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포스코(005490)가 역대 최대 규모 배당을 실시했지만, 돈 주고도 욕먹는 상황에 놓였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올 초 주주서한을 통해 배당성향 30%를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주들은 포스코 약속 미이행에 "물적분할 상장은 없다"는 회사 측 입장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배당성향 30% 수준 유지의 중기배당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달 5일 최 회장은 주주서한을 통해 "2022년까지 연결배당성향 30% 수준을 유지할 것이고, 그 이후 기업가치 증대를 고려해 최소 1만원 이상 배당할 계획"이라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배당성향, 19% 최저 수준…사상 최대 실적 원인
이처럼 포스코 결산배당을 20여일 앞두고 최 회장이 직접 주주친화정책 의지를 보인 만큼, 주주들 사이에선 결산배당이 상당한 수준으로 결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 지난해 3분기까지 포스코 연결배당성향은 17.7%를 기록했다.

지난달 28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장인사를 하고 있다. ⓒ 포스코
대망의 날인 지난달 28일 포스코는 이사회를 열고 주당 배당금 5000원을 결산배당으로 결정했다. 여기에 지난해 분기배당액 1만2000원까지 더하면 총 배당금은 1만7000원으로 2020년 배당액인 8000원대비 112.5% 증가한 수준이다. 총 배당액도 2020년 6203억원보다 2배 이상 뛴 1조2856억원이 지급됐다.
물론 배당액으로만 보면 역대 최대 액수지만, 연결배당성향으로 볼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포스코가 공언한 배당성향 30%를 맞추기 위해선 연결지배순이익(6조6170억원)의 30%인 1조9851억원을 배당해야한다. 하지만 총 배당금이 1조2856억원일 경우 배당성향은 19.4%에 그치게 된다.
이는 10년(2011~2021년) 사이 배당성향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 배당성향은 2018년 47.3%, 2019년 43.7%, 2020년 38.7%다. 정리해보면 주주들에게 이전보다 더 많은 배당금이 제공됐지만, 최 회장의 연결배당성향 30% 약속은 한 달도 안 돼 깨지게 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배당성향을 맞추지 못한 이유를 지난해 실적 때문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32.1% 증가한 76조3320억원, 283.8% 늘어난 9조238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7조1958억원으로 전년대비 302.4% 급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중장기 관점에서 배당을 집행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한 번 호실적을 기록했다는 이유로 배당액을 높여 놨다가 다음 해에 떨어진다면, 오히려 주주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배당 안정성 기조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결국 사상 최대 실적이 이번 사태의 걸림돌이 된 모양새다. 그럼에도 일부 주주들은 포스코가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유로 배당성향을 맞추지 못했다는 의견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최 회장이 주주서한을 보낼 당시만 해도 증권업계에서 포스코의 호실적을 예상했지만, 이를 염두에 두지 않고 공수표 날리듯 배당성향 30%를 약속했겠냐는 것이다.
◆주주친화정책 앞세워, 임시주총 '물적분할' 찬성 의혹
실제 포스코 주주게시판에는 "최 회장은 1월 주주서한을 보낼 당시에도 배당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때라도 배당성향을 낮출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 섞인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지난달 5일 최 회장 명의인 주주서한. ⓒ 포스코
이외에도 "배당 관련 공시가 불성실공시에 해당하기 때문에 금감원에 민원을 넣었다", "배당 약속도 안 지키면서 물적분할 비상장 약속은 어떻게 믿느냐" 등 글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포스코가 배당성향 약속을 어기면서 주주들의 거센 비난은 "물적분할 상장은 없다"던 회사 측 입장에도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10일 포스코는 당시 소액주주들의 반발에도 불구, 이사회에서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전환을 의결한 바 있다.
물적분할은 모회사 특정사업부를 신설회사로 만들고, 이에 대한 지분을 100% 소유해 지배권을 행사하는 기업분할방식이다. 모기업 주주는 신선회사 주식을 받을 수도 없을 뿐더러, 사업회사가 상장한 뒤 지주사 가치가 하락하는 일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기에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일례로 LG화학(051910)이 대표적이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에도 포스코는 지난달 28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철강 사업 부문을 100% 분할하는 안건을 확정한 바 있다. 이 시점에서 일부 주주들은 최 회장이 임시 주총 당시 배당약속을 파기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숙고했던 물적분할안을 처리하면서 동시에 배당약속을 뒤집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일부 주주들의 억측으로만 치부하기엔 석연찮은 부분이 존재하기도 한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포스코 지분 9.75%를 보유중인 국민연금은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를 희석한다는 이유로 물적분할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지난달 5일 최 회장이 주주서한을 통해 주주친화정책을 쏟아내면서 찬성으로 기류가 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전문가 역시 같은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주 입장에서는 주총을 앞두고 주주친화정책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다가, 주총 당일 원하던 결과가 나오면서 배당약속을 어겼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최 회장의 더욱 책임 있는 발언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당성향 30%만으로 주주들이 물적분할안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주장은 억측에 가깝다"라며 "물적분할안이 통과되면서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정책도 적극 시행될 수 있다는 장점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한편, 임시주총에서 철강사업부문을 100% 자회사로 분할하는 안건이 통과됨에 따라 오는 3월부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