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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와이파이' 나눴던 스타벅스…'제3의 장소' 사라질까

포스트코로나 대비 "불가피한 선택" vs "스타벅스 정체성 훼손"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20.06.15 08:27:57
[프라임경제] 10년 전 오늘인 2010년 6월15일 스타벅스가 미국 내 모든 매장에서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야후와 제휴, 매장에서 접속 가능한 '스타벅스 디지털 네트워크' 사이트를 개설해 인터넷 뉴스, 음악, 영상, 지역정보 등을 무료로 제공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단순히 커피만 파는 것이 아닌 공간도 함께 제공하겠다는 스타벅스의 경영 차별화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것인데요.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스타벅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미국 내 매장의 테이블 치우기로 하면서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스타벅스사는 1971년 스타벅스 커피, 티 앤 스파이스라는 작은 매장에서 출발했고, 1987년 하워드 슐츠가 이후 지금의 회사 이름으로 변경했습니다. 1992년 스타벅스사는 나스닥에 상장됐고 2008년부터 하워드 슐츠가 다시 CEO로 복귀해 기업의 경영을 이끌어 가고 있죠.

스타벅스는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사인 인터브랜드(Interbrand)가 선정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Best Global Brands 100)'에 2000년부터 현재까지 랭크되고 있는데요. 스타벅스는 2013년도 미국의 경제 전문지인 포춘(The Fortune)의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The World's Most Valuable Brands)'에서 100위 안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 매장이 집과 일하는 곳과는 다른 '제3의 장소'라는 의미를 주기 위해, 고객들이 편하게 시간을 보내며 커피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 김다이 기자


스타벅스는 워런 버핏이 말한 '경제적 해자'(Econmomic Moars)에 적용되는 가장 성공적인 기업이기도 한데요. 

경제적 해자란 '경쟁사로부터 기업을 보호해 주는 높은 진입장벽과 확고한 구조적 경쟁 우위'를 말합니다. 해자는 원래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곽을 따라 파놓은 못을 가리키는데, 경쟁사가 쉽게 넘볼 수 없는 진입장벽을 해자에 비유한 용어죠. 

스타벅스는 로고 하나만으로 커피뿐 아니라 음료, 푸드, 텀블러, 머그컵, 다이어리 등 여러 가지 사업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습니다. 종종 주변에서도 스타벅스 마니아층을 발견할 수 있죠. 실제 스타벅스 코리아의 전체 매출액 중 10% 정도는 이러한 제품들의 판매액입니다. 

최근 스타벅스의 '서머 레디 백'이 큰 인기를 보이며 출시 첫날부터 품절 대란이 일었는데요. 지난달 22일에는 여의도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한 고객이 커피 300잔을 한꺼번에 구매한 뒤 음료 1잔과 레디백만 챙겨서 돌아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죠.

최근 스타벅스의 '서머 레디 백'이 큰 인기를 보이며 출시 첫날부터 품절 대란이 일었다. ⓒ 스타벅스


그 외에도 경제적 해자는 많습니다. 커피의 배달 서비스, 할인, 기프트 카드, 스타벅스만의 매장 분위기와 음악 등이 그것이죠. 

무엇보다 스타벅스의 가장 큰 강점은 단순히 '커피를 판다'가 아니라 '문화를 판다'는 전략인데요. 스타벅스만이 주는 분위기, 만남, 대화를 중시해 일반 카페와 차별화된 전략을 세운 것이죠.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 매장이 집과 일하는 곳과는 다른 '제3의 장소'라는 의미를 주기 위해, 고객들이 편하게 시간을 보내며 커피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실제 카페에서 장시간 공부하는 대학생이나 업무를 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전 매장에 콘센트와 와이파이를 설치했는데요. 2010년 6월15일 스타벅스는 와이파이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히며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와 회사원들의 성지로 떠오르게 되죠. 

또한 매장 내 들리는 음악 역시 고객의 대화와 커피를 즐기는 시간을 방해하지 않는데요. 고객의 대화 소리를 넘지 않는 매장 내 음악은 스타벅스의 또 다른 차별점으로 꼽히죠. 

이처럼 스타벅스는 매장을 단순히 상품을 사는 곳이 아니라 제 3의 공간으로 인식되도록 했습니다. 문화를 파는 이 같은 전략은 스타벅스 고유의 이미지를 형성했죠. 

이러한 스타벅스가 10년이 지난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정체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미국 내 대형 점포 문을 닫고, 픽업 매장을 대거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스타벅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위해 미국 내 매장의 테이블 치우기로 결정했다. ⓒ 연합뉴스


팻 그리스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앞으로 18개월 동안 미국 내 매장 400여개를 폐쇄할 것"이라며 "대신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대도시에 더 많은 픽업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했는데요.

당초 스타벅스는 3~5년에 걸쳐 단위 면적 당 매출이 적은 대형 매장들을 닫고, 인건비와 유지비가 현저히 적은 픽업 매장을 늘리려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미국을 휩쓸기 시작하고, 매장에 머무르는 소비보다 픽업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자 매장 재편 계획을 앞당겼죠.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하는 스타벅스의 결정에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하면서도 '원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뉴욕타임즈(NYT)는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닌 공간을 파는 곳으로 자사를 브랜드화해 성공했고, 이후에도 다른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에서 살 수 없는 가치들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면서 성장했다"며 "블루보틀을 포함해 스타벅스보다 더 고급스러운 커피 품질을 앞세우는 프리미엄 스페셜티(specialty) 커피 업체들의 도전이 거센 가운데, 픽업 매장 중심으로 입지를 넓히는 전략은 불확실성이 짙다"고 평가했죠.

일각의 우려에도 스타벅스의 이번 결정엔 이유가 있었는데요. 스타벅스의 미국 내 매출은 4월에 63%가 감소하는 등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 2분기 매출 또한 32억달러(한화 약 3조8천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실적하락이 '커피와 공간을 팝니다'고 말했던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창업자 철학을 바꿔 놓은 것이죠.

하루 평균 50만명 이상, 연간 약 1억8000명의 고객이 방문한다는 스타벅스. 코로나19 이후 우리의 생활에 '카공'과 '카페에서 업무를 보는 모습'은 사라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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