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또다시 기술유출 문제가 불거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상대로 영업비밀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다.
2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롯데바이오로직스와 이 회사로 이직한 직원 3명을 대상으로 영업비밀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작년 7월 인천지법 일부 인용 결정을 받았다. 이후 다시 직원 4명을 형사 고발했다. 이 건은 올해 3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1명이 불구속 기소되는 결정이 나왔다.
삼성바이오는 몇 차례 롯데바이오로 이직한 직원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왔지만, 회사 자체를 상대로 가처분을 신청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롯데바이오로직스와 이 회사로 이직한 직원 3명을 대상으로 영업비밀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이번 법정 분쟁의 발단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전직한 직원들이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두 기업의 신경전은 2021년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전직을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업계에서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핵심 경영진으로 불리는 '이원직 사단' 구성원 모두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한 직원들이 퇴사 전 회사 내부 문서를 집중적으로 출력한 것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해 6월 롯데바이오 이직이 결정되자 삼성바이오에서 자신이 관리하고 있던 보안문서 등을 챙겨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롯데바이오로직스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이직한 직원들은 공정한 채용 과정을 거쳐 입사한 것이고, 영업비밀 침해 행위나 인력 유인 행위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의 인력 빼오기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삼성이 바이오산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던 2010년 LG생명과학(현 LG화학)은 자사 임원을 영입한 삼성에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지난해 GC녹십자(006280)는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상장 이후 이직하는 직원들이 늘어나자 상대 회사에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2016년부터 '보툴리눔 톡신'의 원료가 되는 균주와 생산 공정을 두고 다툼을 이어오던 메디톡스(086900)와 대웅제약(069620)도 기술유출 논란 사례에 해당한다.
메디톡스는 전 직원이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훔쳐 대웅제약에 제공해 불법적으로 취득,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대웅제약을 상대로 국내외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에서는 메디톡스가 일부 승소하면서 21개월간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나보타의 수입이 금지됐다. 이후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와 판매 수수료 등을 지급 받는 조건으로 합의하면서 미국에서의 기술유출 이슈는 일단락됐다.
국내에서는 민형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검찰은 5년 만에(2022년 2월) 해당 사건에 대해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메디톡스는 이에 불복해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한 상태다.
민사 소송의 1심 결과는 올해 2월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낸 영업 비밀 침해 금지 등 청구의 소에서 메디톡스의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 메디톡스도 맞항소를 진행 중이다.
제약바이오업계의 기술유출이 이어 지자 일부 기업에선 이를 막기 위해 비밀 유지, 동종 업계 이직을 금지하는 서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하지만 유죄를 입증하기 어려워 기술유출을 막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히려 기업 측에서 기술유출을 유도하고 있다는 전언도 들린다.
업계 관계자는 "이직한 직원이 가져온 기술을 통해 빠르게 기술을 개발할 수 있고 상용화할 경우 이를 통한 이익이 (기술유출로 인한) 소송비용에 비해 더 높기 때문에 법적 분쟁을 예상하면서도 이직을 회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통 이직한 직원의 기업들 측에서는 정당한 채용 절차에 의해 채용했다고 하지만, 분쟁 등을 충분히 예상하고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복되는 기술유출 논란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미국의 경우에도 법으로 강제해 정부가 개입하고 있다. 강력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