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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금융] '존버'는 성공할까?…손실회피성향 "NO"

정신·의학계 "스스로 손실 인정 못할 시, 가장 위험한 투자행태 전락"

이정훈 기자 | ljh@newsprime.co.kr | 2021.12.10 16:27:45
[프라임경제] '존버(끈질기게 버티기)'라는 용어가 한때 증권업계에서 유행어처럼 사용된 적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이 언젠가 플러스로 돌아서 좋은날이 올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되며, 국내 증권업계 한 투자방식으로 치부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올바른 투자방식으로 '존버'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수익률을 챙기는 투자방식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빨리 처분하고, 수익이 난 종목에 집중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거두기 때문입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마이너스 수익률인 종목을 과감하게 매도 후 플러스 종목에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거둔다고 조언했다. ⓒ DC인사이드 주식갤러리


예를 들어 당장 급전이 필요해 주식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주식 계좌에는 초기 금액이 동일한 A, B, C, D 4개 종목이 있으며, 수익률은 각각 △A 50% △B 30% △C -10% △D -30%입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주식을 팔아 급전을 마련하시겠습니까?

실제 미국에서 이러한 상황에 대해 조사를 실시한 바 있는데요. 조사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보통 플러스 수익률이 난 주식을 매도하고, 마이너스 종목을 오래 보유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성과를 평가했을 경우 플러스 종목을 계속 보유하고, 손실이 난 종목을 매도하는 투자자들이 더 나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죠. 

그럼에도 보통의 투자자들은 왜 수익이 난 종목부터 매도할까요? 학계에서는 이러한 투자심리를 '손실회피성향'이라 말합니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행동재무학자들은 수익보다 손실에 대한 감정이 두 배 정도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합니다.

투자경험에서 손실은 사실상 불가피합니다. 세상에 그 어떤 투자자도 손실 경험을 하지 않을 수 없죠. 그래서 증권업계 전문가는 개인투자자들도 수익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손실을 어떻게 대처하고, 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 질문과 기준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예시로 기관투자가들에게는 로스 컷(Loss Cut)이란 규정이 있습니다. 로스 컷은 펀드에 편입된 종목이 일정 퍼센트(%) 이하로 떨어지면 무조건 팔아야 하는 기준입니다. 

물론 일부 개인투자자들도 기관투자가들처럼 손절(주가 하락을 예상해 손해 보고 파는 것) 기준을 갖고 투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손절 여부가 아닌 손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룰 것인지에 대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이자 트레이더인 리처트 L. 피터슨은 "스스로가 손실을 인정 못하는 경우 가장 위험한 투자행태로 빠질 수 있다"며 "손실회피성향이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감정이란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죠. 

실제 일류 투자자들은 손실회피성향을 인정하고, 손실을 받아들인 후 제로베이스에서 주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검토에 나선다고 합니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 연금센터장은 "주기적으로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는 것은 손실회피성향 영향력을 축소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라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고수익 투자자들은 전체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손실과 수익을 모두 바라본다고 합니다. 행동경제학 창시자 다니엘 커너먼은 이를 '글로벌 관점'이라 칭했는데요. 개별 종목 수익률을 따로 말고, 전체 포트폴리오 수익률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카너먼의 조언은 개별계좌를 통합계좌로 바꾸라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실행해보면, 포트폴리오 성과에 기여도가 높은 종목과 그렇지 못한 종목으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포트폴리오를 변경할 때도 단순히 수익률 기준이 아닌 성과에 대한 기여도를 판단 기준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궁극적으로 손실회피성향을 극복하기 위해선 어떤 접근방식이 필요할까요? 리처드 L. 피터슨은 '투자자의 뇌'에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했는데,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첫 번째는 보유한 투자 종목을 재평가 시 승리한(플러스) 종목이 아닌 패배한(마이너스) 종목의 매도를 먼저 고려하기입니다. 다음으로는 패배한 종목을 계속 보유하기 위해 합리화나 변명을 둘러대고 있는지 본인에게 되물으라고 조언했습니다. 즉 자신을 기만하지 말고, 객관적인 자세로 투자에 임하라는 의미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인간은 천성적으로 최근에 손해를 보거나 과거 거액의 손실을 보고 나면 손실회피편향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에 경험한 손해와 상실감으로 인해 본인 스스로를 사로잡히게 만들고, 투자에 대한 판단을 깊은 수렁에 빠트려놓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존버가 승리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전제조건은 종목에 대한 확신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도 종목의 미래가치를 믿는다면, 더 싸게 살 기회로 삼으라고 입을 모으죠. 이러한 확신이 없다면 우물쭈물 망설이기보다 과감하게 마이너스 종목을 매도 후 투자수익을 키워 나갈 필요성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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