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제약업계의 실적 악화가 우려됐지만, 오히려 매출과 이익은 모두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질환자의 장기 처방이 늘고, 영업·마케팅을 위한 제반비용 절감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은 제약업체들이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올 1분기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역성장을 우려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한편 영업사원들의 거래처 방문도 최소화되면서 신규 거래처 발굴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제약기업의 실질적인 손실 규모를 약 8000억원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업계의 예상과는 달리 제약사의 1분기 실적은 전년 같은 기간 실적과 비슷하거나 상회하는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KTB투자증권은 7개 주요 제약사들(한미약품·유한양행·녹십자·대웅제약·동아에스티·종근당·일동제약)의 1분기 합산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8.5%, 34.6% 급증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전문의약품(ETC) 품목 중 만성질환 의약품의 비중이 높은 한미약품(128940), 종근당(185750), 동아에스티(170900), GC녹십자(006280)는 처방 측면에서 코로나19 여파를 사실상 비껴갔다.
고혈압과 당뇨와 같이 약 복용을 임의로 중단할 수 없는 만성질환의 경우 한 번 병원에 방문하면 4주 이상 복용할 양을 처방할 수밖에 없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1분기 합산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8.5%, 34.6%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 동아에스티
이 중에서도 동아에스티와 GC녹십자의 1분기 깜짝 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동아에스티의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 12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에스티는 코로나19와 무관하게 일부 판매업무 정지로 유통사가 재고 확보를 위해 1~2월 의약품을 선매입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의약품 수요까지 감안해 1분기 의약품 대량 생산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도 나타난다"면서 "코로나19에 따른 영업 사원 재택근무로 영업활동 중단에 따른 마케팅 비용 감소 등도 영업이익도 일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수 접종 백신과 혈액제제를 주력으로 하는 GC녹십자는 두 사업분야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여 지난 1분기 235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올해 1분기에는 10% 증가한 2589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영업이익에선 같은 기간 3억원에서 55억원으로 1733%의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종근당은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 2825억원, 영업이익 19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8%, 18.1% 늘어난 규모다. 종근당의 만성질환 매출 비중이 50%내외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1분기 실적 영향은 제한적이란 판단이다.
서 연구원은 "3월 영업사원 및 연구 인력 재택근무로 마케팅 비용, R&D 비용 등이 일시적으로 감소했다"면서 "영업 활동이 대면 마케팅이 아닌 온라인 마케팅으로 대체되면서 영업 효과 감소가 예상되나 이달 재택근무 종료로 2분기부터는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영업이 불가능해지면서 판관비도 대폭 줄어들었다. 제약회사의 영업비용은 재무제표에서 판매비와 관리비용에 해당한다. 일명 판관비는 상품과 제품 판매 또는 기업 경영활동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의미한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의약품 공급차질을 우려해 유통재고 확보와 만성질환 환자 장기 처방조제 특성으로 인해 전문의약품 매출 우려가 양호할 것"이라며 "3월 의약품 매출이 부진하나 1~2월은 전년보다 신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면 영업중단에 따른 영업비용 축소와 R&D 투자 지연 등으로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2분기에는 장기처방에 따른 매출 상승효과가 끝나면서 실적이 내리막길로 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제네릭과 일반의약품의 매출 비중이 높은 중소제약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사원)병원 출입까지 불가능해지면서 영업 채널이 막힌 상황이다. 일부 중소형 제약사들은 이미 비상경영선포 등 고강도 조치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일반의약품과 항생제 등 경증 치료제 매출 비중이 높은 중소제약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