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섬유 기업 △코오롱(002020) △태광(023160) △효성(004800)이 수요 하락과 중국과의 경쟁 등으로 인해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그룹의 모태인 방적 사업을 정리하거나 방향을 틀고 있다.
기업들이 리스크를 줄이려 여러 가지의 새로운 사업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첨단 소재인 '아라미드'에 유독 주목하고 있다. 일명 '마법의 실'로도 불리는 아라미드는 의류용이 아닌 산업용 첨단소재다. 3사의 눈이 모두 아라미드에 쏠린 이유는 아라미드가 글로벌시장에서 친환경 산업 성장의 핵심 소재로 꼽히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전동화 흐름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센 상황에서 전기차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량화를 이루는 것이 핵심인데, 경량화를 위한 내부 보강재와 타이어 보강재 소재에 아라미드가 사용되고 있는 상황. 이 때문에 △코오롱 △태광 △효성이 아라미드 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1957년 국내 최초로 나일론 공장을 설립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그룹의 모태 산업인 나일론 원사 사업을 담당했던 자회사 코오롱머티리얼(144620)의 사업을 정리했다. 2019년 원사 사업에 이어 2021년 원단 사업도 중단했다.
2013년 영업이익 111억원을 기록한 이후 2021년까지 8년 연속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실적 대부분을 차지한 원단 사업이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리면서 부진을 면치 못한 결과다. 현재 코오롱머티리얼 대구공장은 현재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태광산업(003240)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46년간 회사의 뿌리였던 면사·혼방사 등을 제조하는 방적 사업을 오는 8월31일을 마지막으로 중단한다. 1977년 가동을 시작했던 부산 반여 공장을 정리하고 영업을 마치게 된다. 태광산업의 지난해 방적 사업 매출은 약 973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6%에 그친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방적 산업은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보니 중국 등 임금이 낮은 국가가 많이 뛰어들어 사업이 쉽지 않았다"며 "수년간 적자를 기록하다 보니 사업을 접게 됐고, 부산 반여 공장 부지를 어떻게 할지는 아직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효성첨단소재가 생산하는 아라미드. ⓒ 효성첨단소재
3사 중 유일하게 방적 사업을 유지하는 곳은 효성이다. 1966년 화학섬유 제조업체인 동양나이론으로 출발한 효성도 기존 산업의 위기를 의식한 듯 친환경 소재를 중심으로 차별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2018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효성은 효성티앤씨(298020)가 기존 방적 사업을 맡고, 효성첨단소재(298050)가 첨단소재 부문에 집중하는 것을 선택했다. 특히 의류용 섬유 사업의 한계를 벗기 위해 고부가가치 산업용 소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나아가 친환경 콘셉트로 사업 방향을 다각화하고 있는 효성은 신사업을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다.
그렇게 이들이 기존 사업을 접고 일제히 선택한 '아라미드'는 강철보다 5배 강하고 섭씨 500도의 높은 온도에도 견디는 고강도 소재다. 아미드기(CO-NH) 기반의 고분자 폴리아마이드 섬유이며, 5㎜ 정도의 굵기로 2톤에 달하는 자동차를 들어 올릴 만큼 고강도와 높은 인장 강도를 지녔다.
아라미드는 △방탄복·내열·방호재 등 방탄 복합 소재 △타이어코드·고무호스·벨트 등 섬유 보강재 △광케이블 소재 △브레이크 패드·클러치·개스킷 등의 차량 제품 보강재로 사용된다. 이외에도 △항공 소재 △해양 수산용(로프·어망) △복합재료(선박·자동차) 등 여러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어 수요가 확대하는 추세다.
최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아라미드 수출액은 2억626만달러(한화 약 2600억원)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으며, 2007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매년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국내 아라미드 생산량의 80%가 수출되면서 정부도 최근 30대 신수출 유망 분야에 아라미드를 선정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오롱·태광·효성이 아라미드 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먼저 뛰어든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17~2020년 3년간 아라미드 생산량을 기존보다 50% 늘렸다. 이후 2400억원을 추가 투자해 구미 공장의 생산량을 연 7500톤에서 연 1만5000톤 규모로 두 배 증가시켰고, 올해 하반기에 증설 작업이 완료된다.
태광산업도 기존 섬유사업본부를 첨단소재사업본부로 바꾸고, 아라미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아라미드 울산 공장에 1450억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연산 3500톤을 증설, 현재 1500톤 규모인 아라미드 생산량을 총 5000톤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효성첨단소재도 613억원을 투자해 2021년 울산 아라미드 공장 증설을 완료했고, 생산량은 기존 1200톤에서 3700톤으로 3배 이상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아라미드는 고부가가치 첨단소재로 산업 전반에서 다양하게 활용돼 주목받는 아이템이다"라며 "아라미드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더 빨리 대응하는 것이 높은 수익을 창출할 방법이라는 공감대가 업계에 깔려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