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간호법 제정안 등을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오는 17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앞서 3일 연가 투쟁 형식의 부분 파업에 이어 11일 연가 투쟁과 단축 진료 형식의 2차 부분 파업에 나선다.
의료연대에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의협 비대위원장)은 2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일 1차 연가투쟁에 이어 11일에도 전국 동시다발 2차 연가투쟁과 단축진료를 계획하고 있고, 이 같은 저항에도 불구하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17일 연대 총파업 등 수위 높은 투쟁을 불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간호법 갈등 쟁점 '지역사회'
간호법 제정안의 핵심은 의료법 내에 존재했던 간호 관련 내용을 별도의 법안으로 분리했다는 점이다. 간호사와 전문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구분했고, 간호사 등의 근무환경과 처우개선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의사협회와 치과의사협회 등은 간호법 단독 제정이 다른 직역들의 개별법 난립을 유도해 현행 보건 의료 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제정안의 일부 표현들이 간호사의 단독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간호법 제정안 등을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오는 17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앞서 3일 연가 투쟁 형식의 부분 파업에 이어 11일 연가 투쟁과 단축 진료 형식의 2차 부분 파업에 나선다. © 연합뉴스
논란이 된 것은 법의 목적을 규정한 제1조다. 간호법 제1조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의료의 질 향상과 환자 안전을 도모하며 국민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활동 영역에 '지역사회'라는 문구를 포함해 간호사가 병원을 벗어나 노인과 장애인 가정이나 사회복지시설에서 간호와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간호법 제1조에 명시된 '지역사회'를 근거로, 간호사가 단독개원을 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의협은 앞으로 시행령만 개정하면 단독개원과 관련한 조항을 추가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간호사가 의사 업무 범위를 침범하고,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돼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간호협회는 간호사의 개원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간호법 제정안에서 '지역사회' 문구를 삭제하는 중재안을 마련했으나 수용되지 않은 채 법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간호조무사들 또한 간호법 제정안에 거세게 반발하고있다. 해당 법안에는 간호조무사의 자격을 '고졸'로 정하고 있다. 이는 현행 의료법의 관련 규정을 따온 것으로, 간호조무사가 되려면 대학을 졸업했어도 직업계고나 간호학원을 다녀야 한다. 간호조무사협회는 '대졸자가 간호학원에 등록해야 자격을 취득해야 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보건당국 "휴진 자제" 강력 요청
의료연대의 부분파업과 총파업 계획에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의료현장 혼란 수습에 나선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2일 오전 8시30분 긴급상황점검반장인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주재로 제3차 긴급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해 13개 반대단체의 연가투쟁, 부분휴진과 관련한 상황을 확인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간호법 저지를 위한 13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 투쟁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는 박명하 의협 비상대책위원장. © 연합뉴스
박민수 제2차관은 "보건의료인 여러분들께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의료현장을 지켜주실 것"을 당부하면서 "휴진을 자제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또 "지자체는 휴진으로 인한 진료 공백이나 국민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관내 의료기관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지역의 병·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일반환자 진료와 응급실 운영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고 강조했다.
앞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간호법안의 국회 본회의 의결 이후 지난달 28일 세브란스병원 응급의료센터, 29일 서울요양원 등 의료 일선을 찾아 점검하는 한편 지난달 30일에는 단식 투쟁 중이던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장도 만났다.
조 장관은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우선으로 여겨야 할 가치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라며 "의료현장 공백으로 인한 진료 차질 등 국민의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적극적인 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복지부는 휴진에 대비해 응급환자 대응체계를 빈틈없이 구축하고 지방의료원, 보건소, 보건지소도 진료를 시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간호법 의결 후 의료현장 상황과 관련해 보건의료 재난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긴급상황점검반을 구성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