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융감독원이 증권시장 문제아로 지적돼 왔던 부적격 유사투자자문업체들을 근절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지만, 개미들을 위한 날선 칼이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건물 전경. ⓒ 금융감독원
유사투자자문업은 투자자문업의 보완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지난 1997년에 도입됐으며, 유사투자자문업자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금융투자상품 투자판단에 대한 조언을 하는 경우 투자자문업자가 대응하지 못하는 시장수요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 도입의 가장 큰 이유다.
본래 취지는 '큰손'이라 불리는 주식 투자자와 달리, 투자정보를 얻기 어려운 소액 투자자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유사투자자문업이 존재한다는 것. 하지만 제도 도입 취지와 거리가 먼 일부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이 늘면서, 불법 리딩방으로 투자자들을 현혹해 다수의 피해자를 낳고 있는 상황이다.
◆불법리딩방 성행, 오픈채팅방·유튜브 등 접근성 간편 원인
금감원은 '주식리딩방 불법·불건전 영업행위 중간 점검결과'를 통해 지난 9월말 기준 유사투자자문업자 관련 민원이 접수된 건수가 2315건으로 전년동기대비 32.7% 늘어났으며, 지난 △2018년 905건 △2019년 1138건 △2020년 1744건보다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지난 8일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474개 유사투자자문업체를 대상으로 불법행위를 점검한 결과, 카카오톡·전화 등을 통해 일대일 투자자문이 이뤄진 혐의가 17건으로 전체 위반건수의 23.3%를 차지했다. 오픈채팅방(카카오톡·텔레그램)과 유튜브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누구나 접근하기 쉬워진 만큼 불법 리딩방이 성행 중이란 것이 금감원 측 설명이다.
부적격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의 일대일로 이뤄진 불법행위는 카카오톡을 넘어서 투자자 컴퓨터에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등 더욱 고도화되고, 대담해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고객 컴퓨터에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설치 후 유사투자자문업체 주문내역과 연동해 주문을 실행한 혐의로 '미등록 투자일임'에 적발된 건수가 17건이라고 전했다.
현행법상 유사투자자문업은 투자자문업과 달리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발행되는 간행물과 전자우편 등에 의한 조언 제공만 가능하다.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일대일 투자 상담을 했을 경우 투자자문에 해당되며, 이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 유형이 기존 단순 일대일 미등록 투자자문에서 고수익 목적의 미등록 투자일임행위로 불법 행태가 변화 중"이라며 "자동으로 매매가 실행되는 거래 편의성 등을 중점 홍보하는 행태가 단순 투자자문대비 투자자 모집에 용이한 것도 변화요인"이라 꼬집었다.
금감원은 증권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왔던 부적격 유사투자자문업자의 고리를 끊기 위해 오는 12월말까지 166개사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실시하고, 문제가 적발된 업체는 온라인 채널을 차단하겠다고 강경 대응할 것이란 뜻을 밝히기도 했다.
금감원이 제시한 세부 내용은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미등록 투자자문·투자일임 영위사실이 확인되면, 해당 업체의 운영 사이트를 차단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부적격 업체는 영업재개를 막겠다는 것. 이에 따른 절차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불법행위 입증자료를 전달 후,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불법 사이트 차단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적발업체 사이트 차단만, 업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 냉소
하지만 강경대응이라는 금감원의 대처내용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냉소적이기만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언 땅에 오줌 누기일 뿐 실효성은 미미할 것이라 평가했다.

금감원은 부적격 유사투자자문업체에 대해 운영 사이트 차단 등 강경대응에 나설 것이라 밝혔지만, 업계는 실효성이 미미할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이다. ⓒ 연합뉴스
법조계 한 전문가에 따르면, 등록제로 운영되는 투자자문업은 금융당국이 적격성을 검증하는데 반해 유사투자자문업체는 신고만하면 다시 사업을 쉽게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폐업과 신설이 유사투자자문업체에게는 자유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사회전반적인 냉소적 시선에는 개인투자자들이 유사투자자문업체로부터 실질적으로 피해를 본 사례와 금감원의 조치가 동떨어져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개미들의 주된 피해 사례는 가입비 '먹튀', 업체 권유로 인한 투자손실금 미보상 등이 자리하고 있는데 반해, 금감원의 조치는 적발된 업체의 운영 사이트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거쳐 차단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투자자들의 주된 피해사례가 반영되지 않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금감원 관계자는 "현행법상 금감원이 부적격 유사투자자문업체를 직접 손 볼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라며 "투자자들의 주된 피해사례가 직권말소 범위에 접촉되지 않기 때문"이라 답했다.
실제 금감원 권한으로 부적격 유사투자자문업체를 직권말소 시킬 수 있는 범위는 폐업 후 영업재개 의사 없음, 의무교육 미이수 등이다. 개인투자자 눈높이와 동떨어진 처사란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감원은 '주식리딩방 불법·불건전 영업행위 중간 점겸결과'를 발표하며 투자자 유의사항으로 △금감원 '파인'을 통해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조회 △손실보전, 수익보장 약정은 불법 계약이므로 민사상 효력이 없다는 점 등을 당부한 바 있다.
부적격 유사투자자문업체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지만, 사실상 금융감독원의 감독역할이 피해를 원천 차단하기보다 가입비 먹튀, 투자손실금 미보상 등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투자자들 스스로 주의를 요한다고 알리는 것에 그치는 셈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다.
한편,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부적격 유사투자자문업체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며 "이들의 노력이 개미투자자들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