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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의장 '총수' 지정 진통…혁신 저해 vs 외국인 특혜

공정위, 동일인 지정 재검토…'실질적 지배자' 판단, 총수 지정 확률↑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21.04.22 10:19:34

뉴욕증권거래소 앞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 쿠팡


[프라임경제] 쿠팡의 동일인(총수) 지정 문제를 놓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당초 공정위는 미국 국적인 김범석 쿠팡 의장 대신 쿠팡 법인 자체를 대기업집단(그룹)의 총수로 지정하는 데 무게를 뒀지만,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지 않을 경우 '외국인 특혜'가 될 수 있고 불공정행위 방지가 어려워진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동일인 지정 문제를 원점 재검토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오는 30일 쿠팡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쿠팡의 지난해 자산은 50억6733만달러(약 5조7000억원)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인 자산 5조원을 넘어섰다. 자산 5조원 이상 공시 대상 기업 집단이 되면 각종 규제가 따라붙는다. 일감 몰아주기가 금지되고, 내부 거래를 공시해야 한다. 

관건은 동일인 지정 여부다. 총수로 지정되면 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이 공시 의무가 생긴다. 공정위는 당초 미국 국적인 김 의장 대신 쿠팡 법인 자체를 총수로 지정하는 데 무게를 뒀지만 시민단체, 노조를 중심으로 '외국인 특혜' 논란이 가열되면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 사례를 거론하며 쿠팡에 '외국인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최고투자책임자(GIO)는 공정위에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공정위는 '그룹 지배력'을 이유로 이 GIO를 총수로 지정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근 성명을 통해 "김 의장을 외국인이라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는다면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 적용에서 벗어난다"며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없다는 법적 근거라도 있나"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지난 21일 쿠팡 총수 지정 문제를 전원회의 긴급 토의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하기도 했다. 통상 전원회의에서는 법규를 제·개정하기 위한 논의를 하거나,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중요 사건을 심의한다. 정책 사안이 아닌 안건을 비공개 토의안건으로 위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이례적이다. 공정위가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 여부를 민감하게 따져보고 있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당초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면서 사후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리에 충실한다'라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는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자'에 해당하고, 국적과 관련한 규정은 아예 없다. 김범석 의장은 미국 국적을 갖고 있지만 차등의결권을 적용하면 쿠팡의 의결권 76.7%를 보유한 '실질적 지배자'다.

업계는 김 의장이 쿠팡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만큼 공정위가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도 실질적인 기업 오너인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지금까지 외국 국적을 보유한 사람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한다면 형평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된다면 한국에서 상장하지 않고 포함되는 첫 사례가 된다.

외국계 기업인 에쓰오일(최대주주 아람코), 한국GM(최대주주 제너럴모터스)도 총수 없는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상태다. 

쿠팡이 이미 미국 증시에 상장돼 경영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는 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최혜국 대우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도 쟁점으로 꼽힌다. 최혜국 대우는 미국인 투자자가 제3국 투자자에 비해 불리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실제 쿠팡의 지배구조는 일본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뉴욕 증시에 상장된 쿠팡 Inc의 최대주주로, 쿠팡 Inc가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쿠팡주식회사 지분 100%를 가진 구조다. 

또 쿠팡은 지난달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면서 앞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에 따른 규제를 받게 되는데, 이는 국내와 미국에서 이중 규제가 된다는 시각도 있다.

스타트업이 성장해 몸집을 불리는 경우가 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 사례가 늘어난 만큼 제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성장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친족경영이나 순환출자 등과는 거리가 먼 만큼 과거 만들어진 규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군에 70, 80년대 동일인 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며 "총수 지정 관련 법 체계가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쿠팡 관계자는 "미국 뉴욕 증시 상장으로 충분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라면서 "오는 30일 공정위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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