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규 상장 종목의 가격제한폭 완화 조치를 처음으로 적용받게 된 시큐센이 코스닥 시장에서 공모가(3000원) 대비 6150원(205%) 상승한 91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 이정훈 기자
[프라임경제] '따따블' 첫 주자인 시큐센(232830)이 상장 첫날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안겨줬다. 빚투(빚내서 투자)'를 우려한 증권사들이 미수거래를 중단했음에도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자,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공모주 투자에 훈풍이 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29일 시큐센은 코스닥 시장에서 공모가(3000원) 대비 6150원(205%) 상승한 91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 회사는 이날 오전 9시2분 공모가 대비 7030원(234.33%) 치솟은 1만30원까지 뛰기도 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을 60~400%로 확대 조치한 영향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6일 신규 상장 종목 주가를 상장일 최대 4배까지 오를 수 있도록 하는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업무규정 시행 세칙'을 시행했다.
당국 조치로 기존 '따상(시초가 2배 형성 후 상한가)'은 사라지고 따따블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개인투자자가 새내기주를 통해 고수익을 노릴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날 따따블 첫 주자 시큐센의 거래량은 투자 열기를 보여줬다. 시큐센의 장중 거래량은 약 1900만주로 상장주식수 1151만주를 훌쩍 넘겼다.
한탕에 대한 기대감은 일반투자자 공모 청약에서부터 드러났다. 시큐센은 지난 20~21일 이틀간 진행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1932.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하지만 한탕주의가 자칫 개미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가격제한폭이 확대된 만큼 손실률도 커졌기 때문이다.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하락폭은 기존 최대 37%에서 40%로 확대됐다.
이에 삼성증권(016360)·NH투자증권(005940)·한국투자증권·KB증권·신한투자증권 등 다수 증권사들이 상장 당일 미수거래 서비스를 제한했다.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일정 비율로 증거금을 내고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 종목을 매입하는 거래 방식이다. 해당 금액이 2거래일 이내 변제가 안 될 경우 증권사는 반대매매에 나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규 상장 종목에 대한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서 미수금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다"며 "상장 당일 미수거래 제한은 반대매매가 발생할 경우 투자자와 증권사들의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증권사들이 미수거래를 제한하더라도 당국의 가격제한폭 확대 조치 자체가 일반 투자자들의 청약 열기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다만 본격적으로 공모주 투자 열풍까지 바라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약세장으로 인해 대형 예비 상장사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윤정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일 시장변동성 확대 조치로 시초가부터 공모가의 따따블 수익이 가능해지면서, 신규 상장 종목 투자자들은 상장 후 장내 거래에 앞서 공모 청약 참여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기관과 일반 투자자의 수요예측 및 청약 경쟁률의 상향이 공모주 투자 분위기의 개선을 의미한다고 보기엔 어렵다"며 "공모 상장 종목 수는 평년과 유사하지만, 공모 규모는 현저히 낮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