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합성
[프라임경제] 원·달러환율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대부분 업종이 울상이지만, 고환율 수혜주인 자동차 관련 업종은 미소를 짓고 있다. 해당 업종은 '킹달러' 수혜로 3분기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동차 관련 대장주인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하 LG엔솔)은 이달 들어 주가가 각각 1.5%, 0.2%, 4.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9% 하락에 그친 것과 비교해보면, 나름 선방한 상승폭이다.
이들 기업이 상승세를 보인 배경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사자' 행보가 자리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만 1조5544억원의 '셀코리아'를 보였다. 하지만 세 종목은 적극적으로 물량을 담아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외국인은 LG엔솔, 현대차, 기아를 각각 2471억원, 1943억원, 1337억원 사들였다. 이는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으로 살펴봐도 각각 1위, 3위, 5위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 초부터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달러환율이 급등했지만, 세 종목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은 꾸준했다. 외국인은 지난 6개월간 LG엔솔(1조6000억원) 다음으로 현대차(1조1227억원)와 기아(9165억원)를 가장 많이 샀다.
이처럼 이들 기업은 고환율에 따른 약세장에도 외국인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환율 상승에 따라 수입 대비 수출 비중이 높아 수익성 개선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업종은 환율이 10% 상승하면, 마진은 3.3%p 개선된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환율 상승에 따른 긍정적 효과는 대체로 마진에 영향을 준다"며 "업종 선택에 있어 중요한 부분은 마진 효과를 누리기 위해 매출액 전망 자체가 증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 12개월 선행 매출액은 작년 초보다 25% 가량 증가했고, 이익률 전망치도 지난해 초 5% 초반에서 현재 6.5%까지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2분기 현대차와 기아는 환율 상승으로 각각 6410억원, 5090억원의 영업이익 증대 효과를 누렸다. 여기에 두 기업은 매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기준금리가 더 오를 경우 고환율 효과를 더욱 기대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이들 기업의 3분기 실적을 밝게 전망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현대차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4조4744억원, 2조7263억원이다. 이는 직전 분기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8102억원, 6887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기아도 3분기 매출액(21조8771억원)과 영업이익(2조1248억원)이 3개월 전보다 각각 1조6330억원, 5038억원 늘어났다.
특히 외국인이 이들 기업을 주목하는 이유는 2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모두 늘어난 업체가 테슬라, 포드, 현대차, 기아뿐이기 때문이다. 지난 7~8월 미국 판매량을 살펴보면 현대차(0.3%)와 기아(3.6%)는 증가하고 있지만 △도요타(-15.2%) △혼다(-43%) △닛산(-31.9%) 등 일본 업체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인센티브를 가장 크게 줄이면서 역대 최고 점유율을 경신 중"이라며 "현재의 점유율은 일시적 반사이익이 아닌 성공적인 라인업 확대의 결과로, 경쟁업체 대비 낮은 인센티브는 한국차에 대한 거부감 감소와 브랜드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전경. ⓒ 현대자동차
다만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남겨진 숙제다. 미국이 IRA를 통과시키며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자국 내 생산 제품에 국한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미국 수출 타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신공장 증설기간 단축과 달러 강세 효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며 과도한 우려라고 일축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당초 내년 상반기로 계획했던 조지아 전기차 공장 착공 시점을 오는 10월 조기 착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계획대로하면 2024년 하반기 전기차 생산이 가능하다. 조지아 전기차 공장은 연산 30만대 규모로, 현대차는 이후 증설을 통한 생산능력 확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기존 미국 공장의 활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차는 알라바마에, 기아는 조지아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두 공장은 현재 현지 전기차 생산이 이뤄지진 않고 있지만 △아이오닉5 △EV6 △EV9 생산을 위한 라인 전환 분석도 나온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8~10월 우려됐던 아이오닉5, EV6에 필요한 전력 반도체 공급 문제가 해결되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다시 2위로 복귀할 것"이라며 "미국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고성장함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의 성장 스토리가 재부각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