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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이 여성혐오 범죄?… 젠더 논쟁보단 인식 바뀌어야

법원‧경찰 등 경범죄 취급… 여‧야,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 처벌 강화 약속

박성현 기자 | psh@newprime.co.kr | 2022.09.21 10:28:33
[프라임경제] #여성 A씨는 남성 B씨로부터 스토킹을 당했다. 평소 동네 친구에서 연인 사이로 깊어졌지만, 헤어진 후 꾸준한 집착을 당했다. A씨에 따르면, 집 앞까지 찾아오는 것은 물론 1층에서 날마다 고해성사도 이루어졌다. 이야기를 요구하면서 찾아가겠다는 협박도 일삼았다. 또, 평소 알고 있던 1층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에 찾아와 초인종을 누르기도 했다. 다행히 경찰 신고로 무마됐지만, 지금도 그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스토킹이 사회문제화되면서 처벌법이 지난해 10월 본격 시행됐다. 기존의 경범죄로 분류되던 스토킹을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처벌한다는 점으로 진일보한 셈이다. 문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있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스토킹이 여성혐오 범죄인가를 놓고 젠더 갈등도 심화된 분위기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스토킹 범죄로 인한 피해 건수는 총 7715건에 달한다. 이로 인한 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도 증가했다. 

연도별 범죄피해자 안전조치를 범죄 유형별로 분석한 통계자료. ⓒ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0월부터 통계가 운영된 스토킹 범죄로 인한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는 2021년 1428건에서 2022년 7월 3818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스토킹이 여성혐오 범죄인가 여부다. 위성곤 의원실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 피해자를 연도·성별로 살펴보면 △2021년 남성 194건 △2021년 여성 800건 △2021년 미상 29건이다. △2022년 1~8월 남성 1095건 △2022년 1~8월 여성 5428건 △2022년 1~8월 미상 198건이다.

연도별 스토킹 범죄 발생 건수 ⓒ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살펴보면 여성 피해 비율이 80%에 달한다는 특징이 있다. 여성혐오 범죄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신당역 살인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냐는 질문에 "남성과 여성의 이중 프레임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김현숙 장관이) 틀렸다. 신당역 사건은 분명한 여성혐오 범죄로 그릇된 남성문화, 성차별의식이 만든 살인이다"라고 언급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 폭력적인 대응을 남자 직원이 한 것 같다던 민주당 서울시의원의 2차 가해도 여성혐오 범죄, 젠더폭력이라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준다"고 밝혔다. 또한 20일 진보당 당원들이 신당역 살인사건 피해자에게 애도의 뜻을 밝히면서 여성 혐오 젠더폭력 근절을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페미니즘에 우호적인 여성단체, 진보 성향의 정치인 일부가 스토킹 범죄로 인한 신당역 살인사건을 놓고 여성혐오 범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부산 소재 유흥업소에서 일했던 남성 직원 C씨는 여성 손님 D씨(40대)로부터 스토킹을 당했다. 손님으로 만난 D씨는 C씨에게 관심을 보였고, 데이트는 물론 C씨 마음을 얻기 위한 각종 선물 공세를 아끼지 않았다. 문제는 C씨가 D씨와의 만남을 거절하면서 촉발됐다. C씨가 개인 사정을 이유로 더 이상 만남을 거부하자 D씨의 스토킹이 시작됐다. 가게를 찾아와 행패를 부리고, C씨 동태를 감시했다. 밤마다 찾아와 초인종을 누르면서 만남도 강요했다. 피해자인 C씨는 "일부에서는 여성만이 스토킹 피해자라고 하지만, 이는 잘못된 사실"이라며 "남성도 충분히 스토킹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일부의 잘못된 발언은 젠더갈등을 부추기는 원인"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PC방 살인사건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남자였고, 스토커 중엔 여성도 있다. 스토킹 범죄를 여성혐오 범죄라고 싸잡아서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그 각각의 범죄 양상이 다르고 정책도 달라져야 하는데 대책이란 게 나올까"라고 되물었다. 이는 범죄피해자를 구분 지으려는 태도보다는 사건 방지, 피해자 보호에 우선 둬야 한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법원과 경찰, 행정당국의 인식 개선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신당역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법원 측은 스토킹 범죄에 대한 재판 매뉴얼이 없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영장청구가 기각된 후 2차 가해가 발생했음에도 영장을 재청구하지 않은 점도 뭇매를 맞았다. 아울러 피해자가 근무하던 서울교통공사 측도 여가부에 가해자의 불법촬영 사건 등을 통보하지 않았던 점도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라 여야는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 통과에 총력을 다한다는 모양새다. 특히 ‘반의사 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을 시 처벌할 수 없는 범죄) 규정 삭제가 핵심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법무부도 이에 대해 찬성한다는 견해로 돌아선 상태다. 여기에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도 신설한다. 즉, 2차 스토킹 범죄와 보복범죄를 예방해 피해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게 골자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은 총 14건이다.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개정안도 2건은 여가위에서 심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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