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9년 12월2일에는 당시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 3명 중 강정원 국민은행장을 제외한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대표와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이 불공정 경쟁 의혹을 제기, 동반 사퇴하는 파행을 겪었다. Ⓒ 국민은행
[프라임경제] 12월은 금융권에 있어 그야말로 인사의 계절이다. 오늘날 주요 증권사 20곳 중 절반인 10곳 CEO(최고경영자)들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확히 10년 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 '10년 전 오늘'은 2009년 12월2일 불거진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 당시 어떤 문제가 있었으며, 이후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 살펴본다.
#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이 일부 후보 사퇴 등 불공정 시비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예정대로 3일 면접을 진행하겠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라 현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단독후보로 나서면서 KB금융 회장으로 내정될 분위기다.
연이은 후보 사태는 지배구조상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외이사가 회장 선임에 있어 경영진 '견제와 감시'라는 소임보다는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는 비판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금융당국마저 '사외이사 제도가 독단적이고 폐쇄적'이라며 강도 높은 사퇴 압박을 가하면서 일명 '관치금융'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 압박에 궁지 몰린 내정자 '결국 사퇴'
'KB 사태'는 KB금융이 황영기 전 회장 후임 인선작업이 이뤄진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융당국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라는 입장으로, 사외이사제도 개편안 시행(2010년 3월) 이후 정기 주주총회(이하 주총)에서 차기 회장을 뽑을 필요가 있다는 의중을 전달했다.
이와 달리 KB금융은 이보다 빠른 1월 임시 주총에서 차기 회장 선임을 결정, '친 강 행장파'로 분류되던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회추위를 가동했다. 이를 위해 사외이사 내규도 이사회를 통해 변경하는 등 과정도 거쳤다.
하지만 이런 KB금융 일련의 과정들은 가득이나 '사외이사 권한이 일정 수준을 넘어선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던 금융당국에게 불쾌한 감정을 주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회장 후보 3명 가운데, 강정원 국민은행장을 제외한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대표와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이 불공정 경쟁 의혹을 제기, '동반 사퇴'라는 파행을 겪자 본격적으로 논란이 불붙기 시작했다.
결국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2010년 1월 예정된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종합검사에 앞서 사전검사를 2009년 12월16일부터 일주일간 진행, 강정원 내정자에 대해 별도 조사를 벌였다. 강 행장 개인 비리혐의 등에 초점이 맞춰 이뤄진 셈이다.
점차 궁지에 몰린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12월31일 "회장 선임 방식이 불공정하다고 하니 사퇴하겠다"라며 내정자 자리를 포기했다. 단독 입후보(12월3일) 이후 만장일치로 회장에 선임된 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은 기간이다.
◆'선임 문제없다' 전형적 후진국형 금융시장 비난
당시 업계에서는 강정원 국민은행장 사퇴에 대해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 즉 '관치금융'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금감원 KB금융지주·국민은행 사전검사는 '목적을 갖고 압박하기 위한 용도였다'라는 게 지배적이었다.
실제 평소 3배 넘은 인력 투입과 검사분야 '베테랑' 전문가들을 동원해 사외이사 비리 의혹과 더불어 강정원 행장 운전기사까지 조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표적수사 논란이 일었다.

2009년 발생한 'KB사태'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 즉 '관치금융'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금융감독원 KB금융지주·국민은행 사전검사는 '목적을 갖고 압박하기 위한 용도였다'라는 게 지배적이었다. Ⓒ 연합뉴스
특히 사전검사에서 포착한 사외이사들 비리혐의가 이전(2009년 2월) '금융지주회사 특별점검'에서 파악한 내용으로 '법규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며 경영유의조치로 마무리한 사안이었다. 때문에 감독당국 '관치금융' 비난은 더욱 커졌다.
물론 이후 '관치금융 피해자'로 여론 동정을 받고 있던 강 행장은 논란이 확산되자 "회장 내정자 사퇴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어떤 압력도 없었다"고 당국을 감쌌다.
당시 금융권 전문가들은 KB사태로 시장질서가 후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KB금융지주 주주들은 대부분 강 내정자 '회장 선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으며, 오히려 금융감독당국 월권으로 보이지 않은 손이 작용한 '전형적인 후진국형 금융시장 행태'라고 비난할 정도했다.
그리고 10년 후인 2019년 현재에도 이런 '관치금융'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번에는 금감원이 채용비리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연임 가능성에 대해 '법률 리스크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신한금융 회추위에 전달할 것이다. 즉, 조 회장 연임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미다.
◆조용병 회장 연임 제동 "하나금융지주과 형평성도 고려"
지난달 26일 회의를 개최한 신한금융 회추위는 후보군을 추리는 작업에 돌입했다. 조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등을 비롯해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이 후보군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경영성과를 보면, 조 회장 연임은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게 금융업계 안팎의 평가다.
재임 기간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으며, 오렌지라이프 아시아신탁과 같은 M&A 역시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비금융 사업다각화에 큼지막한 주춧돌을 놓았기 때문이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재임 기간 리딩뱅크 자리 탈환 및 비금융 사업다각화 등 높은 경영 성과를 거두면서 연임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 신한금융지주
다만 은행장 재직 시절 채용비리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어 금융당국이 조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관치가 아닌, 감독 당국 기본 소임이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민간 금융기관 회장 선임은 기본적으로 이사회와 주주 고유 권한이지만, 법률적 리스크가 있는 상황을 그대로 방기할 수 없는, 은행을 감독하는 당국 역할"이라며 "아울러 지난 2월 3연임을 시도하는 함영주 하나은행장에 대한 법률적 리스크 우려를 사외이사들에게 전달했던 하나금융지주 사례와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지주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고, 그 집행이 끝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경영진이 될 수 없다. 단 확정 판결 기준이다.
1심조차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 '법률 리스크'를 이유로 회장 선임에 개입하려는 금감원은 어쩌면 10년 전 불거진 '관치 금융 논란'을 재점화하는 건 아닌지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