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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조원 국민연금 운영위에 '투자전문가 없다'

지난해 손실 97조원대…"법 제정 등 기금운영 전문화 필요"

이정훈 기자 | ljh@newsprime.co.kr | 2023.03.23 10:44:36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본사 전경. ⓒ 국민연금공단

[프라임경제] 국민연금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연금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를 위해 먼저 비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영위원회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원칙은 △수익성 △안정성 △공공성 △유동성 △지속가능성 △운용독립성으로 총 여섯 가지다. 수익성의 경우 국민의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불려나가기 위함이다.

하지만 최근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처참하다. 지난해 손실률이 무려 -8.22%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97조6000억원에 달한다. 기금 운용으로 900조원을 움직이는 국민연금이 10분의1 이상을 날렸다는 이야기다.

특히 1%의 이상의 적자는 지난해가 처음이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총 세 번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중 두 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0.18%, 미·중 무역 갈등이 있었던 2018년 -0.92%다. 이와 비교하면 지난해 -8.22%의 손실은 처참했다는 말로도 과하지 않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위)에 투자 전문가가 없다는 점을 문제로 꼽는다. 기금위는 정부 대표와 시민 단체, 노조, 사용자 대표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이 모여 5년 단위의 기금 운용 중기 전략을 심의 및 의결한다.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당연 정부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지난달 24일에는 검사 출신 한석훈 변호사가 기금위 상근전문위원에 선임되면서 전문성 논란도 불거졌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해외 주요 연기금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정부의 간섭과 개입을 배제하는 형태다. 국내와 다른 구성이라는 얘기다. 

물론 국민연금도 반박의 여지는 있다. 지난해 세계증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한 긴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해외 주요 연기금도 마이너스 손실을 보였다. 네덜란드 국민연금인 ABP는 -17.6%의 손실률을 기록했고, 노르웨이 GPFG는 -14.1%의 적자를 보였다.

얼핏 국민연금의 반박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연금 특성장 가장 중요한 장기 수익률을 들여다보자. 10년으로 늘려보면 국민연금이 해외 연기금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10년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캐나다 CPPI로 10%를 기록했다. 이어 △노르웨이 GPFG 6.7% △네덜란드 ABP 5.1% △일본 GPIF 5.7%다. 국민연금은 4.7%로 캐나다와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이런 와중에 국민연금은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세계적 투자은행들의 줄파산에 물린 돈만 2700억원 이상이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크레디트스위스(CS) 채권을 위탁운용으로 1359억원을 투자 중이다. 미국 뉴욕의 시그니처뱅크(SB) 주식은 35억원, SVB 주식과 채권은 1389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기금위의 구조적인 문제를 비롯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도 저조한 수익률에 한몫하고 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퇴사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인력은 137명이었다. 지난해에는 27명이 짐을 쌓다.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 후 인력이 100% 채운 적이 없다는 게 강 의원 측 설명이다.

이러다 보니 운용역 1명이 굴리는 자산 운용 규모만 무려 2조원에 달한다. 캐나다 2600억원, 네덜란드 6500억원, 미국 1조4300억원 등 해외 주요 나라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규모다. 

이처럼 문제가 드러나자 각계각층에서 연금 개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회의 국민연금 개혁안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국회는 지난해 11월 연금 개혁을 위해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자문위)를 설립했다. 자문위는 지난 2일 연금특위에 제출할 경과보고서 검토를 마쳤다. 그런데 이마저도 전문가들은 '속빈 강정'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뚜렷한 방향성이 없어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는 "기금 규모가 900조원이 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기금법 제정을 통한 기금운용 전문화를 이뤄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는 국민연금 기금의 지배구조가 법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 임의적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들에 대한 국회 청문 절차를 포함한 정밀한 법 제정과 함께 전문가 중심으로의 구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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