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동원참치'로 유명한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비율을 놓고 오너일가의 경영승계가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개인투자자와 운용사, 애널리스트 등 업계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앞서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산업과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7일 '우회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바 있다.
사건의 발단은 몸집이 커진 개인투자자들이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비율을 놓고 일방적으로 대주주에게 유리하다는 비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0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동원산업의 합병 관련 반대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이와 관련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이하 한투연)는 지난 20일 한국거래소에서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우회상장 신청서 기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대주주에게만 유리한 이번 합병은 불공정 합병, 사기 합병에 불과하다"며 "소액주주들이 인정할 수 있는 합병 기준을 내놓기 전까지 관련 합병 비율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운용사도 소액주주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블래쉬자산운용과 이언투자자문, 타이거자산운용 등 기관투자자는 지난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동원산업 주가는 저평가되고, 동원엔터프라이즈 주가는 고평가됐다"며 "동원산업 이사회가 독립적이라면 동원산업 주주에게 불리한 이런 시점에 합병을 결의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개인투자자들과 운용사가 동원산업에 문제제기를 한 배경은 합병 비율 산정을 위한 기업 가치 평가의 불공정성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주주 일가 지분이 높은 동원엔터프라이즈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반면 동원산업 가치는 의도적으로 낮게 잡았다는 것.
실제 동원그룹 의뢰로 평가를 담당한 회계법인은 증시에 상장된 동원산업 가치를 약 9100억원(산술평균주가 24만8961원)으로 평가한 반면, 비상장 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2조2000억원(주당 19만1130원)으로 산정했다.
개인투자자들과 운용사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조8020억원, 2610억원인 동원산업 회사가치가 9000억원에 그쳤다는 것은 지나친 '후려치기'에 속한다는 것.
동원산업의 경우 자산가치(38만2140원)가 기준시가(24만8961원)보다 높은 상황에도 불구, 기준시가로 합병가액을 정한 상황이다.
대체로 기업에 우호적인 보고서를 내는 증권가 애널리스트도 비판의 목소리에 합류했다.
지난 20일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산업 합병비율에 대한 적정성 점검'이란 보고서를 발간했다. 최 연구원은 "자본시장법에 기준시가가 자산가치보다 낮은 경우에는 자산가치로 (합병가액을) 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명시됐다"며 "주주에게 불리한 더 낮은 기준시가를 합병가액으로 정한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별도 기준 동원산업(717억원)과 동원엔터프라이즈(481억원)의 영업이익에서 차이가 있고, 현금창출능력(EBITDA)의 경우 동원산업(1548억원)과 동원엔터프라이즈(511억원)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며 "동원산업 합병가액을 9155억원, 동원엔터프라이즈 수익가치를 2조2300억원으로 산정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결국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비율을 둘러싼 논란은 오너 일가의 승계 목적이 다분하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최 연구원 역시 "전형적인 승계 목적의 합병으로 보인다"고 못을 박았다.
이번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동원그룹이 제시한 가격(23만8136원)은 합병 공시 직전 주가(26만5000원)보다 낮아 '울며 겨자 먹기'로 손을 털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원산업은 합병을 둘러싼 비판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동원산업측은 "현행법상 합병가액을 정할 시 자산가치로 할 수 있다고 돼 있을 뿐, 반드시 자산가치를 해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며 "기업가치 평가 역시 적법한 산출과정을 거쳤다"고 주장했다.
한편, 래쉬자산운용과 이언투자자문, 타이거자산운용 등 기관투자자는 이달 말까지 동원그룹 측에서 합병비율 재고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5월 초 상법 402조에 근거해 '위법행위의 중지'와 '합병 결의 금지 가처분' 등 법적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지분 1%도 확보해 주주대표 소송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