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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엠 인수 '쩐의 전쟁' 본격화…향후 쟁점 포인트는

가처분신청 결과에 달라질 지분 인수 방향…기업결합 심사 통과도 관건

박기훈 기자 | pkh@newsprime.co.kr | 2023.02.13 14:25:24

지난 10일 하이브가 에스엠의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소재 하이브 앞.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SM엔터테인먼트(041510, 이하 에스엠)를 놓고 '카카오-얼라인파트너스-現 경영진'과 '하이브-이수만'의 경영권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K팝 왕좌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쩐의 전쟁'이 예고된 가운데, 앞으로 남은 변수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 카카오, 하이브 등장에 '3일 천하'로 막 내려

지난 7일 에스엠 경영진은 긴급 이사회를 통해 카카오(035720)를 대상으로 1주당 9만1000원에서 123만주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와 동시에 9만2300원에 114만주의 전환사채도 발행했다. 해당 계약들을 통해 카카오는 에스엠의 지분 9.05%를 획득하면서 당당히 2대 주주에 올라섰다. 

해당 투자와 함께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에스엠은 3자간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급변하는 음악·콘텐츠 환경 속에서 다각적 사업협력을 통해 K-컬처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데 앞장설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당시 카카오 지분 인수는 그동안 시장에서 풍문으로 돌았던 에스엠 인수설에 종지부를 찍는 격이었다. 그 동안 에스엠 인수에 대해 공식적 언급을 피해왔지만, 본격적인 인수 작업의 시작점으로 보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하이브(352820)의 에스엠 인수 참전으로 카카오의 기세는 '3일 천하'가 됐다. 하이브는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에스엠의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8.46% 중 14.8%를 4228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에스엠의 단일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하이브의 에스엠 인수 참전에 대해 "올해 추정 음반판매량 750만장의 카카오엔터와 1900만장의 에스엠의 물리적·화학적인 결합 시 하이브(올해 추정 음반판매량 2900만장)급의 거대 경쟁자가 출현할 수 있다는 점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존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일반주주들을 대상으로 오는 3월1일까지 보통주 지분 25%를 주당 12만원에 공개 매수한다고 선언하면서 에스엠 인수전은 '점입가경'의 양상을 보이게 됐다. 

지난 7일 카카오는 에스엠의 지분 9.05%를 획득하면서 2대 주주에 올라섰다. ⓒ 카카오


◆ 궁지 몰린 '카카오-얼라인-現 경영진' 연합

하이브는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수만 총괄에게 의결권을 넘겨받기로 했으며,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주주 자격으로 향후 임시주주총회을 소집할 수도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보를 통해 하이브가 이사회 교체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에스엠 이사회를 꾸리고 있는 사내이사 3명(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박준영 비주얼앤아트센터장)과 사외이사(지창훈 전 대항항공 사장)은 모두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에스엠 이사회는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올해 정기주총에서 서로의 의견을 절충해 이사진을 꾸리기로 했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 이창환 대표가 기타비상무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 입성하기로 했다.

그동안 실탄을 보유한 카카오를 등에 업은 에스엠 이사회와 얼라인파트너스 측은 하이브의 난입으로 인해 곤경에 처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카오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받을 신주는 오는 3월24일에 상장이다. 사모발행된 전환사채는 2024년에나 주식으로 교환 가능하다. 

지분 보유율 역시 '하이브-이수만' 연대에 한참 뒤진다. '카카오-얼라인파트너스-現 경영진'의 지분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지난해 열린 글로벌 인프라 협력 콘퍼런스(GICC)에서 찬조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 신주발행취소 가처분신청 결과 '주목'

현 상황에서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은 카카오가 하이브의 행보에 적극적인 반격을 행할지의 여부다. 핵심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가처분 신청의 기각여부다. 

이 총괄 프로듀서는 "회사의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경영진이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 등 회사 지배관계에 대한 영향력에 변동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제3자에게 신주 또는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에스엠을 상대로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쉽게 말해 카카오의 지분 획득을 막아달라며 법에 호소한 것이다. 가처분 심문기일은 다음 주로 알려졌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카카오는 에스엠을 놔 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기각된다면 이 때부터 에스엠 주식 매수에 혈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선화·류은애 KB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입장에서는 약 2000억원을 지출해 얻은 9.05%의 에스엠 지분이 계륵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카카오와 에스엠의 시너지를 위해서는 하이브보다 많은 지분을 취득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에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가 12만원보다 더 높은 가격에 에스엠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신주발행이 경영상 목적이 아닌 경영권 분쟁 속 지배권 방어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판결여부와 하이브의 공개매수 종료일 이전 판결이 내려질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인용 시 카카오 향 신주발행은 취소되며, 기각 시 카카오의 추가 지분매입 여부 따라 주주구성 변화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카카오엔터는 지난 1월 11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유상증자를 통해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사우디국부펀드(PIF)로부터 1조2000억원을 조달하는데 성공했다"며 "성공적인 단독 상장을 위해 에스엠 인수 유인이 큰 상황이다. 카카오의 에스엠 인수 가능성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카카오에 대해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가 12만원보다 더 높은 가격에 에스엠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박기훈 기자


◆ 에스엠 인수, 남은 숙제는

에스엠 인수 관련 향후 주요 포인트 중 또 다른 과제는 독과점 우려에 따른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통과다. 공정거래법상 자산 또는 매출 3000억원 이상 기업이 자산 또는 매출 300억원 이상의 상장사 주식 15% 이상을 취득하기 위해선 해당 기업결합이 산업 내 경쟁을 제한하는지 판단하는 경쟁심사다. 

하이브는 일단 에스엠 지분 14.9%를 인수하지만, 공개매수 등을 통해 주식을 추가로 취득해 보유 지분이 15.0%를 넘게 되면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한다. 독과점 부작용이 우려되는 경우, 공정위는 지분 인수를 막거나 제한하는 등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심사 기간은 신고 후 30일 이내지만 120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

하이브 입장에선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공격'도 걸림돌이다. 에스엠 지분 1%를 보유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은 에스엠이 '에스엠 3.0' 멀티프로듀싱 전략을 실행할 경우 기대되는 매출·영업이익 상승 여력, 그리고 비핵심 사업·비영업자산·내부거래 정리를 통한 효율화 효과를 감안할 때 너무 낮은 가격"이라고 주장하며 하이브에 에스엠 지분 공개매수 가격을 높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인수 주체가 누가 되든 에스엠의 체질 개선은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박 연구원은 "하이브 인수로 경영진 교체 및 기존 SM 3.0 계획이 수정된다 해도 기존 최대주주 경영참여 제한과 동시에 멀티레이블 시스템이 도입될 것이며, 드림메이커와 SMBM 지분매입 통한 종속·관계기업 정상화도 진행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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