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신세계그룹이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1353억원에 인수하면서 유통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 맞수인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의 야구 마케팅 대결도 예상된다. 과거 '재벌가 외손녀'들이 전면에 나선 호텔 대전에 이은 유통가 '빅매치'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세계는 26일 SK와이번스 인수에 대해 "온·오프라인 통합과 온라인 시장 확장을 위해 몇 년 전부터 프로야구단 인수를 타진해왔다"며 "특히 기존 고객과 야구팬들의 교차점이나 공유 경험이 커 시너지가 클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프로야구 800만 관중 시대를 맞아 두꺼운 야구팬층이 온라인 시장의 주도적 고객층과 일치한다는 점도 주목했다고 했다.
◆인천 경기장 '라이프스타일센터'로…고객 접점 최전선 삼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유통업계의 중심축이 온라인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가운데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생존을 위해서는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고객 경험도 확장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내세우고 있다.
야구단이 이런 경영철학의 실험무대가 되는 셈이다. 야구장은 정 부회장이 유통업의 경쟁 상대로 수차례 거론한 곳이다. 그는 2016년 '스타필드 하남' 개장식에서 "향후 유통업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쇼핑, 여가, 외식, 문화생활 등을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게 유통업이 '라이프스타일센터'를 지향해야 한다는 게 정 부회장의 지론이라는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 연합뉴스
실제로 신세계그룹은 야구장을 '라이프스타일센터'로 바꿔 이곳에서 그룹의 여러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SK와이번스의 홈구장인 인천 문학경기장 시설을 리모델링해 야구장을 찾은 관객들이 신세계그룹 상품이나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관람객이 야구장 밖에서도 신세계그룹 유통망을 통해 야구를 즐기도록 구단 유니폼 등 굿즈를 판매하거나 다양한 행사를 여는 방안도 있다.
유통업계 맞수인 롯데그룹과의 야구 마케팅 대결도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부산 연고의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를 운영하고 있다. 양 사 구단의 대결은 대중 관심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야구장으로 옮겨진 신세계의 유통 실험이 롯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스포츠를 연계한 마케팅 경쟁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가 외손녀' 호텔 경쟁에 이은 '빅매치'
야구장에서 맞붙게 될 신세계와 롯데의 '유통 전쟁'은 '재벌가 외손녀'들의 호텔 전쟁에 이은 '빅매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각종 대형 이슈로 잠복했던 호텔 대결이 신세계의 야구 시도로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이다. 자존심에 불을 지르면서 피할 수 없는 싸움이 시작됐다는 시각으로, 호텔 경쟁 등 일련의 대결이 다시 본격화되는 경기에서 야구팀 인수가 시구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것.
호텔 전쟁의 주인공은 장선윤 롯데호텔 전무와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다. 정 총괄사장은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외손녀이자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이다. 장 전무의 외할아버지는 고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며, 어머니는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부인인 시게미쓰 마나미(왼쪽) 여사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의 딸인 장선윤 호텔롯데 전무. © 연합뉴스
정 총괄사장은 지난 1996년 조선호텔 마케팅담당 상무보로 그룹에 입사한 뒤에 전공을 살려 호텔 객실의 디자인과 인테리어를 다듬는 데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2003년부터는 조선호텔 프로젝트실장 상무를 맡고, 2005년부터는 베이커리사업에도 발을 들였던 정유경이 신세계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2009년 12월부터였다.
신세계그룹이 2011년 신세계에서 이마트를 인적분할한 이후, 이마트는 대형 마트사업 부문을 영위하고 분할 존속회사인 신세계는 백화점 사업부문을 책임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정유경은 신세계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백화점, 면세점, 화장품, 패션 부문을 도맡고 있다.
장선윤 호텔롯데 전무는 롯데가의 유일한 3세 여성 경영인이다. 외조부 고(故) 신격호 회장의 총애를 받았고 모친인 신영자 전 롯데쇼핑 총괄부사장의 신임 속에 경영 일선에 나섰다.
미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재원인 그는 1997년 6월 롯데면세점에 계장으로 입사해 업무를 익혔고 1998년 2월부터 2000년 6월까지 롯데쇼핑 상품본부(해외상품팀) 바이어로 활동했다.
하버드대 졸업 후 1997년 롯데 면세점에 입사, 2007년 호텔사업부에서 마케팅부문장을 맡았다. 이후 개인사업과 결혼 등을 이유로 물러났다가 2015년 재차 러브콜을 받아 복귀했다. 해외사업에 한창 열을 올리던 롯데호텔에서 해외진출과 부티크 브랜드 'L7' 등을 성공적으로 론칭하는데 힘을 보태 2017년 전무로 승진했다.
◆야구장으로 옮겨진 유통 공룡들의 경쟁 다시 활활
아닌 게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올해 신세계와 롯데는 호텔 경쟁을 예고하고 있어 이 문제를 올해 유심히 봐야 한다는 재계 안팎의 관측이 대두된다.
올해 제주도에서는 켄싱턴 제주를 리모델링한 그랜드 조선의 두 번째 호텔인 '그랜드 조선 제주'를 오픈하며 롯데호텔, 호텔신라와의 전면전에 뛰어들었다. 올해 상반기까지 서울 강남구에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을 오픈하는 등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앞서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10월 신규 특급 호텔 브랜드 '그랜드 조선'의 첫 호텔 '그랜드 조선 부산'을 오픈했다. 그랜드 조선 부산은 몇 달 앞서 문을 연 롯데호텔의 '시그니엘 부산'과의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호텔업계의 활력소가 된 바 있다.
또 지난해 말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도 독자 브랜드 호텔인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그래피티)'를 열며 사업 드라이브를 지속적으로 걸었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자이언츠를 응원하고 있는 야구팬들. © 연합뉴스
신세계백화점도 처음으로 대전에 5성급 독자 호텔 브랜드를 선보인다. 오는 8월 대전의 옛 엑스포과학공원 부지에 지어지는 이 호텔의 이름은 '오노마(ónoma)'다. 그리스어로 '이름'과 '명성'을 뜻한다.
신세계는 대전에 새로 여는 백화점을 스타필드나 타임스퀘어 같은 복합쇼핑문화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백화점 옆에 짓는 오노마 호텔은 독자 브랜드 호텔이지만, 해외 투숙객 유치를 위해 메리어트그룹의 예약시스템을 공유해 운영한다.
롯데호텔은 지난해 9월 미국 시애틀에 5성급 호텔인 '롯데호텔 시애틀'을 위탁경영 방식으로 개장했다. 아시아지역 체인호텔 3위까지 끌어올린 롯데호텔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롯데호텔은 오는 2025년까지 전 세계 객실 3만개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올해 수익성 개선과 기업공개(IPO) 준비를 지속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정농단수사로 호텔 상장에 브레이크가 걸렸던 롯데로서는 신세계의 호텔 이슈는 물론 이번 야구단투자 등 통큰 질주가 거슬릴 수밖에 없다"면서도 "양사의 호텔 경쟁과 함께 이번 신세계의 야구단 인수를 계기로 스포츠와 결합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야구장은 이제 유통 공룡들의 경쟁 무대로 떠 오를 것"이라고 짚어주는 마지막 문장을 보탠 그의 감각을 믿고 두 유통 명가의 야구 전쟁, 그리고 호텔 대결을 관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