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에 나섰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조원태 사내이사·임채민 사외이사 선임안과 우리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선임안을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주주총회는 모두 오는 26일 열린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는 지난 23일 회의를 열고, 우리금융·신한금융·KB금융·대한항공 등 8개 기업의 주요 정기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행사 방향을 심의했다.

지난해 11월 아시아나 인수 관련 질문받는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 연합뉴스
◆수탁위, 대한항공 "조원태 선임 불가"…우리금융 "사외이사도 감시 소홀 책임져야"
수탁위는 대한항공 이사회가 제안한 안건 가운데 조원태 사내이사, 임채민 사외이사 선임안에 반대할 예정이다.
수탁위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시 실사를 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물어 조원태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임채민 사외이사에 대해선 주주권익 침해에 대한 감시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1월 임시주총에서 같은 이유로 대한항공의 정관개정을 반대한 바 있다. 당시 수탁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70%에 육박하는 찬성표를 확보해 정관개정안은 통과됐다.
수탁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반대했던 게 아니다"라며 "인수 대상 기업을 실사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책임회피에 급급했을 뿐"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수탁위는 국민연금 납부자의 기금을 보호하고, 장기 수익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반대 의결권 행사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의사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노성태·박상용·전지평·장동우) 선임에도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당시 감시의무에 소홀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이 선임에 반대한 4명의 사외이사는 우리금융에 4453억원의 손해를 남긴 DLF 사태 당시 사외이사였다. 즉, 수탁위는 선임 '반대' 의사표시로 그들에게 책임을 물은 셈이다.
수탁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회사측에서 선임한 이사진을 신뢰한다"며 "다만,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강조했다.
단, DLF와 같이 금융사에 대형 피해를 남긴 라임사태에 대해선 평가를 유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우리금융은 DLF사태에 대해 이미 법원과 금융감독원 등 국가기관으로부터 제재를 받았기 때문에 반대한 것"이라며 "라임사태를 빚었던 KB금융, 신한금융 등은 아직 국가기관의 제재가 결정되지 않아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DLF 피해자의 시위 현장. 국민연금은 DLF 불완전판매에 대한 감시 소홀 책임을 물어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안을 반대할 계획이다. ⓒ 연합뉴스
◆"주주로서 정당한 의결권 행사" vs "기업 옥죈 연금사회주의" 의견 분분
최근 기업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대해 업계에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절히 이행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대주주로서 견해를 내고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주주의 당연한 권리"라며 "이를 막는 것은 오히려 위탁자인 국민에 대한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국민연금이 기업의 자율성을 옥죄고 있다며 '연금사회주의'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의 경영권에 간섭하는 것은 투자의 범위를 넘어 영리를 추구해야하는 민간기업에게 국유기업의 행태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는 기업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고, 결국 투자가치·수익율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빈 교수는 또 다른 견해를 밝혔다.
빈 교수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기업을 옥죈다는 것은 기업 측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며 "경영진이 제멋대로 기업 경영을 하고, 기업으로부터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하기 어려워지니 옥죈다고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항공과 우리금융지주는 오는 26일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