이는 열기에 투자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지난 2일부터 서남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해 거래정지를 예고했다.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되면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유지 시 다음날 하루 동안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서남은 이날까지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기 때문에 오는 4일 거래가 불가하다.
신성델타테크, 덕성, 모비스, 원익피앤은 '변동성 완화장치(VI)'를 발동하기도 했다. VI는 개별 종목의 체결 가격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주가 급등락을 완화하기 위해 2분간 단일가 매매 및 임의연장 30초의 냉각기간을 진행하는 가격 안정화 장치다.

시네드 그리핀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연구원이 지난 1일 국내 기업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발표한 논문이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아직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내용. ⓒ 아카이브
여기에 전 세계 학계 일각에서 국내 연구진의 논문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검증 결과 해당 논문이 초전도체 구현까지 이뤄지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올 경우 이에 따른 파장이 상상이상일 것으로 예측된다. 관련주들의 급락 역시 불가피하다.
현재 각국의 연구진들은 국내 연구진이 공개한 논문을 토대로 검증 중인데, 회의적인 시각이 대다수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달 27일 "논문의 세부 사항이 부족해 물리학자들이 회의감에 휩싸여 있다"고 언급했다.
사이언스지 논평에 인용된 마이클 노먼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 박사는 "연구팀은 아마추어처럼 보인다"며 "초전도 현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일부 데이터를 제시한 방식은 수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납과 인회석은 전기가 흐르지 않는 비전도성 광물"이라며 "초전도체를 만들기 위해선 의미 있는 시작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국내 과학계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다. 최경달 한국초전도저온학회장(한국공학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은 학회 내부에 '상온초전도검증위원회'를 구성했다.
최 회장은 "위원회가 아카이브 논문을 통해 발표한 데이터와 공개한 영상을 기반으로 판단할 때 논문과 영상의 물질은 상온 초전도체라고 할 수는 없는 상태"라며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이 제작한 시편을 제공한다면 검증위원회에서 상온 초전도체 검증을 위한 측정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한편,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을 0으로 만들 수 있는 물질이다. 기존의 극저온‧초고압 상태가 아닌 보통의 온도와 기압 환경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면, 산업혁명에 준하는 개발 성과로 평과 받는다. 전 세계 과학계가 국내 연구진이 공개한 초전도체 물질 LK-99를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