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인터넷, 인공지능(AI) 등 미디어 환경이 변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도 시대 변화에 발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약사를 상대로 의약품 광고를 집중 점검중인 식약처는 의학전문 온라인 매체의 경우 과거 법률에 명시된 신문과 잡지가 아니기 때문에 광고 게재 등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 식품의약품안전처 전경. ⓒ 식약처
식약처는 지난 18일 의약품 및 마약류의 온라인 판매와 광고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7개 민·관 합동으로 집중 점검을 실시한 바 있다.
식약처는 집중 점검에서 적발된 불법 판매·광고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 및 차단을 요청하고, 적발된 제약사에 대해 행정처분을 비롯해 형사고발까지 진행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식약처의 이번 조치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과장 광고가 근절돼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온라인 전문지와 신문을 구분짓는 현실과 동떨어진 법으로 인해 억울한 상황이 발생 중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례로 A제약사는 의학 관련 온라인의학전문지에 광고를 게재해 식약처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았다. 단순히 온라인의학전문지에 광고를 실었다는 이유로 행정처분 대상이 됐다는 것.
식약처 관계자는 "마약류 오남용이나 불법 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취지' 등을 고려해, 일반인 접근이 용이한 인터넷 매체는 법률에 따른 광고 매체,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근거로 제시한 법령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14조'다. 해당 법령을 살펴보면 마약류제조업자·마약류수출입업자가 품목허가를 받은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해 광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광고매체 또는 수단은 의학·약학·수의학에 관한 사항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신문 또는 잡지라고 명시됐다.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신문 또는 잡지'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정리해보면 마약류 의약품일 경우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며, 해당 의약품 광고는 의학·약학 등 전문지인 신문 또는 잡지에만 실을 수 있다. 해당 광고를 온라인의학전문지에 게재하면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온라인의학전문지와 의학전문신문과 잡지의 차이를 식약처는 명확하게 구분짓지도 않은 상황이다. 또한 이러한 법령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진 지 한창인 작금에 언제 제정된 법률인지조차 의문스럽다.
식약처 관계자는 인터넷매체와 온라인의학전문지 차이에 대한 물음에 "마약류 관리법에 따라 인터넷매체는 광고 매체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비슷한 답변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A제약사 관계자는 "광고에 실린 의약품은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은 전문의약품으로 마약류관리법 제14조 적용대상에 해당된다"며 "이 부분은 식약처도 상호 이견 없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결국 온라인전문지 역시 인터넷매체와 같다는 식약처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학계는 의학·약학 등 전문지로 제한을 두는 것에 동의하지만, 일반 인터넷매체와 온라인전문지는 구분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 변화로 온라인전문지만 광고 게재를 불허하는 것은 형평성 부족과 시대착오적인 처사란 시각이다.
유인하 한라대 광고학과 교수는 "마약성분 의약품류는 엄격하게 규제를 적용해야 하지만, 인터넷매체만 제외하는 것은 형평성이 부족해 보인다"며 "(법의) 기준에 대한 일관성이 없기에 향후 관련 법령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최윤정 이화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마약류 의약품 광고 대상을 의학·약학에 대한 전문가로 규정하고, 전달 매체를 전문지로 한정하는 것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며 "다만 미디어 변화로 종이신문보다 인터넷매체가 주를 이루는 최근의 매체현황을 고려해 온라인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메일 등 맞춤형 온라인 채널을 통한 광고도 허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약업계는 많은 비용을 들여 신문과 잡지에 광고를 게재해도 광고 효과가 미미하다며, 온라인전문지에 광고를 실을 수 있도록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는 "광고 효과가 온라인전문지보다 작은 신문과 잡지에 큰돈 들여 광고를 실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인터넷매체가 접근성이 용이해 오남용이 두렵다는 식약처 주장은 결국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꼴"이라 비난했다.
실제 지난 1월에 발간된 한국언론진흥재단 '2021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일반인 501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신문과 잡지는 각각 8.9%, 2.9%가 이용 중이라 답한 반면, 인터넷뉴스는 79.8%가 이용 중이라 응답했다.
이와 관련 한국언론진행재단은 "뉴스 이용 측면에서 TV, 라디오 방송과 신문, 잡지 등 인쇄 매체가 주도해온 대중매체의 시대는 완전히 저물고 이제 영상과 인터넷의 시대로 옮겨왔다고 선언해도 무리가 없다"고 평가했다.
제약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식약처의 기준에 대한 당위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지만, 문제는 식약처가 관련 법령을 기반으로 의약품·마약류 광고 집중 점검 기간을 올해 12월까지 진행한다는 점이다. 즉 해당 기간 동안 과거에 머무른 법령 아래에서 칼자루를 쥔 식약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모호한 식약처의 기준으로 인해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며 "식약처는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법적 안정성을 갖춰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