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해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면세업계는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대기업 면세점을 제외한 중견·중소 업체는 모두 면세점 사업에서 손을 뗐고, 인천국제공항면세점 제1여객터미널(T1) 면세 사업권 신규 사업자 입찰은 올해만 세 차례 유찰됐다. 면세업계의 위기에 정부는 '제3자 반송 지원제도'와 '재고 면세품 내수 판매'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객의 면세 쇼핑 허용' 등 면세업계 내수 판매를 위한 관련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지난해 12월 2조2847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코로나19로 올해 4월 9867억원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방문객과 매출이 지난해 같은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호텔신라(008770)는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면서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숙원사업인 한옥호텔 건립 사업도 1년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10월 국내 면세 매출 1조3894억…전년比 36.5%↓
호텔신라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3분기 잠정실적은 198억원 영업손실로 전년(영업이익 574억원)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795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
사업 부문별로는 면세 사업을 포함한 TR부문에서 영업손실이 142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771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2% 감소했다. 점포 입지별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시내면세점(-23%), 공항점(-77%) 등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수의계약마저 불발되면서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시도는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 연합뉴스
롯데백화점은 2분기에 매출 6665억원과 영업이익 43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3%, 영업이익은 40.6% 줄었다. 3분기 매출은 8453억원, 영업손실 11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6% 감소했지만, 직전분기 대비 45% 증가해 회복세를 보였다. 영업손실은 직전분기 약 778억원에서 11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신세계면세점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59.6% 감소한 3107억원에 그쳤다. 영업손실은 370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명동점 등 시내면세점 매출은 31% 감소해 상대적으로 선방했지만, 인천공항 등 공항면세점 매출이 전년 대비 92%가 줄면서 사실상 매출이 없어졌다. 신세계면세점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899억원에 이른다.
이후 정부는 재고 면세품 국내 판매와 임대료 50% 감면 등 면세업계 수혈에 나섰다. 매달 전월 대비 매출이 소폭 증가해 실적 회복 기대감을 키우던 면세업계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 또 한 번 가라앉았다.
지난달 30일 한국면세점협회가 공개한 10월 국내 면세 매출은 1조3894억원으로 전년 동월(2조1873억원)대비 36.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월(1조4841억원)과 비교해선 6.4% 감소했다. 코로나 여파로 올 4월 국내 면세 매출이 9867억원까지 떨어진 이후 매월 전월대비 증가세를 보이다 6개월 만인 10월 다시 매출이 떨어진 것이다.
◆'재고 면세품 내수 판매·무착륙 관광비행' 허용…'제3자 국외 반송'은 올해 말까지
정부는 '제3자 국외 반송'과 '재고 면세품 내수 판매' '무착륙 관광비행'을 허용하며 면세업계를 지원하고 있지만 '제3자 반송 지원제도'는 올해 말까지만 가능해 면세업계는 당장 내년부터 걱정이 크다는 입장이다.
제3자 국외반송은 국내 면세업체가 해외 면세 사업자에게 세관 신고를 마친 면세물품을 원하는 장소로 보내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따이궁(대리구매상)이 한국에 입국하지 않아도 원하는 면세품을 현지에서 받아볼 수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12일부터 내년 1월2일까지 제주항공의 무착륙 국제선 비행기에 탑승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한다. ⓒ 신세계면세점
재고 면세품 내수 판매는 면세 물건 국내 통관을 허용해 국내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게 한 조치다. 원래 규정은 팔리지 않아 창고에 쌓인 물건은 소각하거나 공급자에게 반품만 가능하게 했는데, 면세업계 경영 악화가 심화하자 이들 제품을 국내에 팔 수 있게 했다.
아울러 면세쇼핑이 가능하도록 국제선에서도 무착륙 관광비행을 허용했지만, 탑승률은 30~40%에 그치고 있다. 앞서 국내선을 대상으로 먼저 시행했던 여행 상품의 탑승률 80~100%의 절반 수준도 안 되는 상황이다.
무착륙 관광비행 상품이 저조한 이유에 업계는 코로나19 확산과 면세점을 통한 고가 명품 구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인당 면세품 구매한도가 600달러밖에 안 되기 때문에 고가 명품 구입이 어렵기 때문.
또 지난 1일부터 중국 정부가 한국발 비행기의 입국 규제를 강화하는 등 국가 간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향후 면세 매출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정부가 면세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내년부터 다회 발송, 해외 관광비행객 착륙 허용 등 추가 지원책을 내놨지만, 관련 업계는 실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회발송은 세관에 등록한 외국인 구매자들이 출국 전 수출 인도장을 통해 면세품을 발송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종료시점은 출입국 및 면세점 이용 인원 등을 감안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제3자 반송도 연장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회발송의 경우 다이궁 등 외국인 구매자들이 일단 한국에 입국해야 하고 자가격리도 해야 한다. 또 면세품 발송 후 2개월 이내에 출국도 마쳐야 한다. 제3자 반송은 따이궁(보따리상)들이 한국에 들어올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국경간 이동이 제약되는 상황에 적합한 지원책이라는 것이다.
해외 관광비행객 면세쇼핑 허용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다. 이미 국내에 도입된 무착륙 관광비행 상품 이용률이 저조한 만큼 해외 관광 비행객 역시 많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운행 허가를 내주는 해외 비행편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고, 방역 문제로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내년 하반기, 업황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 현실화"
면세점 업계는 내년에도 매출을 짜내면서 일단 버티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국가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등 코로나 극복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출입국이 코로나 사태 이전처럼 원활해지려면 최소한 내년 하반기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다소간의 실적 회복세를 보이게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면세점은 지난 4월을 저점으로 매달 실적 개선을 이어왔다.
특히 9월에는 중국 광군제 선수요, 국경절 등 이벤트에 힘입어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10월에는 전달 대비 4%의 매출 역신장을 기록했지만, 이는 계절에 따른 매출 차이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 연말까지 공항 임차료 부담이 크게 줄어들며 4분기에는 흑자 전환 가능성도 점쳐지는 모습이다.

정부가 '무착륙 관광비행'을 허용하며 면세업계를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관광비행 승객들이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탑승게이트에서 탑승 수속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모든 사람의 국가 간 이동이 활발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부 항공 노선이 정상화되고 특히 인천공항 T2의 회복이 빠를 것을 감안하면 내년 하반기 경 업황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수의계약마저 불발되면서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시도는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공항공사가 진행한 제1 여객터미널(T1) 면세점 사업권 6개 구역 사업자 수의계약에 참여한 업체는 없었다.
앞서 3차례 입찰이 불발된 데 이어 수의계약마저 실패로 돌아가면서 인천공항 새 면세점 주인은 해를 넘겨야 윤곽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면세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재확산하는 등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더 커진 상황에서 조건마저 완화되지 않아 사실상 입점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3차 입점 조건에는 직전 입찰 때와 동일하게 최소 보장금을 30% 낮추고, 여객 수요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60% 수준으로 회복하기 전까지 최소 보장금 없이 영업료만 납부하는 내용이 담겼다. 반면 면세업계는 줄곧 최소 보장금을 없애고, 임대료를 영업요율 방식으로 바꿔줄 것을 요청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