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산업전반에서 구조조정 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국내 제약업계도 창업주들이 경영권을 내려놓거나 지분을 양도하는 등 구조조정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면 영업에 발목이 잡히면서 매출 타격이 예상치를 웃돌고, 경영권 지분가치도 낮아지면서 인수합병(M&A)에 노출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올바이오파마(009420)를 20년간 운영해왔던 김성욱 부회장이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내려놓았다. 부회장직은 물론 사내이사직도 모두 내려놓았다.
김 전 부회장은 한올바이오파마 창업주이자 전 회장인 김병태씨 차남이다. 또 2015년 대웅제약에 피인수된 후 유일하게 경영진에 남아있던 한올바이오파마 창업주 일가였다.
김 전 부회장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291만8627주로 보유 비율은 5.59%다. 경영 참여가 가능한 5% 이상이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1998년 김완주 회장이 설립한 바이오 기업 씨트리(047920) 또한 지난해 메디포럼에 인수되며 메디포럼제약으로 사명이 변경된 바 있다.
메디포럼은 작년 10월16일 대화제약과 그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하고 있던 씨트리 주식 196만3598주(지분율 14.18%)를 206억원(주당 1만500원)에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과정에서 창업주 김완주 회장은 보유 주식 3.43%를 모두 메디포럼에 양도하고 경영에서도 손을 뗐다. 씨트리는 1998년 4월 설립된 국내 1세대 바이오 벤처 중 한 곳이다.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제약사 구조조정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콜마홀딩스(024720)는 CJ헬스케어를 제외한 나머지 제약부문을 IMM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거래 규모는 7500억원 수준이다. CJ헬스케어 인수 이후 재무 부담이 확대되자 알짜 사업 매각으로 리스크 해소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매각시 한국콜마 제약사업은 2018년 인수한 HK이노엔만 남게 된다. 한국콜마는 화장품사업에 집중하고 제약사업은 상장을 준비중인 HK이노엔 중심으로 재편된다.
서울제약(018680)도 사모펀드에 팔렸다. 서울제약은 지난 2월말 최대주주 황우성외 8인은 주식 379만1715주를 큐씨피 13호 사모투자합자회사(벤처캐피탈 큐캐피털 운영 사모펀드)에 양도했다. 양도 대금은 450억원이다.
서울제약은 큐씨피 13호 사모투자합자회사를 대상으로 15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도 발행했다. 큐씨피 13호 사모투자합자회사는 서울제약 인수와 경영을 위해 총 600억원을 투입한 셈이다.
사모펀드의 지분율은 44.68%이며 이로써 1985년 설립 이후 35년 만에 창업주 일가의 경영이 끝을 맺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제약사들의 구조조정에 대해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대면 영업이 사실상 막혔다는 점을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코로나 치료제나 백신 개발이라는 호재에 기댈 만한 경쟁력도 없고, 제네릭 의약품에 의존해야 하는 태생적 한계도 있다.
이들 제약사들의 밸류에이션 약화는 경영권 지분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고령의 창업주나 오너 2세들의 경영권 지분율이 낮은 회사들일수록 M&A 노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원매자들의 자금 부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제네릭 중심의 중소제약사는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며 "향후 M&A 등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중소 제약사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