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해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덩달아 '1조클럽' 명단에도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해 1조클럽에 이름을 올린 증권사 5곳 중 3곳(NH·삼성·키움)이 순위밖으로 밀려나고, 이 자리를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독보적 위치에 올라선 메리츠증권(008560)이 새롭게 올라설 것이라 점쳐진다.
최근 금융투자업계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던 미래에셋증권(006800)·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005940)·삼성증권(016360)·키움증권(039490) 5곳 중 NH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이 거래대금 급감과 기업공개(IPO) 흥행 실패로 올해 영업이익 1조클럽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빅5 증권사 영업이익, 삼성·키움 9000억원대·NH 8000억원대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증권(지난해 영업이익 1조3110억원)과 키움증권(지난해 1조2088억원)의 영업이익은 올해 각각 9690억원, 9410억원으로 줄어들 것이라 전망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1조3167억원을 거두면서 창사 이래 첫 1조클럽에 입성했지만, 올해는 8000억원대 후반까지 밀려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지난해 1조4858억원)과 한국투자증권(지난해 1조2889억원)은 1조클럽 자리를 유지겠지만,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신한금융투자도 보고서를 통해 국내 증권사 빅5(미래·한국·NH·삼성·키움)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 추정치는 5조2058억원으로 지난해대비 27.1% 감소한 수준을 달성할 것이라 전망했다. 순이익 역시 지난해대비 34.6% 줄어든 3조9000억원으로 내다봤다.
올해 1조클럽 대거 이탈현상은 증시 불황에 따른 주식 거래대금 급감과 기업공개(IPO) 시장의 잇단 흥행 실패로 기업금융(IB) 시장마저 위축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엎친 데 덮친 격 금리까지 오르며 역마진으로 인한 채권 운용 평가 손실 더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 컨센서스와 같이 증권사들은 1분기 부진한 실적에 이어 2분기 실적에 대한 평가도 녹록치 않을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증권사 빅5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3651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25% 급감할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증권사들의 개별 영업이익 또한 모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증시 호황으로 역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하락장세로 인해 잔치는 끝났다고 보면 된다"며 "결국 올해는 누가 더 장사를 잘했는지 실력이 여실히 드러날 것"이라 말했다.
◆메리츠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달성 '발판'
올해 어려운 증시상황이 계속됐기 때문에 메리츠증권의 1조클럽 입성은 업계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메리츠증권은 1조클럽을 목전에 두고 영업이익 9489억원을 거뒀지만, 유안타증권(003470)과 BNK투자증권은 올해 메리츠증권 영업이익을 각각 △1조480억원 △1조120억원으로 예상하면서 1조클럽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증시 부진과 IPO 흥행 실패 등 어려운 업황으로 인해 올해 메리츠증권 영업이익은 8000억원대로 예상됐지만, 예상 밖으로 메리츠증권이 1분기 호실적을 거두면서 영업이익 1조원까지 앞당겨진 모습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을 지난해동기대비 32.4% 증가한 3769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 메리츠증권
메리츠증권의 올해 1분기 호실적 배경에는 지난 2010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는 최희문 부회장의 '수익 다각화'가 결실을 맺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메리츠증권 대표가 된 최 부회장은 '신중하게 결정하되 남과 다르게 한다'는 경영철학으로 회사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고 알려졌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은 최 부회장의 노력 중 가장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부분이라 평가받는다. 부동산 PF는 부동산개발을 하는 시행사에 신용공여, 채무보증 등을 통해 사업에 소요되는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상품이다.
올해 증권업계가 증시 부진과 대내외 악재에 따른 요인으로 썰물 빠지듯 1조클럽에서 탈퇴했지만, 메리츠증권은 이러한 증시 침체기에도 부동산 PF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 국내 증권사들이 부동산PF에 사업 비중을 두지 않았다"며 "이러한 빈틈을 노린 메리츠증권이 시장을 선점하며, 부동산 PF로 이제야 빛을 발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