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코스피가 연초 대비 19.7% 하락했다. 한때 G20 국가 중 연간 상승률 1위였던 코스피 지수가 현재는 낙폭이 큰 지수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사진은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 모습. = 이정훈 기자
[프라임경제]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 여파에 국내 증시가 맥없이 무너졌다. 작년까지 호황기였기에 충격은 크게 느껴진다. 당분간 주식시장은 잡히지 않는 물가로 인해 방향성 없는 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올 초 2988.77로 시작했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 14일 2399.25까지 추락했다. 이는 19.7% 하락한 수준이다. 작년까지 G20 국가 중 연간 상승률 1위였던 코스피가 현재는 낙폭이 큰 지수 중 하나로 불명예를 안고 있다.
◆세계적 물가상승…中 봉쇄조치까지 '겹악재'
올해 약세장은 전 세계 긴축 행보와 원·달러 환율 급등 등 여러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원인은 한곳을 가리키고 있다. 바로 물가다. 전 세계가 물가를 잡기 위해 파격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나 쉽사리 잡히지 않고 있다. 이러한 원인으로 국내증시에 돈줄이 마르고 있다.

지난 10월16일 우크라이나 기독교 협회인들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러시아 침략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물가 상승을 부채질했던 가장 큰 원인은 단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양국의 전쟁으로 인해 국제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공급망 문제가 촉발됐다. 공급망 문제는 두 국가의 주요 수출품인 석유, 원자재, 농산물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았다. 전 세계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김보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유례없는 규모의 양적완화를 시행했고, 이로 인해 금융시장 및 실물시장에 유동성이 급증한 상황"이라며 "중국 봉쇄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문제까지 생겨 올해 물가가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제유가 급등으로 에너지 대란이 시작돼 연쇄적으로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이는 석유가 필요한 모든 물품에 생산 차질을 겪으면서 물품 가격, 원자재, 물류비 등을 상승, 견인했다.
원자재의 경우 블롬버그는 팬데믹 확산 초기 저점 대비 지난 6월 128%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올해 들어 높은 물가 물가상승률 지속 및 향후 수출 둔화를 우려해 기준금리를 지속 인상했다.

국내 주요부문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 통계청
우크라이나 주요 수출품인 밀과 옥수수 등도 공급에 차질이 생겨 국제 식량 가격이 급등했다. 상황이 이렇자 주요 곡물 생산국들은 자국민의 농수산물 가격을 안정화하고자 주요 곡물 수출량을 제한했다. 즉 국가끼리 연결됐던 식량 수출이 자국우선주의로 돌아서면서 식료품 물가가 상승했다는 의미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재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상하이와 베이징 등 봉쇄 조치를 시행했다. 세계 공장의 중심인 중국이 문을 닫으면서 물품 생산 및 수출이 큰 타격을 입혔다.
◆연준·한은 금리인상에도 물가는 오리무중…거래대금 메말라
동시다발적인 물가 상승 요인으로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올해 초만해도 물가 잡기에 자신감을 내비쳤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어느새 7번이나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 연합뉴스
연준은 지난 3월 베이비스텝(0.25%p)을 시작으로 5월 빅스텝(0.5%p), 6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연속 자이언트스텝(0.75%p)을 밟았다. 12월에는 다시 한 번 0.5%p의 금리를 인상했다. 그럼에도 물가는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4일(현지시각)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하락한다는 확신을 가지려면 상당히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할 것"이라며 "여전히 금리 인상에 있어 갈 길이 남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내려가는 증거가 보일 때까지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물론 미국과의 금리 역전차를 우려해 지난해 8월부터 0.25%p씩 금리를 인상했다. 지난 7월과 10월에는 건국 이래 처음으로 빅스텝을 두 번 밟았다. 그 결과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3.25%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 기간 대거 풀었던 각국의 유동자금은 다시 자국으로 회수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달러를 자국으로 들고 돌아가면서 한국시장에서 많은 달러가 빠져나갔다. 결국 달러의 수요는 급증하고, 원화 수요는 적어졌다. 이에 따라 달러는 강세를, 원화 가치는 하락하게 됐다.
이는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간 코스피 거래대금은 지난해 3825조원에서 올해 2120조원으로 절반 가까이 반토막났다. 외국인의 경우 올해 코스피에만 6조5368억원의 '셀코리아'를 보였다.
'동학개미운동'이라고 불릴 만큼 국내 증시 주역이었던 개미들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개인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0년 47조4907억원 △2021년 65조9021억원 △2020년 17조8761억원을 순매수했다. 올해의 경우 작년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 증발됐다.
올해 12월에는 '산타랠리'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은 10월 미국 물가지표가 둔화했다는 소식에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감은 최근 미국 고용지표 등 각종 지표로 인해 눈 녹듯 사라졌다.
이에 대해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한 달 만에 2400을 하향 이탈해 약세장 속 반등이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며 "원화 가치 상승 주춤, 외국인 순매도 전환, 거래대금 감소 등으로 증시는 방향성 없는 장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