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IPO '대어'로 꼽힌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상장 첫날인 지난 11일 26.43% 폭락하고 이후 주가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IPO 열풍에 찬물을 끼얹었다. ⓒ 한국거래소
[프라임경제] 주식시장에서 신규 상장사들에 대한 높은 공모가와 따상 등의 기대감이 투자자 손실로 이어지며, 개미투자자들의 따가운 눈총이 상장을 주도한 주관사들에게 쏠리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증권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총 31개사(스팩 제외)다. 이 가운데 상장 첫날 하락 마감한 종목은 15개에 달했으며, 현 주가가 공모가보다 하회한 종목만 8개로 나타났다.
새내기주들이 저조한 성적표를 잇따라 보이면서 '공모주 투자 불패'란 신뢰가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신규 상장사들에 대한 증권사들의 긍정적인 평가와 높은 가치 평가는 개미투자자들의 추격매수로 이어지며, 2차 피해까지 낳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며 지난 11일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경우 '따상(공모가의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 실패 및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면서 IPO 열풍에 찬물을 끼얹었다.
SKIET는 IPO 청약에서 역대 최대인 80조원 공모 자금을 모았으며, 청약 건수 450만건 이상을 기록해 따상은 '따 놓은 당상'이라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상장 첫날, 시초가 21만원 대비 26.43% 폭락한 15만4500원에 장을 마치며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이후 SKIET 주가는 지난 18일 14만4000원으로 6거래일 만에 반등했지만, 가치평가와 따상을 기대하고 추격 매수에 임했던 투자자들은 여전히 손실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SKIET는 상장 첫날에만 3500억원 넘는 매수세가 몰리기도 했다.
지난 17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씨앤씨인터내셜도 일반청약 경쟁률에서 898대 1로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따상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기대와 달리 씨앤씨인터내셔널은 상장 첫날 시초가 4만7250원대비 12.91% 주저앉은 4만11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씨앤씨인터내셔널은 이날 종가 기준 전거래일대비 3.51% 하락한 3만8500원으로 여전히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외에도 △공모가 1만2500원의 라이프시맨틱스가 이날 종가기준 1만400원 △공모가 2만원을 기록했던 나노씨엠에스는 1만4950원 △3만2000원의 공모가를 기록했던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2만7750원 △2만2200원의 공모가 에이치피오가 1만7100원 △공모가 2만1000원인 뷰노는 2만원 △1만2500원의 공모가 라이프시맨틱스가 1만400원 △공모가 1만9000원인 엔시스가 1만8650원으로 약세를 이어가며, 공모가를 밑돌고 있는 상태다.
개미들의 기대를 모았던 새내기주들이 줄곧 약세를 보이면서 주관사가 상장사의 몸값을 무리하게 부풀렸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24일 기준 SKIET 시가총액은 10조1599억원, 상장 전 투자설명서에서 제시한 기업가치인 9조3094억원보다 훨씬 높다.
이는 증권사가 제시한 SKIET 목표주가와 적정주가대비 따상 기준 27만3000원과 큰 괴리율을 나타내고 있다. 메리츠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목표주가를 각각 18만원, 14만8000원으로 제시했고, 유안타증권은 적정주가를 최대 16만원으로 잡았다. 24일 종가(14만2500원) 기준 증권사들이 제시하고 있는 목표주가와도 큰 차이가 보인다.
신규 상장 당시 주관사가 기업 가치를 높이 잡는 배경엔 덩치가 큰 기업을 많이 주관할수록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상장 주관을 맡으면 공모 금액의 0.8%를 수수료로 받고, 회사 재량에 따라 0.2~0.3%의 별도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IET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인수 대가를 챙긴 곳은 미래에셋증권으로 주관수수료만 46억원을 챙겼다. NH투자증권은 씨앤씨인터내셔널 상장을 통해 11억원을 벌었다.
문제는 주관사가 몸값을 과도하게 부풀려도 규제할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시장에 맞춰 주가가 제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으며, 증권사가 잡는 공정가치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은 "현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종목들은 애초 공모가를 높게 책정했기 때문"이라며 "공모가 책정은 주관사의 몫이며, 상장사는 공모 자금을 더 조달받기 위함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공모주가 마치 테마주처럼 무조건 뜰 것이라 믿고 많은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데 이는 가치평가가 아니다"라며 "공모가 적정 여부는 3~4일 주가 변동을 살펴본 후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주관사가 공모가를 책정하는 데 있어 증권사마다 기본 베이스는 있겠지만, 이후 가치 측정에 대한 변수적용은 주관사 재량에 달렸다"며 "기본 베이스대비 변수 측정범위는 정해진 것이 없으며, 많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차원에서 공모가 책정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현재는 오직 주관한 증권사가 정한 공모가를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