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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 가슴에 대못박은 제헌 60주년 국회

녹화 보러 몰려올 것 뻔한상황에 배려無,대처엔 혼선만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8.07.17 15:55:51

   
   
[프라임경제] 국회(의장 김형오)가 제헌 60주년을 맞이해 행사를 야심차게 기획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행사들이 일반 국민들과 동떨어지게 운영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미 국회는 레이져 쇼가 에너지 낭비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바 있는데, 이번에는 대의기관인 국회의 존립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들을 행사에 도외시하고 편의에 따라 운영하고 있는 것.

17일 저녁 국회 본관 앞 잔디정원에서는 한국방송 '열린음악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전날부터 의자 배치와 무대 점검 등 행사 준비가 한창이다. 인기있는 프로그램인 데다가 초대 가수진이 화려해 많은 기대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국회 경내. 잔디밭에 나무그늘이 있어 쉴 정도는 되지만 일반국민이 먼저 들어가는 게 쉽지 않다. 특히 17일 국회는 어린 여학생들에게 문턱이 높았다.>  
   
  <사진=국회 담장 밖에는 인파가 장사진을 쳤다.>  

이에 따라 방청객으로 참관을 원하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앞에 앉기 위해 국회 앞에 일찍부터 나타났다.

문제는 어린 소녀팬들을 중심으로 한 일반인 방청객들이 국회의 편의주의로 고생을 겪은 것. 이들은 인기 가수의 공연 모습을 조금이라도 앞에서 보기 위해 정오 이전부터 길게 줄을 형성했다. 오전 11시 40분 무렵에 이들이 늘어선 줄은 이미 50미터 이상. 그러나 따가운 햇살 아래 늘어선 이들을 위해 제공된 편의나, 국회 안으로 줄을 옮겨보려는 국회 차원의 검토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오후 1시경 국회 홍보과에 문의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을 사무처에서 국회 밖에 줄을 세운 것이 아니며", "일부는 알아서 자유롭게 들어와 잔디밭 등을 거닐고 있지 않느냐"는 답변이 들어왔다.

그러나 이후 진행 과정은 이 상황에서 별로 나아지기는 커녕, 더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후 2시 40분경에는 오히려 국회 안에 들어가 그늘에서 휴식을 즐기던 어린 여학생들마저 밖우로 내밀려 "전부 줄을 서라"라는 쪽으로 일이 풀린 것.

담장 밖에서 장사진을 치며 앞줄에 서 있던 여학생들은 "입장을 막지 않는다고 홍보과에서는 설명하고 있는데 왜 몇 시간째 밖에 있느냐?"는 질문에 "직원들마다 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부 사무처 직원들의 생각과는 또 다르게 경호쪽에서는 질서유지를 이유로 줄을 서도록 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또 "처음 줄을 설 때 자체적으로 200번까지 번호를 파악했는데, 경호직원들이 이를 무시해 일부 뒤에 온 사람들부터 안으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문제가 되자 안에 먼저 들어간 사람들도 모두 밖으로 내보내고 있어, 우리는 이들을 뒤로 가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우리끼리 자체번호도 적었는데 ㅠ_ㅠ>  

이 와중에도 정장 버지에 귀에 와이어를 꽂은 경호담당 직원들은 "4열 종대로 서 달라"고 질서유지를 당부했다. "국회 밖에 줄 세우는 게 아니다"라는 홍보과 직원들의 설명은 틀린 셈.

그렇다고 장사진을 펼치며 늘어선 이들에게 차양이나 물 같은 최소한의 호의를 미리 마련한 것도 아니어서, 이들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국회로서는 방문객들의 편의 제공 못지 않게 질서유지 책임도 있고, 부서간에 손발이 맞지 않을 수 있으나, 일반 관객이 몰릴 것이 분명한 행사를 유치하면서 어느 정도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점은 외국 입법부에서도 배우러 오는 선진 정치 현장인 우리 국회에는 걸맞지 않아 보인다. 또 향후 대국민 행사를 기획할 때에는 사소한 점까지 배려하는 방안이 마련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정문도 아니고 국회 도서관쪽 쪽문에 줄을 늘어선 소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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