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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위 오른 국민연금" 尹 정부, 의결권 행사·대표소송 등 손볼까?

국민의힘 인수위서 기금운용 관련 논의 가능성 '농후'

이정훈 기자 | ljh@newsprime.co.kr | 2022.03.22 16:15:20
[프라임경제] 3월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국민연금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에 주주대표소송 결정 권한 일임 등을 두고 갑론을박 의견들이 분분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인수위원들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는 모습. ⓒ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특히 주주대표소송 권한을 수탁위로 넘기는 방안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는 점에서 첫 발을 떼기도 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기업 자율성 옥죄는 '연금기금 사회주의' vs '스튜어드십 코드' 적절히 이행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수탁위는 지난 17일 신한금융지주(055550), LG화학(051910), 포스코(005490), 효성(004800), 한진칼(180640), 한화시스템(272210), SK디앤디(210980)의 정기 주총 안건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의결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번 회의에서 수탁위는 신한금융지주, LG화학, 한화시스템, 효성의 사내·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 결정을 내렸으며, LG화학의 경우 신학철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 의견을 밝혔다.

사유는 신 부회장이 LG화학의 핵심사업인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을 추진하며 주주 이익을 침해했다는 것. 지난 2020년에도 국민연금은 LG화학의 물적분할 과정에서 주주권익 침해를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한 바 있다.

수탁위는 또 신한금융지주에 대해 박안순 대성상사 회장,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윤재 전 KorEI 대표, 허용학 퍼스트브릿지스트래티지 대표 등 사외이사 선임에 전부 반대표를 던졌다. 이는 라임펀드 등 사모펀드 환매 사태 과정에서 기업차기가 훼손됐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신한금융지주는 수탁위의 이번 결정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라임 사태 해결을 위해 이사회가 회장의 결정에 이견을 냈던 부분을 국민연금이 참작하지 않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결국 국민연금이 '기계적인 반대'를 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함께 제기됐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본다면 국민연금이 기계적인 반대표를 행사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위원회는 사안에 따라 기준을 갖고 결정을 하며,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반대표를 행사하기에 기계적인 입장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주총 시즌마다 국민연금의 존재감이 두드러질수록, 재계 일각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아울러 해를 더해 갈수록 국민연금이 기업 안건에 반대표를 남발하고 있다는 것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실제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2017년 3839건이던 행사 건수는 2020년 4494건으로 증가하고, 지난해 행사 건수는 4235건으로 2020년보다 감소했다. 반대표를 행사한 안건 역시 2020년 503건에서 484건으로 줄었다.

대기업 주총 안건으로 살펴볼 경우 지난해 대기업진단에 속한 기업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 반대율은 9.1%에서 10.1%로 1%p 상승했다. 국민연금이 기업경영에 발목을 잡는다는 목소리가 여기에서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에 학계 시각도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국민연금이 기업 자율성을 옥죄며 '연금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도 있는 반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절히 이행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는 "정부가 국민연금의 주주권을 행사를 통해 기업을 길들이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단체를 통해서 기업 활동을 감시할 수 있지만, 국민연금이 민간 영역에 깊숙이 들어가 기업 행위를 조정하고 있는 것"이라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국민연금의 행태를 '연금기금 사회주의'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계 등 여러 주장과 별개로 국민연금은 일주 일의결권(일 주(株)에 한 개로 의결권을 제한하는 원칙) 원칙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일 뿐"이라며 "의결권이 들어있는 보통주를 샀음에도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직무유기를 행하는 것"이라 일갈했다.

◆주주대표소송 수탁위 이관, 尹 정부 행보 '주목'

여기에 지난해부터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주주대표소송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9년 도입한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에서, 지분을 보유한 회사의 이사가 횡령 및 배임 등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할 경우 대표소송을 진행하도록 명시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난해 말에는 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위)에 주주대표소송 추진 관련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안건이 상정되기도 했다. 해당 개정안은 기금위가 수탁위로 주주대표소송 결정권을 맡긴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지난 2월 국민연금은 재계의 반발로 해당 개정안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재계는 노동·시민사회 추천위원이 많은 수탁위가 소송을 남발하고, 국내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 우려했다. 사실상 주주대표소송 이관 여부는 차기 정부로 공이 넘어간 셈이다.

국민연금은 재계 측 주장에 어불성설이란 입장이다.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는 "기존에는 기금위가 한정적인 인원에서 많은 업무를 처리하고 있기에, 기준과 부합하지 않는 회사에게 기계적으로 주주대표소송을 진행하게 된 것"이라며 "수탁위가 주주대표소송을 맡게 될 경우 심도 있게 심사를 다룰 수 있으므로 소송 건수는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 전망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긍정적인 전망과 달리, 수탁위가 주주대표소송을 이관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윤 당선인이 후보시절 주주대표소송 결정 권한 주체를 수탁위로 변경할 경우, 수탁위 권한이 비대해질 것이란 우려를 표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월 "기관투자가로서 책임성을 높인다는 취지는 좋지만, 지나치게 힘이 집중된 데서 오는 부작용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되지 않은 듯 보인다"며 "대선 후 국민연금 관련 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장을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윤 당선인 말대로 이제 막 꾸려진 제 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 관련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어 사회복지분과에서 다뤄질 가능성도 있지만, 기금운용 관련해 자본시장과 밀접해 있어 경제1분과에서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인수위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 관련 전문가는 경제1분과 위원인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가 꼽히고 있다. 신 위원은 금융연구원장 출신으로 한국연금학회장을 역임한 금융학자다. 세간에는 기금운용분부 전문성과 독립성을 위해 공사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인사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관계자는 "인수위가 꾸려진지 며칠 안 돼 이제 막 위원들을 구성 중인 단계"라며, 주주대표소송 관련 방안이 인수위에서 논외 상황인지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았다.

한편, 학계에서는 주주대표소송 이관 여부에 대해 입장 차이를 보였지만, 정부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원칙 중 하나인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빈기범 교수는 "국민연금의 본질적인 역할은 국민의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민연금을 좌지우지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 역할은 국민연금이 전문수탁기관으로서 안정적으로 기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 최선"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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