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얼어붙은 IPO 시장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증시불안·금리인상 악영향…수요예측 기업들 상장도 '물음표'

박기훈 기자 | pkh@newsprime.co.kr | 2022.11.18 13:14:59

IPO 시장에서 4분기는 보통 성수기로 여겨지지만, 올해는 상장을 철회하거나 공모 흥행에 실패하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 박기훈 기자


[프라임경제] 연말은 IPO 성수기다. 하지만 올해는 차갑기만 하다. 상장 철회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兆 단위' 몸값을 자랑하는 업체들이 IPO 시장을 노크했다. 이로 인해 국내 증시에 '훈풍' 기대감이 높았었다. 문제는 기대만큼 실망감만 더 커졌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시장 전반이 위축되면서 연말까지 추가로 상장을 포기하는 기업들이 나올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대어급'으로 분류되던 밀리의서재와 제이오가 이번 달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KT 계열 전자책 구독 플랫폼 업체인 밀리의서재는 IPO 기자간담회에서 "성장을 위한 투자를 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 계획대로 상장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회사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 받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을 들어 지난 8일 상장을 철회했다. 

◆ 대어급 기업, 연기‧철회 잇따라

이차전지 도전재용 카본나노튜브(CNT) 개발업체인 제이오도 같은 날 상장을 철회했다. IPO 시장에서 환영받는 이차전지 관련 업체라는 점, 최대 6000억원 규모 시가총액을 목표로 했던 코스닥 중형급 주자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기대한 만큼 주문을 이끌어내지 못해 철회를 결정하게 됐다.

바이오 컨텐츠·동물진단 글로벌 선도기업 바이오노트(대표이사 조병기)는 이달 IPO 일정을 다음 달로 연기했다. 당초 올해 상반기 실적을 기반으로 증시에 입성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줄면서 실적 피크 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가 커지자 IPO를 위한 기관수요예측 일정을 다음달 8~9일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연내 코스피 상장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IPO 시장은 얼어붙은 투심에 긴장감이 팽배하다. '대어'로 분류됐던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오일뱅크, SK쉴더스, 원스토어 등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후 상장을 철회했다. CJ올리브영, SSG닷컴 등은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 

IPO 시장에서 4분기(10월~11월)는 보통 성수기로 여겨진다. 비상장 기업의 연간 실적이 확정되는 3월과 4월 이후부터 상장 절차가 시작되면 연말에 상장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불안한 증시 상황과 금리인상에 따른 유동성 문제까지 대두되면서 하반기에도 상장을 철회하거나 공모 흥행에 실패하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달엔 골프존커머스와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수요예측 흥행 부진에 상장을 철회했다. 골프존커머스의 경우엔 희망 밴드(1만200~1만2700원)를 크게 밑도는 7600원으로 공모가를 낮췄지만 결국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이밖에도 하반기에 상장한 쏘카, 더블유씨피(WCP), 루닛, 에이프릴바이오,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샤페론, 플라즈맵, 큐알티, 엔젯, 윤성에프앤씨, 디티앤씨알오 등 11개 기업이 희망 밴드 하단보다 낮은 수준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유경하·유진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기관 수요예측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당장 이익을 내고 있거나 낼 예정이면서 공모 규모가 작고 상장 직후 유통주식 수 비중이 크지 않은 기업들 위주로 수요예측에 성공하고 있다"며 "지난달 말까지 스팩과 리츠를 제외한 총 61개 기업 중 22개가 공모가밴드 평균가액 이하에서 공모가를 확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달 최대 20여곳의 기업이 수요예측을 실시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만 이들 이 최종 증시 상장까지 마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현재진행형이다. 올 하반기 IPO 최대어로 묶였던 컬리의 경우 상장에 대한 강행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가치를 4분의 1로 할인해 공모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스팩과 리츠를 제외한 총 61개 기업 중 22개가 공모가밴드 평균가액 이하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 박기훈 기자


◆ 공모액 축소 등 안간힘…내년 상반기까지 불확실성 높아

이러한 흐름은 역대 최고 호황기를 맞았던 지난해 IPO 시장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등이 신규 상장했던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IPO 공모 금액은 17조원이었으며, 신규상장 기업의 시가총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8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상장예정기업과 IPO 주관사가 투자자 확보를 위해 공모가밴드 하향, 공모액 축소, 기존 투자자 보호예수 비율 증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이차전지나 폐배터리 관련주처럼 소위 '잘 나가는' 소수의 테마주를 제외하면 좀처럼 시장 분위기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유 연구원은 "최근 IPO 시장 부진은 인플레이션 위험 확대와 금리 상승이라는 매크로 변수가 주된 원인"이라면서 "금리 상승은 공모 투자자의 요구 수익률을 높이는 역할을 하기에, 이전과 같은 공모 조건으로는 투자자를 끌어모을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미 연준 기준금리 인상이 일단락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러한 흐름은 계속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경기침체로 실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IPO를 준비 중인 기업들이 연말에 증시 흐름을 눈여겨보면서 상장 시기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편,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들의 상장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내년으로 상장을 미룬다고 해서 더 높은 가치에 상장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수요예측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조달 규모가 확정되는 스팩합병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도 증가 추세다. 올해 연말까지 스팩합병을 통해 상장하는 기업 수는 25개 내외다. 이는 2010년 스팩 제도를 도입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종전 최고치는 2017년의 21개였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