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식약처, 리베이트 행정처분 '늦장·관행처리' 내로남불?

5~10년 전 사건, 관행상 이제야…"중요도 낮아, 후순위 밀려"

이정훈 기자 | ljh@newsprime.co.kr | 2021.10.18 16:57:51
[프라임경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제약사 리베이트에 대한 강경한 입장과 달리 정작 행정처분은 늦장대처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약업계는 최소 5년에서 10년 전 사건이 왜 이제야 행정처분으로 결정됐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관행철폐를 강조하는 식약처가 '내로남불'인 상황을 연출 중이라 비판했다. 

충북 청주시 식품의약품안전처 전경. ⓒ 식약처

리베이트는 회사 의약품을 팔기 위해 의사나 약사 등 의료인에게 금전적인 향응을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근절하기 위해 '쌍벌제' 등 리베이트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식약처의 늦장 행정 및 관행으로 인해 말뿐인 행정이란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S제약 소속 직원은 2013년 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의료인에게 1170만원 가량의 리베이트를 향응해 지난 2016년 12월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식약처는 이를 근거로 지난 9월2일부터 오는 12월1일까지 S제약 일부 품목을 3개월간 판매 정지라는 행정처분을 결정했다. A제약도 지난 2011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의료인에게 7678만원 상당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 올해 9월2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일부 품목에 대한 판매 정지처분을 받았다. 

또한 지난 13일 H제약의 경우 식약처로부터 일부 품목에 대해 3개월 간 판매업무정지가 내려졌다.

일례로 이러한 행정처분을 내린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경인청)은 지난 13일 "H제약 소속 영업직원 A씨는 지난 2013년 10월부터 2015년 1월31일까지 1년3개월간 전라북도 소재 의교기관 종사자인 원무과장에게 현금 3500만원 상당 금품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제공해, H제약에게 행정처분을 내렸다"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소속 직원의 리베이트건에 대해 시인하지만, 형사처벌이 결정된 시기와 행정처분이 결정된 시기가 5년 가까이 차이가 나는 점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멀게는 10년 전에 형사처벌이 결정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식약처 업무 태만이라는 오명을 씻기는 어려워 보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수년이 훨씬 지난 사건을 이제야 행정처분을 받아 회사로서는 당혹스러울 뿐"이라며 "이번 행정처분은 수년이 지난 후 내려진 처분이라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리베이트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닌 고질적인 업계관행 및 폐해로 지적된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무관용 원칙으로 근절해야 한다는 방침이지만, 식약처의 관행이라 불리는 늦장대처 또한 없어져야 할 적폐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 관계자는 "리베이트에 대한 행정처분이 늦다는 점은 일반적인 관행"이라며 "리베이트 관련 행정처분은 식약처가 담당하는 업무 중 중요도가 낮아 후순위로 밀려있는 상황"이라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행정처분이 결정되기까지 여러 절차를 거치지만, 그중 제약사와 품목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며 "제약사가 정지처분으로 지목된 품목을 수용한다면 바로 행정처분이 결정되겠지만, 대다수 제약사들이 인정하지 않아 품목에 대한 선정과정을 재조율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식약처 관계자 해명과 달리 제약업계는 "식약처와 첫 대면은 행정처분이 고지돼 확인서를 작성할 경우를 제외하곤, 어떠한 조율과정도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행정처분이 고지된 이후 제약사의 반박 입장을 담을 수 있는 '의견제출'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박권이란 무늬만 존재할 뿐 실상 회사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절차만 거치고 있을 뿐 고지 이후 행정처분을 통보한다"고 말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행정처분 발단이 된 영업사원의 경우 지난 2017년에 리베이트 관련 형사처벌을 받았다"며 "법인은 수사선상에서 배제됐다는 내용을 의견제출에 담았지만 기존 행정처분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식약처 관계자는 "형사처벌과 달리 행정처분은 소속 직원 문제라도 회사와 같이 책임을 묻는 것이 관행"이라 답변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식약처의 이러한 설명에 대해 심히 불편한 입장을 비추기도 했다. 그는 "식약처는 행정처분을 내리는 과정의 품목 선정, 의견제출 등을 회사와 조율 없이 거의 독단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기업 반박권이나 조율로 포장해 캐캐묵은 사건을 다시 꺼내 갑의 입장을 기업에게 다시 인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17년 보건복지부는 H제약의 영업사원 A씨 형사판결을 근거로 식약처에 리베이트 행정처분을 주문했으며, 당시 식약처가 관련 주문을 경인청에 하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한 사건을 두고 행정처분이 결정되기까지 5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ESG에 발맞춰 업계도 자성하며,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과거 악습을 문제로 삼아 현 시점에 처분을 내리는 것은 부당한 조치"라 일갈했다. 

정부가 의료업계 관행 및 리베이트 등과 관련해 무관용주의·철폐를 고집한지 수년이 지났지만, 정작 스스로가 이에 맞는 옷을 입고는 있는지 이후 행보가 주목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