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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와 갈등은 봉합했지만…" 한국조에티스, 수습 직원 부당해고

불합격 통보 후 사직서 제출 강요…법원 "비자발적인 사직서 제출, 효력 없어"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22.01.08 10:47:33
[프라임경제] 노동조합 조합원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로 홍역을 앓았던 한국조에티스가 또 다시 부당해고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조에티스에서 근무한 수습 직원에게 수습평가 불합격을 통보한 뒤 사직서 제출을 강요한 것. 수습 직원의 사직서 철회 요청에도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2년여 끝의 법적 다툼 끝에 사측의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노조 탄압과 부당해고 등으로 당시 한국조에티스 대표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인사경영권 행사의 공정 운영, 부당 차별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했으나 노조와의 분쟁 해결에만 집중, 수습 직원에 대한 부당해고 문제에는 뒷전이었다는 지적이다.

지난 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A씨가 한국조에티스 사측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소송을 제기한 지 1년5개월 만이다. 

지난해 9월14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조에티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A씨는 2019년 6월 입사해 수습직원으로 근무했으나 마지막 날 수습평가에서 불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측은 휴대용 비품 반납과 사직서 양식을 건넸고, A씨는 사직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사직서를 낸 지 3시간 만에 인사팀 대리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사직서 철회를 요청했지만 회사는 응하지 않았다.

A씨는 부당해고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지만,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으므로 적법하게 근로관계가 종료됐다며 부당해고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판정을 내리자, A씨는 2020년 7월 소송을 냈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비자발적인 사직서 제출로 효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직서는 그 문언에 부합하는 A씨의 진의가 없는 상태에서 작성, 제출된 것이므로 무효이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뒤에 이를 즉각 철회했으므로 이 사건 사직서의 효력은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회사는 A씨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받아 원고를 해고한 것인데, 그 과정에서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해 원고에게 해고 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다. 결국 사측의 해고는 효력이 없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A씨가 설령 수습평가 탈락 사유를 납득했더라도 구태여 회사의 수습기간 만료통보를 기다리지 않고 자진사직의 방식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켜야 할 합리적인 이유는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조에티스 직원들이 A씨 복귀를 위해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 내용 일부. © 한국조에티스지회 제공


한국조에티스와 노조는 지난 2018년 10월부터 갈등을 겪어왔다. 사측은 지회장 정직 등 조합원 15명에게 무더기 징계를 내렸으며 노조 지회장은 지난해 4월 해고를 통보받았다. 

이에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해 7월 "30일 이내에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 시키고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한국조에티스의 지회장 해고를 부당해고로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한국조에티스의 지회장 부당해고·부당징계, 공격적 직장폐쇄, 교섭해태 등 부당노동행위로 도마 위에 올랐고,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국정감사에 당시 한국조에티스 대표였던 이윤경 대표를 증인으로 세웠다.

국정감사 이후 노사는 상호 간에 서로 존중하고 발전적인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 상호 간에 협력하기로 협의했다. 또한 노동조합 및 조합원을 상대로 한 모든 민·형사, 행정 사건을 취하, 재발방지를 약속했고, 노조는 회사 및 임직원을 상대로 한 모든 민·형사, 행정 사건을 취하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조에티스 노사가 갈등을 겪고 합의점을 찾아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기간에도 수습 직원은 혼자 회사와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며 "노조와의 갈등 봉합에만 치중해 같은 부당해고 사례를 묵살한 것 같다. 한국조에티스가 재발방지를 약속한 만큼, A씨 또한 다시 복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조에티스 노조 역시 수습 직원 A씨가 부당해고를 판정받은 만큼, 회사에 다시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섬식품노조 한국조에티스지회는 입장문을 통해 "'부당해고'를 인정한 재판부의 판결을 환영한다. 우리 사회에 여전히 '권고사직'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사실상 해고'가 사라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A직원은 가장 아름다워야 할 젊은 시절의 2년을 외로운 해고다툼을 하며 허비했다. 조에티스는 해당 직원을 즉각 복직시켜야 하며 회사 내 어떤 부당함이 있었는지, 왜 사직서를 강요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일 화섬식품노조 한국조에티스 지회장은 "A직원은 수습기간 중 해고된 유일한 사례"라며 "회사에서 가장 약자인 수습직원에게 온갖 부당하고 비윤리적 행위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직원이 알고 있었지만, 회사는 인정하지 않았고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조에티스는 이제라도 A 직원을 복직시키고,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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