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대신증권 라임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대신증권 본사 앞에서 시위 중인 모습. = 이정훈 기자
[프라임경제]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가 대신증권 라임펀드 피해자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지 않고 일괄적으로 분쟁조정안을 결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라임펀드 피해자 몇몇의 경우 계약취소에 해당될 수 있지만, 조사 인원 부족 등으로 80% 일괄 배상안이 결정됐다는 것.
분조위는 지난달 28일 환매 중단된 라임펀드를 판매한 대신증권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물어 투자자 A씨에게 손실액 80%를 배상하고, 나머지 고객에 대해선 개인 40~80%, 법인 30~80% 비율로 자율조정 배상안 권고를 결정한 바 있다.
라임펀드 피해자 단체는 분조위 조정안에 대해 법원 판결로 대신증권 라임펀드 판매가 '사기적 부정거래'였다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계약 취소에 따른 100% 배상이 아닌 손해배상비율을 결정했다며 적극 반발에 나선 상황이다.
금감원 분쟁조정 3국 관계자는 피해자 주장들에 대해 "일부 투자자는 계약취소에 해당될 수 있고, 또 다른 투자자는 배상비율에 적합할 수 있다"며 "조정국 인원이 부족해 모든 투자자 사안을 살펴볼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이의가 있다면 민사 소송을 제기하거나 재조정을 신청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답변에 따르면 계약취소에 따른 100% 배상이 일부 투자자에게 가능하지만, 분조위가 인원 부족 등의 사유로 손해배상비율을 최대 80%로 결정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계약취소에 해당된 투자자 또한 최소 20%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관계자 해명처럼 조사 인원 부족 등으로 피해자들에게 일괄적인 손해배상비율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면, 20%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피해자들의 배상안 결정 반대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피해자 단체는 장영준 대신증권 전 반포WM센터장의 실형 선고인 법원의 '사기적 부정거래' 판결을 근거로 계약취소에 따른 100% 배상을 분조위에 요구해 왔다.
장 전 센터장은 투자자 470명에게 라임펀드가 연 수익률 8%, 원금 손실률 0%에 가깝게 설계됐다고 거짓으로 설명해 2000억원 상당의 펀드를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 및 벌금을 선고 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는 지난 5월27일 자본시장법(부당권유·부정거래)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장 전 센터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에 벌금 2억원을 추가 선고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수익률과 유연성 등이 사실과 다르고 과장된 점을 알고 있었음이 인정된다"며 "피해자들에게 거짓 내용을 알리는 등의 행위에 범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본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신증권은 장 전 센터장의 형사재판에서 법원이 형법상 사기죄가 아닌 자본시장법 위반을 적용했다는 근거로 계약취소가 아닌 불완전판매 적용 배상비율을 주장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분조위는 대신증권 손을 들어준 셈이지만, 앞서 금감원 답변과 같이 계약취소에 해당되는 피해자가 있다면 이를 구제해야 함은 당연한 처사에 해당된다.
정구집 대신증권 라임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대표는 "분조위 결정은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사법부의 사기적 부정거래 유죄인정 판결보다도 못한 엉터리 결정"이라며 "이는 법치주의와 금융질서를 금감원 스스로 거스르는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상황 속 '금융소비자 보호처' 소속인 분쟁조정국이 의무를 저버리고, 투자자 피해상황을 세세히 따져보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대신증권은 지난 9일 분조위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여 최대 80% 배상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분쟁조정은 신청인과 판매사가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는 경우 조정이 성립된다는 점에서 라임펀드 피해자 측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