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3년여간 이어졌던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을 벗어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본격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과 함께 신약 개발에 큰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호실적도 이어지면서 3분기 만에 매출 1조 클럽에 6곳의 제약·바이오가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홀로 2조원을 넘기며 선두를 달렸다.
또한 제약업계는 신년을 앞두고 '새 판짜기'에 돌입했다. 경영진 개편이 속속 이뤄지는 가운데 경영권 승계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전통 제약사 6곳 3분기 매출 1조원 돌파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유한양행, 녹십자, 종근당, 광동제약 등 6곳의 올해 1~3분기 매출이 1조원을 넘었다.
전통 제약사 순으로는 GC녹십자가 1조2998억원(연결기준)으로 가장 많았고, 유한양행(1조2899억원·별도기준), 종근당(1조835억원·별도), 광동제약(1조518억원·연결) 등의 순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전경. ⓒ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은 4분기 1조 클럽 가입을 예고했다. 각각 올 3분기까지 매출 9804억원(연결), 8674억원(별도)을 기록 중이다. 현 추세라면 4분기 무난하게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 6개 전통 제약사는 지난해에도 연 매출 1조원을 넘겼다. 올해까지 모두 1조원을 넘긴다면 4년 연속 6개사가 매출 1조 클럽을 지키게 된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3분기 누적 매출이 2조358억원으로 집계되며 유일하게 2조원을 넘겼다.
수주 확대를 통한 공장 가동률 증가에 영향을 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누적 수주 건수는 CMO와 CDO(위탁개발)이 각각 73건, 100건이었고, 수주액은 85억 달러(약 12조1700억원)로 집계됐다.
셀트리온의 매출이 1조7733억원으로 집계되며 그 뒤를 이었다. 전년 동기(1조2900억원)와 비교하면 37.5% 증가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램시마의 공급 증가가 매출 확대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국산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개발 성공
올해에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비롯해 신약 부문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낸 해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6월 35호 국산 신약이자 국내 기업이 개발한 첫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개발에 성공했다. 2020년 초 개발을 시작한 지 2년여 만이다. 이로써 한국은 영국·미국에 이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모두 보유한 세 번째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스카이코비원은 9월부터 국내에서 기초접종(1·2차)과 추가접종(3차) 용도로 활용됐다. 다만, 최근 국내 백신 접종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데다 대부분의 수요가 2가 백신으로 몰리며 SK바이오사이언스는 스카이코비원의 생산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 바이오 신약 '롤론티스(롤베돈)'가 미국에서 허가를 획득한 일은 올해 가장 주목받은 K바이오 성과로 꼽힌다.
이는 국산 항암분야 신약으로는 첫 허가 획득이며, 글로벌 신약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34호 국산 신약 '펙수클루'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36호 국산 신약 '엔블로' 개발에 성공했다. 엔블로는 SGLT-2(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 2) 억제제 계열의 당뇨 신약이다. 대웅제약은 내년 하반기 엔블로를 국내 시장에 출시해 3년 내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M&A 활발…미국 상장사도 인수
올해는 R&D 투자뿐 아니라 M&A도 어느 때보다 활발한 한 해 였다. 특히 소규모 딜만 있었던 이전과 달리 미국 상장사 인수 등 '빅딜'이 잇달았다.
LG화학은 FDA 승인 신장암 치료제를 보유한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5억6600만달러(약 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이 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LG화학은 아베오 지분 100%를 인수한다.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는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과 함께 신약 개발에 큰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 연합뉴스
동아에스티(170900)는 지난달 나스닥 상장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 인수를 확정하고 최근 자회사로 편입했다. 총 인수 금액은 3700만달러(482억원)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과 나스닥 상장사로서 자금 조달이 용이한 뉴로보의 장점을 토대로 자사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를 가속화하고, 뉴로보를 동아쏘시오그룹의 글로벌 R&D 전진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올해 6월 출범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00억원을 들여 미국 시러큐스 소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의약품 공장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얼마 남지 않은 2022년 안에 시러큐스 공장 인수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진단키트 판매로 외형이 크게 늘어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7월 미국 체외진단 기업 메리디언 바이오사이언스를 총 2조원 규모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인수 규모 중 가장 큰 금액으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SJL 파트너스와 함께 메리디언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된다.
◆경영진 개편…3세 경영 본격화
올 한 해 제약사들의 승계는 일동제약이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3월 제6기 정기 주주총회서 故윤용구 일동제약의 창업주의 손자이자 윤원영 일동홀딩스 회장의 장남인 오너 3세 윤웅섭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신임이 가결됐고 보령 역시 창업주 김승호 회장의 손자인 김정균 보령제약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한독도 올해 3월 정기 주총에서 창업주 3세인 김동한(38) 경영조정실 상무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김 상무는 창업주 고 김신권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김영진 회장의 장남이다. 2014년 한독에 입사한 후 팀장, 실장, 이사를 거쳤다.
제일약품의 한상철 부사장은 내년 1월1일 자로 사장으로 승진한다. 신임 한 사장은 제일약품 창업주인 고(故) 한원석 회장의 손자이자 한승수 제일파마홀딩스 회장의 장남이다. 현재 지주회사 제일파마홀딩스의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동생인 한상우 상무는 전무로 승진한다.
대원제약의 오너 3세인 백인환 전무(38)도 경영 총괄 사장으로 승진했다. 백 사장은 창업주인 고 백부현 선대회장의 장손이자 2세인 현 백승호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미국 브랜다이스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2011년 대원제약 전략기획실 차장으로 입사했다.
해외사업부, 헬스케어사업부, 신성장추진단 등을 거친 백 사장은 최근까지 마케팅본부를 이끄는 등 회사의 경영 전반에 걸쳐 경험을 쌓았다.
올해 3세 경영을 시작한 보령은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의 장남 김정균 대표이사를 필두로 신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우주 헬스케어에서 회사의 미래성장동력을 찾기로 하고, 올해 초 CIS(Care In Space)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특히 전날 미국 휴스턴에 본사를 둔 세계 최초의 민간 상업용 우주정거장을 가진 액시엄 스페이스에 5000만 달러를 전략적 투자한다고 밝히면서 지난 1월 1000만 달러 투자를 포함해 액시엄의 지분 2.68%를 보유하게 됐다.
창립 50주년을 맞는 한미약품그룹도 최근 인사를 단행하면서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 세 자녀의 후계 구도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한미약품에서 연구개발(R&D)의 중추적 역할을 맡아왔던 권세창 대표이사와 이관순 부회장은 용퇴를 결정,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고문으로 위촉됐다. 이에 따라 권세창·우종수 공동대표 체제에서 우종수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우 대표 외에 경영진 합류가 우선 거론되는 인물은 한미약품 오너 2세인 임종윤(미래전략) 사장과 임주현(글로벌전략, HRD) 사장, 그리고 임종훈(경영기획, CIO) 사장이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3남매가 회사에서 사장으로 활동하는 가운데 이중 특정인이 향후 대표로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 3세들의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이들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성장동력 발굴, 신약 개발 확대 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