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포스코가 살길 찾기에 나섰다. 글로벌 철강 수요 감소 등으로 더 이상 철강 부문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력 사업인 철강에서 부진하고 있는 포스코가 선택한 새로운 살길은 '이차전지'다.
포스코가 그룹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한 성장 동력으로 이차전지 소재 부문을 꼽은 것은 향후 배터리(이차전지)로 움직이는 전기차 보급의 폭발적인 증가 등으로 확실하게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와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는 38만9855대로, 2018년(5만5756대)과 비교하면 600%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 목표를 420만대로 설정했다.
또 이차전지 소재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리튬이온 배터리 4대 소재 시장 규모는 549억달러(약 70조원)로 추정된다. 아울러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4대 소재 시장이 2025년 934억달러(121조원), 2030년 1476억달러(19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4대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은 전체 배터리 시장의 70%를 차지하며, 그 중에서도 양극재는 4대 소재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이차전지 소재 산업에는 이미 상당수의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상황. 현재 해당 시장은 국내 대표 이차전지 소재 기업인 에코프로(086520)와 LG화학(051910)이 주도하고 있다.
포스코는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핵심 원료부터 소재까지 완전한 밸류체인을 구축하려는 공격적인 투자가 시장을 뒤집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이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2회 포스코그룹 이차전지소재사업 밸류데이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포스코홀딩스
"향후 3년간 포스코그룹 전체 투자비의 46%를 이차전지 소재사업에 쏟아 부어 2026년부터 이익을 창출하겠다."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사장)은 최근 열린 '제2회 포스코그룹 이차전지 소재사업 밸류데이'에서 이같이 밝혔으며, 이날 포스코는 2030년까지 총매출액 62조원을 달성할 계획도 함께 공개했다. 이는 지난해 설정한 2030년 목표(41조원) 대비 51% 상향된 수치다.
이들의 계획을 살펴보면 2030년까지 포스코홀딩스(005490)는 △리튬 42만3000톤(매출 13조6000억원) △니켈 24만톤(3조8000억원) △양극재 100만톤(36조2000억원) △음극재 37만톤(5조2000억원)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또 포스코HY클린메탈은 리튬·니켈·코발트 등 7만톤(2조2000억원)을 리사이클링(재활용)을 통해 생산하며, 포스코퓨처엠(003670)은 양극재 부문에서 매출을 거둔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차세대소재 9400톤(1조원) 양산도 계획에 포함됐다. 당초 지난해 목표는 △리튬 30만톤 △니켈 22만톤 △양극재 61만톤 △음극재 32만톤 등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이런 행보는 그들이 이차전지 소재사업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며, 기존 '국내 대표 철강회사'라는 이미지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며 "철강사업으로 얻은 수익을 활용해 이차전지 소재사업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양극재 사업은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 전용 공장 착공에 돌입했고, 음극재 사업은 △천연 △인조흑연 △실리콘계 등 전 제품의 생산 판매 체제를 마련한다. 리튬 사업은 아르헨티나 염호 3·4단계를 동시에 개발해 2027년까지 염호리튬 10만톤을 생산한다. 니켈 사업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제련사 합작을 통해 기술개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며, 이는 공급망 안전성을 확보하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이런 포스코의 변화는 최정우 회장이 신성장 사업 추진을 강하게 밀어붙인 결과이기도 하다. 최정우 회장은 취임 직후인 2018년 100대 개혁과제를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포스코의 철강 사업 비중을 전체 매출의 40%까지 줄이되 이차전지 사업은 지속 확대하겠다고 예고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차전지 소재사업이 급성장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며 "그동안 포스코는 철강에 대한 의존도가 강했지만, 이차전지 소재사업을 비롯해 지속 가능한 사업 부문을 많이 거느려,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