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하반기 코스피가 3600선에 도달할 것이란 증권업계 장밋빛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수는 3000선 밑으로 폭락했다.
국내증시가 고전을 면치 못하자,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업계 전문가들이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린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리포트 작성의 객관성을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난 6일 코스피 지수가 2908.31로 마감했다. 이는 올해 최저였던 지난 1월4일 2944.45보다 낮은 수치다. ⓒ 연합뉴스
최근 견고했던 코스피 3000선이 무너졌다. 지난 1일 1.62% 하락세를 시작으로 지난 5일(-1.89%)과 6일(-1.82%) 연속 하락해 2908.31까지 주저 앉았다.
올해 상반기 코스피는 3300시대를 맞는 호황을 보이면서, 증권업계에선 일제히 하반기까지 상승세가 이어져 최대 3600선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쏟아낸 바 있다.
3630선을 예상했던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과 주식시장 추세를 가늠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 체력(펀더멘털)"이라며 "올해는 펀더멘털 모멘텀이 강하고, 시장전망치가 상향조정되는 국면으로 주식시장 상승추세는 지속될 것"이라 평가했었다.
물론 국내증시 약세가 △인플레이션 급등 불안 △부채한도 협상 난항 △중국 헝다 사태 우려 등 대외요인에 의한 것이란 분석이 대세를 이루지만 전문가의 예상이 크게 빗나갔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전문가의 전망이 빗나갔다고 예단하기엔 아직 이른 시점일 수 있다. 이 연구원을 비롯해 여러 전문가들은 하반기 전망에 대해 물가와 금리 상승 등 대외요인에도 불구하고, 국내증시가 강력한 펀더멘털로 상승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 전망해 왔다.
현재 7일 코스피 지수는 3거래일 만에 1.76% 상승 전환해 2950선까지 올랐지만, 이날 상승 배경 역시 미국이 부채한도 합의를 이룰 것이란 대외요인 때문이다.
이처럼 국내증시가 대외요인에 의해 휘청이자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펀더멘털론이 무색하다고 지적하고, 분석 객관성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시장눈높이와 동떨어진 장밋빛 전망만 내놓을 뿐이라는 지적.
실제로 국내 증권사가 낸 증권리포트 10건 중 9건이 '매수의견'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가 우려할 만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증권사별 투자의견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35개 국내 증권사에서 낸 레포트 9만9035건 중 90%에 해당하는 8만8928건이 매수의견인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의견 비중별로는 △매수의견 8만8928건(90.1%) △중립의견 1만36건(9.9%) △매도의견 71건(0.07%)으로 매수 쏠림현상이 극명했다. 특히 매도의견을 한 건이라도 낸 증권사는 13곳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22곳(63%) 국내 증권사는 일체 매도의견을 내지 않았다.
증권사 매수의견 리포트 편향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닌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매수의견 편중 원인이 증권사와 위탁사의 관계 때문"이라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위탁사에 부정적 의견이 담긴 리포트를 작성할 경우, 위탁사는 이를 문제 삼아 다른 증권사와 위탁관계를 맺겠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며 "투자위탁비, 광고비 등 금전적인 관계가 엮여 있어 애널리스트들이 객관적인 전망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 설명했다.
이어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갖는 증권사 리포트가 현재와 같이 매수의견만 남발한다면, 피해는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갈 것"이라 일갈했다.
한 예로 LG화학 배터리 부문 분사 사태를 들 수 있다. 지난해 9월 LG화학이 배터리 부문을 물적분할한다는 소식에 개인투자자들은 "하이브에 BTS가 없는 꼴"이라며 LG화학을 거세게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분사결정에 긍정적 평가를 내놓으며, 22개 중 16개 리포트에서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긍정적 평가를 내린 증권사를 비롯해 일부 자산운용사가 LG화학 주식 2만6500주를 순매도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판과 함께 리포트의 신뢰성 논란이 일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증권사들이 부정적인 측면도 정확하게 다뤄줘야 투자자들이 제대로 투자에 고려할 수 있지만, 매수의견만 남발하는 현재 행태는 투자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걸림돌"이라며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에 돌아간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