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그동안 '팔자' 행보를 보인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로 다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중국 상하이 봉쇄 조치와 미국 금리인상 등 대내외 악재를 견뎌낸 국내증시가 저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국내증시에서 순매도를 보인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 5월26일부터 '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 픽사베이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3일부터 5월25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0조9090억원의 누적 순매도를 기록한 바 있다. 줄곧 순매도 기조를 보이던 외국인은 지난달 26일부터 순매수로 돌아서 전일(7일)까지 1조3900억원을 사들였다.
특히 지난달 31일에는 1조105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코스피 시장에 유입되기도 했다. 이는 이달부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재조정(리밸런싱)에 앞서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 자금 5000억원이 장 마감에 맞춰 몰리며, 매수세가 붙은 것.
◆외인 투자비중 역사적 저점, 양호한 투자환경 마련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다시 국내증시에 투자를 늘리는 요인을 중국 상하이 봉쇄 조치 해제와 미국 금리인상 기조가 국내증시에 선반영 돼 양호한 투자환경이 마련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투자 비중이 거의 역사적인 저점 수준까지 와 있다"며 "중국 상하이 봉쇄 조치가 완화되고, 미국 긴축 이슈에 대해서도 내성이 생기면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5월26일 이후 지난 7일까지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가장 많이 산 종목은 SK하이닉스(000660)로 1809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외에도 동기간 △SK이노베이션(096770) 1329억원 △LG에너지솔루션(373220) 1316억원 △기아(000270) 1226억원 △NAVER(035420) 1007억원 순으로 2차전지와 자동차 종목을 대거 사들였다. 다만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005930)는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차전지와 배터리가 외국인을 대거 끌어들인 배경 역시 중국의 상하이 봉쇄 해제 결정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3월28일부터 시행된 상하이 봉쇄는 이달 1일부터 해제되면서, 그동안 주가가 급락했던 중국 소비재 종목들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증시는 미국 긴축우려보다 중국 봉쇄에 더 민감하다"며 "상하이 봉쇄 해제로 중국 경제활동 정상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외국인도 순매수 기조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 경기는 한국 수출과 제조업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상하이와 베이징 봉쇄 여파로 지난 4월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동기대비 3.4% 감소했다. 다만 5월에는 지난해 5월보다 1.2% 증가세로 전환됐으며, 6월에는 본격적인 수출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
◆극단적인 위험자산 회피심리 '일단락'
최 연구원은 "봉쇄 완화는 코스피 이익 회복 기대감을 높인다"며 "중국 봉쇄 완화 영향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극단적인 위험자산 회피심리는 일단락됐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달러 강세가 한풀 꺾인 점도 외국인 자금을 유입시키는 데 한몫했다. 원·달러 환율이 지속 상승할 경우 달러화로 국내증시에 투자한 외국인은 환차손 가능성이 커지면서 매도 압력이 높아진다. 원·달러환율은 지난달 12일 1288.59원까지 치솟았지만, 같은 달 31일에는 1237.20원으로 안정세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매수한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증시가 본격 반등에 나설 경우 외국인 비중이 높은 종목 위주로 먼저 반등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낙폭과대 대형주 가운데 이익의 질이 높고 외국인 수급 개선을 겸비한 종목이 반등 탄력이 높을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 △LG(003550) △현대차(005380) △삼성SDI(006400) △SK하이닉스 △카카오(035720) 등이 실적이 탄탄하면서 낙폭과대 상태로, 이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점한 종목이라는 점에서 저평가가 해소될 때까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지 않았고, 인플레이션 우려도 걷히지 않아 외국인이 국내증시에 지속 투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작지 않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도 오는 7월까지 100bp까지 오를 전망이고, 환율은 3분기에 1280원대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3분기 이후 금리와 환율이 완정되면 외국인들이 추세적으로 매수세를 유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