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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선진화? 어째 미덥지 않은 걸…

여론추이에 따라서는 재검토 가능성 열어놔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it@newsprime.co.kr | 2008.06.26 10:22:56

대통령 취임 넉 달만에 하는 두 번째 특별담화, 이 19일 담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여러 번 국민 여론 앞에 고개를 숙였다. 자책과 성찰의 모습도 보였다. 청와대 뒷산에 올라 촛불집회에서 울려퍼지는 아침이슬을 들으며 국민여론의 무서움도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담화문에서 이 대통령은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대운하 포기 승부수, 그리고 공기업 선진화 추진이 그것이다. 가장 아껴온 대운하 공약을 접는 상황에 공기업 문제에 대해서는 왜 새로운 단어를 들고 나온 것일까? 네티즌들이 술렁이는 이유다.

◆ 선진화, 어감만 고친 것?

네티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간 이명박 정부가 정책이 국민적 반대의 벽에 부딪힐 때마다 우회수단을 택하는 모습을 많이 연출해 왔기 때문.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 공약 반대 여론이 높아졌음에도 불구, 국토해양부 내에 담당 태스크포스를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속적인 추진을 해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잠시 움츠러들 뿐, 한 번 마음먹은 정책은 밀어붙인다는 의구심이 뿌리를 내리게 된 것.

   
  <사진= 이명박 정부의 국정 전략에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19일 담화에 이은 기자회견에서도 이 대통령은 “공기업 민영화는 적합한 표현이 아니다. 선진화가 좋겠다”면서 “정부가 소유하면서 경영을 선진화할 필요가 있는 공기업도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모든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즉 일부 기업에 대한 민영화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고, 민영화 대상과 선진화 대상을 구분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전기와 가스·건강보험 등의 부문은 민영화하지 않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연이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민영화 추진에 있어서도 말바꾸기를 통해 다시 ‘우회상장’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널리 퍼지고 있다. 특히 쇠고기 파동 같은 먹거리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 전기와 가스, 상수도 등 기초적인 생활 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더해져 논란이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 “민영화는 서민 죽이기 아니냐” 논란 증폭 중

“미친 소 때문에 공기업 민영화랑 의료 보험 민영화가 절대 묻히면 안된다. 돈 없는 서민들 등골만 빠진다”
일부 네티즌은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대해 이렇듯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보험 제도든 전기, 가스, 수도 등에 대한 정부의 개혁 계획은 서비스의 개선이다. 실질적으로 민간에 이를 개방, 경제 논리에 따라 이익을 위해서 경쟁하다 보면 서비스가 향상 될 것이다. 하지만 국민이 우려하는 것은 이 제도의 이익이 국민 전체가 아닌 민영화로 돈을 벌 소수의 기업이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의료민영화 혹은 국민의료보험의 개선이라는 문제를 예로 들면, 민간보험을 이용할 수 있는 부자들은 민간병원에서 줄을 서지 않고 30분 이상의 질 좋은 진료를 받은 후 언제나 1인 병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가 있을 것이지만, 민영화된 건강보험을 들지 못하는 층에서는 이러한 혜택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한다. 재산과 질병이 반비례한다고 보았을 때 병원에 가는 쪽은 부자가 아닌 일부 서민층 이하의 사람들일 테고,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서민들은 턱없이 비싼 치료비 때문에 병원에 가길 꺼려하며 병을 키우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아픈데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데 대한 근원적 공포가 기저에 깔린 데다가 최소한의 평등을 보장받아야 하는 영역에서 배제될지도 모른다는 소외감이 더욱 불만과 절망을 키운다. 기초적인 사회·문화 생활의 베이스인 수도와 전기, 가스 등에 대한 민영화 반발도 마찬가지다.

다음 아고라의 한 네티즌은 “과연 명박씨가 서민 생각은 하는지 모르겠다”며 “서민입장에서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 역시도 위와 같은 맥락에서  공기업 민영화는 있는 사람들이 혜택의 대부분을 받게 되는 입장이라며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생은 “한전같은 곳이 민영화 되면 국민이 기본적으로 받아야 하는 서비스인 전기의 이용마저도 제약을 당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부정적이다”라고 말하며 “어느정도 국가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면도 없지 않은데, 전기나 상수도가 민영화가 되버리면 서민들이 이용해야 할 기초적 생활의 질은 더 떨어질게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포털의 네티즌 역시 “경제가 발전해도 배고픈 서민은 여전히 배가 고플게 뻔하다”며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 소통과 민의 반영 확실히 해야

그렇다면 이렇게 정부와 여론이 반목하고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못하는 상황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는 이명박 정부가 민심과 소통하는 문제에서 아직 맥락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 그리고 여론추이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기를 할지 모른다는 판단에 대해서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필요성과도 통하는 대목이다.

지난 번 ‘명박산성’으로 대변되는 소통부재 현상이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남아 있는 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선진화 정책 역시 불신의 벽에 부딪힐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공기업 선진화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지난 번의 쇠고기 정국과는 달리, 허심탄회한 해명과 적극적인 설명 외에도, 진행과정에 대한 명확한 공개를 수반해야 한다는 점으로 귀결된다.

더욱이 여론의 반응에 따라서는 공기업 선진화 전반에 대한 원점 검토도 할 수 있다는 선언 역시 선결조건으로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선결조건이 없는 대화시도와 설득은 오히려 공기업 선진화에 대한 괴담과 반감을 키울 것이라는 점을 정부가 심각히 인식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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