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빚투‧영끌로 재미본 증권사…이자만 1조2400억

신용거래융자 이율 금리인상때마다 상승…예탁금 이용료율은 0%대

이정훈 기자 | ljh@newsprime.co.kr | 2022.11.29 13:47:35

여의도 증권가 전경. ⓒ 연합뉴스 편집

[프라임경제] 금리인상으로 증시가 약세장을 보이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높은 이자율로 재미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빚투‧영끌족들의 신용거래융자를 이용해 이자장사를 하면서 개미만 울고, 증권사는 웃고 있는 모양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투자자의 보유주식 등을 담보로 잡고 일정 기간 주식매수자금을 빌려주는 대출이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기간 단위별로 이자율을 나누고, 기간이 길수록 금리를 높게 책정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10%대에 가깝다. 반면 개미들이 돈을 맡기면 받을 수 있는 예탁금 이자율은 0~1%대다. 이자장사를 하면서 증권사들이 막대한 이익을 챙기기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29곳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평균 8.7%(기간 151~180일)다. 9% 이상의 이자율을 부과하는 증권사가 19개사에 이른다. 

증권사별 이자율을 살펴보면 151~180일 기준으로는 삼성증권(016360)이 최대 10.1%로 가장 높았다. 이어 KB증권, 대신증권(003540), 미래에셋증권(006800), 신한투자증권이 9.8%로 두 번째다. 이외에도 상상인증권(001290), BNK투자증권, 신영증권(001720)을 제외하고 대부분 증권사가 8~9%대를 보였다. 심지어 하나증권은 1~7일 기준으로 7.9%의 이자율을 받고 있다.

증권사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 금융투자협회 자료 캡처


이토록 증권사의 이자율이 높은 배경은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이다.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최종 산정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영향으로 증권사들의 이자장사 수익은 1조원을 넘어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29개 국내 증권사가 개인 신용거래융자를 통해 얻은 이자수익은 1조2467억원이다.

증권사별 이자수익은 삼성증권이 2021억원으로 가장 많이 벌었다. 이어 키움증권(039490) 1818억원, 미래에셋증권 1711억원, NH투자증권(005940) 1505억원 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또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높일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여온다. 예고한 증권사만 11곳이다. 이 중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8일부터 신용금리를 연 0.1~0.5%p 인상했다. NH투자증권도 오는 30일 매수 체결분부터 금리를 0.2~0.7%p 올릴 계획이다.

나머지 9개 증권사(메리츠·다올·신한·부국·유진·이베스트·한화·BNK·SK)는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신용거래 이자율 인상에 들어간다고 예고했다. 특히 메리츠증권(008560)은 내달 1일부터 신용융자 이자율을 연 0.2%p 인상한다. 올해 들어 여섯번째 인상이자, 최근 인상일로부터 한 달 만이다.

반면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돈을 맡기고 받는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은 0%대에 불과하다. 증권사 29곳의 이용료율은 평균 0.33%로 집계됐다. 0.1% 이자율만 지급하는 증권사도 6개사나 된다. KB증권(1.03%)과 토스증권(1%) 두 곳만 1%를 넘겼을 뿐이다. 

개미들의 불만이 높은 이유는 중권사들의 예대금리 격차가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현저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시중은행(국민·우리·농협·신한·하나)의 예대금리차는 평균 1.5%다. 반면 대형 증권사(미래·한국·삼성·NH·키움)의 예대금리차는 8~9%대를 기록하고 있다. 증권사 29곳의 평균을 포함해도 8.5%에 근접하다.

결국 개미들 사이에서 증권사가 본연의 기능을 저버린 채 물 들어올 때 노 젓듯 금리 인상기에 맞춰 이자장사에만 몰두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증권사 주관 새내기珠들이 공모가 하회를 연일 기록하면서 신뢰를 저버린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증권사도 영리를 추구하는 법인이기에 예대마진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은 당연하지만, 현 상황은 문제가 심각하다"며 "증권사는 폭리를 취하는데, 투자자는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하는 부분이 전혀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내 투자해도 수익을 얻기란 어렵다는 점이다. 통상 신용거래로 빌린 돈을 통한 투자는 강세장에선 유동성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약세장에선 하방 압력을 키운다. 주가가 일정 담보비율을 하회하면 증권사의 반대매매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각 그룹별 평균 신용융자잔고 비율을 분석한 결과 투자위험도가 높은 주식일수록 신용융자잔고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2021년 9월 기준 신용융자잔고 비율은 소형주의 경우 평균 3.1%다. 반면 대형주는 1.1%다. 고변동성 그룹은 평균 3.2%이지만, 저변동성 그룹은 평균 1.9%에 그쳤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융자를 활용하는 개인투자자는 높은 투자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며 "투자위험도가 높은 종목이나 업종에서 신용잔고 비중이 높게 관찰되는 점은 향후 증시의 하방위험이 가중될 경우 신용융자가 주가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