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0년 8월27일 당시 김종창 금감원장이 '햇살론' 취급 1개월을 맞아 인천 소재 4개 서민금융지원 현장을 방문해 서민금융 이용자들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창구 직원들을 격려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최근 코로나19 장기화와 경기 침체로 다수 서민들이 경제적 위기를 처한 상황입니다. 물론 금융권 대출로 모면하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서민들에게 금융권 문턱조차 버거운 게 사실이죠. 정부가 이런 서민들을 위해 선보인 정책이 있는데요, 그 대표 금융 상품이 바로 '햇살론'입니다.
햇살론은 지난 2010년 7월 금융위원회가 서민지원 정책 일환으로 만들어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등 6개 금융기관이 공동 출시한 서민전용 대출상품입니다. 저신용·저소득 서민들에게 신용보증재단 보증을 담보로 10%대 저금리로 사업운영 및 긴급생계 등 자금을 제공하고 있죠.
무엇보다 미소금융 및 희망홀씨대출과의 차별화에 성공한 햇살론은 출시 당일, 신청자 39명에게 3억1000만원이 대출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물론 다른 '3대 서민금융상품'들은 햇살론과 비교해 금리는 비교적 낮습니다. 다만 미소금융은 대상자가 자영업자에 한정, 생계자금에 초점에 맞춘 희망홀씨대출의 경우 대출한도가 적은 편이죠.
반면 햇살론은 금리가 다소 높았지만, 넓은 대상과 다양한 용도로 자금을 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이런 장점 때문일까요. '2010년 8월26일' 발표 자료에 따르면, 햇살론은 출시 한 달 만에 4만5962명에게 3982억원이 대출되는 등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기도 했죠.
취급회사별로는 농협이 대출액 42.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뒤를 이어 △새마을금고 31.9% △신협 19.0% △저축은행 5.2% 등 순이었습니다. 자금용도별로는 생계자금이 70.1%(2792억원)를 차지했습니다.
다만 '간편한 절차와 저렴한 이자'가 부각되면서 신용등급이 낮지만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은 고소득층까지 이용한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저신용층 고금리 부담 절감'이라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9~10등급보단 6~8등급 위주로 대출이 이뤄지기도 했죠.
무엇보다 저금리로 인한 과잉 대출 등 가계부채 증가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결국 금융 당국은 '고소득자 햇살론 대출 자제' 입장을 전달하는 한편, 저신용자 역시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대출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실 발생과 관련해 여신심사도 한층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금융당국 노력에도 불구, 햇살론은 최근 3년간 연체건수와 연체액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위기에 직면한 상태입니다.

최근 3년간 햇살론 신용등급별 대위변제 현황에 대한 서민금융진흥원 자료(단위 건. 억원. %). Ⓒ 이태규 의원실
실제 햇살론 보증기관이 원리금을 대신 갚아주는 '대위변제율'은 △2017년 5.5% △2018년 9.1% △2019년(6월 기준) 10%까지 상승하면서 정부가 대신 갚아줘야 할 돈(대위변제액)도 2017년 말 2364억원에서 2019년 7928억원으로 235.4% 급증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서민금융상품 상환능력이 계속 떨어지는 건 경기침체 및 소득주도 성장에 따른 서민고용시장 악화가 서민가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상환 능력이 떨어진 이들이 또 다시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려 빈곤 악순환이 이어지지 않도록 서민 금융지원 방안을 새롭게 고민할 시기"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를 잃었다가 재취업한 저신용자에게도 '햇살론' 문호를 개방했다는 점입니다. 코로나발(發) 경제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기 위해 버팀목을 강화하겠다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기조에 맞춰 서민 금융 지원을 확대한 것이죠.
당시 금융위 관계자는 "전반적 경제 상황이 어려운 데다 햇살론을 받지 못하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게 될 우려가 있어 시장 수요에 맞게 공급을 늘리기로 결정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금융당국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햇살론(햇살론17·햇살론유스 포함) 대출액은 1조57억원입니다. 이는 당초 목표 연간 공급액 30.5% 수준이죠. 전체 대출 규모도 기존(3조3000억원)대비 31.8%(1조500억원) 늘린 4조3500억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와 누적된 가계부채는 저신용·저소득층부터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햇살론17 연체율이 최고 12%까지 급등하는 등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이죠.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5대 은행' 햇살론17 연체율(7월 기준)은 4.50~11.88%입니다. 이는 1월 연체율(1.7~3.1%) 세 배 가량으로 치솟은 수치죠.

지난달 23일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과 만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대출 만기 재연장을 요청했다. ⓒ 금융위
업계 관계자는 "취약계층 지원 상품인 햇살론17 연체율 증가는 서민경제 부실 '신호탄'"이라며 "3년 만기로 700만원을 빌렸을 경우 매달 갚는 금액이 25만원 수준이지만, 연체율이 증가한다는 건 이마저도 부담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죠.
이어 "그나마 재난지원금이나 초저금리 금융지원, 대출 만기·이자 한시 유예 조치 등으로 연명하고 있지만, 지원 종료시 폐업하는 곳이 급증할 것"이라고 지적했죠.
불행 중 다행일까요. 현재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당초 9월까지 한시 시행키로 했던 규제 완화 조치 대부분을 연장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앞서 5대 금융지주회장과 금융협회장들을 만나 이런 조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기도 했죠.
다만 경제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이긴 하지만,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공존하고 있습니다.
과연 계속되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 중소기업·자영업자 경기 반등을 통해 부실이 사회 전반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현재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지 향후 경기 상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