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신뢰성이 추락하고 있다. 이들이 매수로 추천했던 종목들이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리면서, '돈으로 얽힌' 증권사와 위탁사 간 관계가 리포트 객관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뉴지랩파마(214870)와 셀피글로벌(068940)은 이달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현재 거래정지 중이다.
뉴지랩파마는 파산신청설과 감사보고서에 문제점이 있다는 점에서, 셀피글로벌은 회계상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지점에서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을 받게 됐다.
두 회사가 상장폐지 기로에 놓인 가운데, 이번 사태로 해당 기업들뿐 아니라 국내 증권사의 행적까지 공분을 사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매수 의견'을 내놓은 바 있지만, 무수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현재 사태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닫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증권(016360) △키움증권(039490) △흥국증권 △한양증권(001750) △상상인증권(001290) 등 다수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뉴지랩파마에 대해 긍정적인 리포트를 쏟아낸 바 있다.
이들 증권사는 모두 '곧 신약후보물질 상업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뉴지랩파마의 대사항암제 파이프라인 가치를 추켜세웠다.
특히 상상인증권은 뉴지랩파마가 거래정지에 들어가기 불과 두 달 전, 뉴지랩파마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내용까지 리포트에 담았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뉴지랩파마는) 올해 중 의미 있는 주가 변동성이 발생할 전망이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뉴지랩파마의 소액주주는 1만3000여명으로, 이는 전체 주식의 81.94%에 달한다.
만일 개인투자자가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믿고 주식을 샀다면 두 달 만에 주가가 무려 90% 폭락하고 거래정지 사태까지 고스란히 당하게 된 양상이다.
또 다른 문제로는 해당 회사의 재무 상태가 이미 심각한 부실 상태였지만, 이를 유의하라는 애널리스트는 없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뉴지랩파마의 부채총계는 517억원, 자산총계는 299억원으로 자본잠식률 217%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뉴지랩파마와 함께 최근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셀피글로벌 역시 유화증권(003460)과 한양증권(001750)이 지난해 8월23일과 9월2일 투자의견으로 '매수'를 추천한 바 있다.
작년 8월22일 5080원이었던 셀피글로벌 종가는 현재 778원이다. 투자자가 지난해 8월 리포트를 보고 매수했다면 무려 80% 이상의 투자금을 잃은 셈이다.
이처럼 부실기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리포트가 쏟아지는 주요 요인으로는 증권사와 위탁사의 관계가 지목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매도의견을 낼 경우 기업에서 미팅을 안 받아주는 등 부조리한 관행이 있다"며 "결국 기업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매수의견을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사태 관련, 상장사와 증권사의 뿌리 깊은 '갑을 관계'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증권사 수입의 대부분이 법인영업에서 나오고, 상장사와 사이가 좋을수록 많은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배경이 깔려 있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극히 높은 상황에서 매수의견으로 편중된 증권사 리포트는 개인투자자들의 판단을 저해할 소지가 충분하다"며 "금융감독원이 해외처럼 독립리서치를 활성화하거나, 특정 투자의견 비율 조정을 권고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