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해 상반기 국내증시가 때아닌 혹한기를 보냈다. 지난해 시장을 주도했던 동학개미는 연일 약세장으로 손실이 눈덩이로 불어났다. 암울한 상황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장대비 49.77p(-2.13%) 하락한 2292.01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지난 2020년 11월2일 이후 약 1년8개월 만에 2200선으로 내려앉게 됐다. = 이정훈 기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4조300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간 기준 지난 2020년 2월 일평균 거래대금 3조720억원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개인 일평균 거래대금 4조원…'삼천피' 시절 비교 시 4분의 1 수준
특히 코스피 3000시대를 열었던 지난해 1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7조2994억원에 달했지만, 이를 올 상반기와 비교해 보면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말 2977.65에서 지난달 30일 2332.64로 상반기에만 21.66% 폭락했다. 상반기 기준 1990년(-22.31%) 이후 32년 만에 최대 하락률이다. 올해 코스피 상반기 성적은 주요 20개국(G20) 증시 대표지수 중 뒤에서 두 번째다.
G20 가운데 대표지수 수익률이 코스피보다 낮은 국가는 이탈리아(-22.13%)뿐이다. 이외에도 미국(-20.58%), EU(-19.62%), 독일(-19.52%), 프랑스(-17.20%) 등도 큰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도 마찬가지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됐다. 지난달 개인의 코스닥 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6조533억원으로, 2020년 2월(5조5885억원)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코스닥 지수 역시 '천스닥' 시대를 열었던 지난해 말 1033.98에서 지난달 30일 745.44로 올해 들어서만 27.9% 주저앉았다.
월별 코스닥 개인 일평균 거래대금은 작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9조원대 이상을 유지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줄곧 6조∼7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개미 순매수 1위 삼성전자, 주가 30% 가까이 '폭락'
상반기 주식시장이 약세를 거듭하면서 개미들의 손실도 증가하고 있다. 투자자별로 살펴보면 올 초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각각 16조1770억원, 6조247억원의 '팔자' 행보를 보였다.
반면 개인은 같은 기간 21조930억원을 순매수했다. 사실상 외국인과 기관이 내놓은 물량을 개인이 받아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1일까지 개인 순매수 금액 기준 상위 10개 국내 종목 평균 주가 등락률은 -30.50%를 기록한 바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기간 개인 순매수 금액 상위 10개 해외종목 평균 등락률마저도 -44.39%를 기록하며 더욱 부진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상반기에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국민주식' 삼성전자(005930)다. 개미들은 연초 이후 지난 5일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15조3330원어치를 꾸준히 순매수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9조3960억원, 6조2480억원 순매도한 것을 비교해보면 이 역시 개미들이 물량을 모두 '줍줍(줍고 줍는다)'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개미들의 열띤 '사자' 행보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말 7만8300원에서 이달 6일 5만6400원으로 28.96%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개미들이 현재 손실권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외에도 올해 상반기 개미들이 대거 사들인 종목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개인이 2조원 이상 순매수한 NAVER(035420)는 연초 이후 35% 이상 폭락했으며, 1조원 이상 매수 우위를 보인 △카카오(035720) △삼성전자우(005935) △SK하이닉스(000660) △삼성전기(009150)도 적게는 20%에서 크게는 40%까지 낙폭을 키우고 있다.
◆내년 1분기 코스피 2050선까지 추락?
국내 주식시장이 연일 약세장을 보인 배경은 글로벌 금리인상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인플레이션 우려 등 대내외 악재 요인들이 자리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악재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돼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 경기 사이클이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내년 1분기까지 코스피는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것이며, 지수 하단은 2050선 전후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당초 하반기 경기가 돌아설 것으로 기대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물가와 통화정책 △경기전반의 불확실성 확대로 하방 압력이 더욱 커졌다"며 "코스피는 단기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 있겠지만, 내년 1분기까지 하락추세는 지속될 것"이라 덧붙였다.
내년 코스피 밴드 하단 2050선은 유진투자증권을 포함해 증권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내년 기업실적이 10% 감소할 수 있다며, 코스피 하단 밴드 2050선 가능성에 목소리를 보탰다.
다만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코스피가 다시 장기 상승 추세로 전환할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연구원은 "경기 충격 이후 물가의 하향 안정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통화정책 완화로 내년 상반기 이후 글로벌 증시는 다시 자산 인플레이션 국면에 재진입할 것"이라 내다봤다.
아울러 "내년 2분기 이후 통화정책 완화, 경기 턴어라운드, 달러 강세 진정 등으로 주식시장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내년 2분기 이후 코스피 저점은 2300선에서, 고점은 역사적 고점을 돌파할 것"이라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