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제약·바이오업계가 항체·약물접합체(ADC) 사업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17조 시장으로 추정되는 ADC는 신체 안전성은 물론 효과가 높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삼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한국바이오협회 이슈 브리핑 '2022년 기준 항체-약물접합체(ADC) 임상 현황'에 따르면, 작년 57개의 새로운 ADC가 임상 1상에 진입했다. 2021년에 비해 90%나 증가했다.
ADC는 항체와 약물을 접합한 '항암제 기반 기술'이다. 항체와 암을 죽일 수 있는 세포 독성 약물(페이로드)을 링커로 연결해 암세포 등 특정 단백질에만 정밀하고 효과적으로 독을 투여할 수 있는 표적 암 치료법으로, 약효가 높고 부작용은 적은 '차세대 항암제'로 각광받고 있다.
이같은 특성 탓에 글로벌 빅파마부터 국내 기업들도 ADC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공동 개발한 ADC '엔허투'가 유방암에서 뛰어난 효능을 보인 후 대세로 급부상하면서 2019~2022년 전 세계적으로 8개의 ADC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고, 지난해에만 57개의 새로운 ADC가 임상 1상에 진입했다.

올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메이트랙에서 발표하고 있는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 삼성바이오로직스
화이자는 지난달 13일(현지시각) 미국의 시젠(옛 시애틀 제네틱스)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인수 조건은 한 주당 229달러, 총 430억달러(약 56조원) 규모에 달한다.
화이자는 항암제 분야에서 차세대 혁신을 가속화하면서 시젠이 보유한 ADC 기술 역량을 결합해 환자들에게 새로운 솔루션을 제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도 서둘러 ADC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직접 개발에 나서거나 기술도입, 공동개발, 투자 등을 통해 ADC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삼성물산과 함께 구성한 1500억원 규모 펀드를 통해 스위스 바이오 기업 '아라리스 바이오텍'에 투자했다.
아라리스는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ADC) 기술 개발 기업으로, ADC를 구성하는 링커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지분 투자를 통해 아라리스와 오픈 이노베이션 등 ADC 생산 협력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자인 스위스의 론자가 이미 ADC, 세포치료제 등의 위탁 생산을 하고 있는 만큼 회사 측은 ADC 생산 역량을 속도감 있게 갖출 것으로 보인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올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ADC 생산설비를 구축해 내년 1분기부터 본격적인 위탁생산개발(CDMO)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셀트리온(068270)은 국내 기업 피노바이오와 ADC 링커-페이로드 플랫폼 기술실시 옵션 도입 계약을 체결, 피노바이오가 보유한 ADC 링커-페이로드 플랫폼 '피놋-ADC'(PINOT-ADC)를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또,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141080)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제약사 암젠과 1조6000억원 규모의 ADC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으며, 최근에는 중국 파트너사인 포순제약에 기술 이전한 'LCB14'이 첫 임상 3상에 진입하는 성과를 냈다.
국내 전통제약기업들도 이미 ADC분야가 차세대 사업으로 선정하고 이미 기술을 도입하거나 ADC 신약 후보물질을 공동연구에 나선 상태다.
종근당(185750)은 최근 네덜란드의 생명공학기업 시나픽스(Synaffix B.V)와 항체-약물 접합체 기술 도입했다. 종근당은 시나픽스의 항체-약물 접합체 플랫폼 기술 3종 GlycoConnect™, HydraSpace™, toxSYN™의 사용권리를 확보하여 ADC항암제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동아에스티(170900)는 지난 2021년 3월 시리즈A 단계에서 80억원을 확보한 노벨티노빌리티에 10억원을 투자했으며 계열사 에스티팜은 2021년과 지난해 각각 15억원, 60억원을 사전기업공개(프리IPO) 단계 기업인 피노바이오에 투자해 ADC 분야에 진출한 상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최근 글로벌제약사 BMS로부터 인수한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북미 최고 ADC 위탁생산 센터로 키우겠다고 선언했으며, 한미약품은 북경한미약품 및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북경한미가 개발한 이중항체 플랫폼 '펜텀바디'를 적용한 ADC 공동연구 및 개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같은 ADC 분야의 진출은 기존 표적 항암치료제에 비해 안전성과 효과가 높은 것도 있지만 시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Strategic Market Researh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ADC 시장은 지난 2020년 35억달러(4조3998억원)이었으나 2030년에는 131억달러(16조4706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정현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15개의 ADC 치료제 중 10개의 치료제는 2019년 이후 승인받고 판매되기 시작했다"며 "이제 본격적인 ADC 항암제 시장 성장이 본격적으로 예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항암제라 불리는 ADC는 높은 안전성과 시장성으로 글로벌 빅파마뿐 아니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ADC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