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대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 판단 기준'을 명문화한다. 1986년 대기업집단제도가 도입된 이후 2세로의 경영권 승계, 다양한 지배구조의 기업집단 출현, 기관투자자의 경영참여 확대 등 정책환경 변화에 따라 동일인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데 따른 조치다.
공정위는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 제정안을 마련해 30일부터 행정예고에 들어간다고 29일 밝혔다. 동일인은 공정위가 대기업집단에 각종 의무를 부과하는 기준점이다. 동일인을 판단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기업이 공정위 지정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절차를 신설하는 것이 이번 제정안의 핵심이다.
공정위는 동일인의 판단 기준으로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인지 △기업집단의 최고직위자인지 △기업집단의 경영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기업집단 내·외부적으로 대표자로 인식되는지 △동일인 승계 방침에 따라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결정됐는지 등 5가지를 종합 고려하기로 했다.
특히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 판단 시 최다출자자가 계열회사, 기관투자자일 경우 최상단회사에 대한 직접 지분 외에 국내외 계열회사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간접 지분도 합산해 자연인 중 최다출자자가 기준을 충족하게 된다.
'기업집단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는 대표이사 등 임원의 임면, 조직 변경, 신규 사업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나 업무집행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하는 자가 기준을 충족한다고 규정했다.
예를 들어 기업집단 '네이버'의 경우 이해진 글로버투자책임자(GIO)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제외 시 ㈜네이버의 최다출자자다. 또 GIO를 맡으면서 기업집단의 최고직위자로 있다. 이 GIO는 핵심계열사의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고, 네이버의 이사 전원이 이 GIO의 이사회 의장 시절 선임된 자들로 구성되는 등 동일인 기준을 충족한다.
또, 공정위는 해당 규정을 기준으로 볼 때 동일인으로 지정을 피해온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을 동일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기정 위원장은 "쿠팡 같은 경우 첫번째(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 세번째(기업집단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 네번째(기업집단 내·외부적으로 대표자로 인식되는 자) 요건은 충족을 하고 있다"며 "김범석 자연인이 저희는 동일인으로 볼 만한 실체를 갖추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동일인을 판단하는 과정에도 해당 기준을 적용한 결과 동일한 판단이 나왔으나, 통상 마찰 등 이슈를 고려해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판단하지는 않았었다.
공정위는 동일인이 사망한 경우 동일인을 변경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의식불명 등 일신상의 사유 △상당한 지분의 매각 △의결권 행사의 포괄 위임 △재직 중이던 주요 직위에서의 사임 등 동일인이 더 이상 지배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볼만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 동일인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동일인 변경 사유가 발생한 경우 원칙적으로 다음번 기업집단 지정 시에 동일인을 변경하되, 변경 사유가 기업집단 지정 시점에 임박해 발생해 물리적으로 당해 연도 반영이 어려운 경우에는 그다음 번 기업집단 지정 시까지 현재 동일인으로 유지할 수 있다.
특히 동일인을 변경하고자 하는 기업집단은 동 절차에서 공정위에 동일인 변경 의사를 표명해야 하며, 기업집단 측이 동일인 변경 의사를 표명하지 않더라도 공정위가 동일인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기업집단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협의 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
아울러 기업집단 절차적 권리를 제고하기 위해 공정위의 동일인 확인 결과에 이의가 있는 기업집단의 경우 공정위에 재협의(이의제기)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제정안을 통해 동일인 판단의 투명성 및 객관성이 제고돼 수범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동일인 확인 과정에서 기업집단이 공정위와 협의 및 재협의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기업집단의 절차적 권리가 두텁게 보장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